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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가은 Dec 29. 2021

나만의 오피스가 필요할 때

집 근처 사무실, 집무실 편




재택근무가 도입된지도 어언 2년째.

그중 1년은 직장인, 1년은 프리랜서로 보내며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업무 효율성과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오피스였다.





일할 환경이

중요한 이유



프리라이프를 시작했을 때, 내가 생각보다 당황스러워했던 지점은 '일하는 모드'로 진입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5-6년간 회사를 나가 9 to 6를 지켜왔던 내게는 옆에 앉아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당연했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회사 조명과 데스크가 당연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일들을 처리하고, 옆 동료가 뛰니 덩달아 뛰어다니며 '업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굳이 따져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재택근무 체제가 도입되고 프리워커 시장이 점점 커짐에 따라 새롭게 해결해야 하는 이슈는 바로 스스로의 업무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홀로 일하는 분들이라면, 자리에 스스로 앉아, 스스로 결과물을 내고, 스스로 쉬는 온통 홀로 시간을 컨트롤해야 하는 이 상황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사람은 대게 편안한 상태를 좋아하고,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보는 이가 없으면 늘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나가는 게 일이 더 잘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 집중 모드에 함께 들어갈 옆 동료들이 있는 것, 쉬는 타임이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 일하는 공간과 휴게 공간의 분리, 일하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된 차림새, 적당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는 백색소음, 눈이 아프지 않은 조명, 넓은 데스크, 영감을 충전하는 책과 음악 등 아주 다양한 요소들이 우리의 업무 환경을 더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프리 생활을 하며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사무실이 있을 리 없는 새내기 프리 워커들은 카페에 자주 나가 일을 할 것이다. 이마저도 준비시간과 커피와 간식에 소비되는 금액과, 자리와 콘센트를 찾아 헤매는 시간, 불편한 테이블과 책상, 잘못 걸리면 아주 시끄러운 옆 테이블 손님까지 고려해본다면.. 차라리 돈을 더 주고서라도 워크 라운지를 찾아보곤 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찾은 방도는 나의 방을 오피스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고, 이것은 아주 성공적이었으나.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다 한들, 오피스를 나가 10 발자국만 걸으면 안락한 침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늘어지고 다짐하기를 반복하며 홈오피스 생활을 가열하게 연재하고 있을 때, 내게 좋은 연락이 하나 왔다. 그것은 항상 궁금했던 브랜드 집무실을 일주일간 이용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집무실의

공간경험 



집무실이 한창 여러 지점을 오픈하고 있을 때, 몇 번 그들의 브랜드 에셋을 찾아본 적이 있다. 그간 봐왔던 공유 오피스들과는 다른 결을 갖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집무실의 첫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호텔 라운지스러움이 아닐까. 사진만 보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그들이 고집하는 차별화된 공간 브랜딩이 느껴졌다. 


나는 집 근처에 있는 석촌점을 방문했는데, 지점마다 컨셉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하게 느껴졌다. 딱딱한 업무공간이 아닌 사색과 영감이 떠오를 수 있으면서도, 집무실이라는 어원과 이어지도록 고급스러움을 더한 공간 이미지. 짙으면서 부드러운 브라운 컬러의 가구들과 편안한 조도의 조명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분위는 낮보다 밤이 더 근사한 느낌을 자아냈다. 배치된 의자, 소파, 테이블, 인테리어 소품들 또한 아주 엄선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커피머신과 휴게공간에 놓여 있는 간식 구성 또한 아주 맛있었다.






