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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kyjodi Feb 12. 2024

디지털 문맹, 답답한 노인들

디지털 시대의 그늘

시니어 리빙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 외적인 면에서 도움을 청하는 분들과 종종 마주하게 된다. 회사에서는

업무 내용에 적힌 서비스만 제공하면 된다고 하나, 대다수가 혼자 사시는 데다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을 알기에 나와 동료들은 무 자르듯 거절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들로 요청을 하시면 대부분 도와드린다.



나의 경우, 영어로 된 약병이나 처방약 복용 방법을 읽어 달라는 분들도 계시고, 등에 파스를 붙여 달라는 분도 간혹 계신다. 때로는 손에 가시가 박혔는데 뽑아 줄 수 있냐고 하시기도 하고, 케이블 TV가 안 나온다고 와서 봐달라고도 하신다. 최근에는 스마트 폰 및 가전제품 사용법 등의 문의가 폭증하는 추세이다. 얼마 전 80대 초반의 손님 한분이 스마트폰에 깔린 은행 앱을 켜는데 접속이 안된다고 도움을 청하러 오셨다.


"이거 핸드폰 한 곳으로 가야 하나요? 아님 은행을 가야 될까요?"

나는 업데이트해야 된다고 메시지가 나온 것이니 새로 앱을 깔아야 된다고 알려드렸다.


앱이 뭔지 설명하기  참 어렵다(출처:구글)


앱이 뭐냐고 하시길래 스마트폰 프로그램이라고 대략 설명하니, 간곡하게 좀 봐달라고 하셔서 앱 설치를 돕게 되었다.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고 여쭤보니, 금시초문이라고 하신다. 따님이 도와주신 일이라 전혀 모르겠다고. 그러더니 이 문제를 딸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우니 내게 전화로 설명해 달라고 청하신다. 나는 부탁하신 대로 통화를 하며 설명해드렸다. 따님은 주말에 와서 직접 해결해드리겠다고 하셨다.


이외에도 스마트폰 사용 문제 해결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 신기하게도, 문제의 반 이상이 스마트 폰 터치의 힘조절이 안 되는 경우 때문에 발생한다. 너무 세게 누르기 때문에 전화기의 전원이 꺼지기도 하고, 앱들이 마구 움직이는 지진이 나면 패닉 오시기도 하고. 때론 나 혼자 웃음이 터지기도 하는 황당한 상황들이 벌어진다.


다음은 문자 보내기. 문자로 사진을 보내는 것을 못하시거나 스크린샷을 찍어 보내는 것을 못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도와드리게 된다. 단계가 복잡하다고, 배우기를 포기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수첩을 꺼내서 한 페이지 빽빽하게 과정을 다 적어가시기는 분도 계신다.



텍스트 보내기도 미션 중의 미션 (출처:구글)

많은 분들이 이메일이 무엇인지 개념이 아예 없으셔서, 스마트 폰에 깔린 지메일 앱을 바로 앞에 놓고도

'나는 이메일 없다'라고 하신다. 정부 기관의 온라인 서비스가 무엇인지 설명을 드려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신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재 고령층은 1930-40년 대생들로, 한국인들의 경우 일제 강점기 부터 한국전쟁 이전에 출생하신 분들이다. 미국인들이라면 2차 대전 전후로 출생하신 분들이다. 격랑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라 공교육을 제대로 이수하신 분들도 그리 많지 않다. 대중들에게 컴퓨터가 보급된 1980년대에 이 분들은 이미 중장년층이었으니 컴퓨터나 전자기기 사용을 익히시는 것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몇 해 전 맥도널드에 키오스크가 보급되었을 때, 내 손님들과 부모님을 떠올렸다. 이렇게 되면 햄버거라도 편하게 사드실 수 있을까 싶어서 걱정이 되었다. 세상은 자꾸 디지털화되어 가고, 이런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시니어들은 세상의 흐름에 뒤쳐져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이 든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나는 전화, 팩스, 방문 및 온라인 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는 미국 관공서의 올인클루시브

 (all-inclusive) 적인 방식들은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맥도널드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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