집무실을 만든 분들의 디테일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은 대부분 집무실에 들어가는 가구들을 자체 제작했다는 것이었다.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자세를 연구해서 높이와 크기가 다양한 워크 스테이션을 만들어두었다. 대표적인 형태는 NEST, HIVE, CAVE. 탁 트인 카페 같은 개방형 공간에서 느슨한 사색과 영감을 떠올리며 일을 하고 싶을 때 좋은 NEST와, 적당한 간접조명과 넓은 책상 약간의 가림막으로 나만의 공간이 분리되는 HIVE, 그리고 완전히 외부와 차단되어 집중모드를 발휘할 수 있는 CAVE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NEST에서 에세이를 마감하고, 프로젝트 기획안을 쓰는데 많은 효율과 집중도를 발휘할 수 있었다. 눈이 아프지 않은 조명과 적당한 개방감이 있는 상태가 내게 아주 잘 맞는 업무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소리마저 내게 집중할 수 있는 백색소음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으며 따로 왔지만 한 공간에 함께하는 누군가가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일에 집중할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이 외에도 스탠딩 테이블이나, 폰 부스, 휴식하며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운지, 안락한 의자와 함께 창 밖을 볼 수 있는 휴게 공간들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회사로 따지자면 탕비실 같은 공간도 아주 넓은 바 테이블과 카페 테이블을 구성해두어서 누군가 대화를 하거나 미팅을 할 수도 있는 좋은 장소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집무실의 아주 큰 매력은 일반 공유 오피스들처럼 협업과 미팅을 위한 공간으로 채워진 곳이 아닌 프리 워커, 1인 노동자, 재택근무자 등 독립적인 자신만의 오피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적화되게끔 설계해두었다는 것이었다. 공간의 곳곳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영감과 생각과 효율과 감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무실에 아는 에디터분들이나 편집장분들이 계시지만, 이곳에서 미팅을 하기보다는 근처 스타벅스에서 미팅을 주로 하는 이유도 이미 집무실이라는 공간이 개인 오피스와 같은 브랜딩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무실의

사색경험 



집무실이 한창 2030 워커들에게 주목받았던 이유는, 저녁 8시에 위스키 한잔을 준다는 특별한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회사 일이 끝나고 자신만의 작업을 해야 하는 분들에게 위스키와 함께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슈를 몰았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8시가 아닌 오후 3시~4시 사이에 슈가&리거 타임이라는 프로모션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정말 바텐터분들이 해당 시간에 상주해서 원하는 음료와 맛있는 마카롱과 간식을 제공해주신다. 마카롱은 정말 맛있었고, 나를 위해 음료를 내려주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일하기 싫고 집중은 안될 때 자리에서 일어나 바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드가 다채롭게 바뀔 수 있는 것을 경험했다.


보통 집에서 일하는 중이었다면, 간식을 들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는 건지 먹는 건지 모를 시간과 남은 부스러기와 잔을 설거지해야 했겠지만 이곳에서 간식을 들고 곳곳에 널려있는 예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만으로도 충분한 충전이 되었다. 






집 근처 사무실

집무실(執務室)



일주일간 홈오피스를 떠나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나와서 일하는 기쁨'에 대해 조금 더 많이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열심히 홈오피스를 만들었던 것은 편안한 복장으로 일하고, 장거리 출퇴근의 에너지 낭비를 막고,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 일과 휴식을 골라 할 수 있는 것들 때문이었다. 하지  '편안함'이 커질수록 업무 효율에는 독이 된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적당한 긴장감과 업무 모드로 돌입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유 오피스와 집무실이 다른 점은, 그들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집 근처에 내 사무실이 와있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작업실이 필요할 때, 보다 영감과 감성이 충전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는 공간의 힘이 필요할 때, 홀로는 집중이 되지 않아 불편한 카페 자리에 나가 일할 때, 함께 일하는 동료가 없어 자꾸만 늘어지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 집무실은 내 집 근처에 분점을 짓고 나만의 사무실이 되어준다. 


많은 공유 오피스들이 회사 근처나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분점을 냈지만, 집무실은 1인 가구들과 홈워커들이 많이 있을 수 있는 곳들에 꾸준히 분점을 내고 있다. 정확히 2030 프리워커 겸 스몰브랜드 워커들을 타겟해서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방향들은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긱워커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지점을 잘 테이크했다는 생각이 들어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기획자 입장에서는 박수가 나온다.


그들이 정한 페르소나를 잠깐 경험한 나조차도 알 수 있다는 것은 브랜드가 자신의 브랜딩을 아주 똑똑하고 멋지게 해나가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홀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최적화된, 그냥이 아닌 사색과 감상을 즐길 줄 아는 워커들, 업무에 대해 스스로 정의하고 일을 사랑하는 분들, 일과 휴식의 밸런스의 가치를 아는 분들에게 아주 최적화된 브랜드. 집무실을 경험할 수 있어서 풍성한 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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