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iying Mar 03. 2024

#2. 지방에서 재택근무자로 살기

남들 보기에 잘 나가는 인생이 되고 싶었는데


예전에 첫 회사 팀장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절대 궤도 밖을 벗어나선 안돼' 무슨 얘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대충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그 삶을 유지하는 게 바로 궤도를 잘 달리는 삶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궤도를 이탈하는 순간, 인생 끝난다?라는 의미로 다가왔었다. 당시는 2016년도쯤으로 지금처럼 퇴사열풍도 없었고 개인의 자유로운 항로에 대한 인식이 덜하기도 했었다.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했었다. 나는 당연히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나와,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으로 회사생활을 지속하거나 독립해서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는 사회에서 무능했고,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 20대 사회생활은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따라가기 위해 헥헥 되며 달려가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연봉이 증명해 준다. 남들이 한해 한해 연봉값을 올렸다면 나는 사회 초년생 때 다닌 첫 직장을 기점으로 하락하는? 이상한 하향곡선의 그래프를 그렸다. 아마 전문성이 쌓이기도 전에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잦은 이직은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다 예기치 않게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제는 아예 서울을 벗어났고 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프리랜서 삶은 내 꿈이기도 했기 때문에 처음 남편이 발령받은 익산으로 왔을 때 호기롭게 출발을 했다. 그런데 점점 직장을 떠난 일개 개인이 마주하는 차가운 현실을 보게 되었다.  


백수가 되면 불안하다


수입과 경력이 단절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이런 상황이 되자 처음에는 너무 불안했다. 물론 남편이 벌어다 주는 수입이 있기에 생계를 위협할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 스스로 무능력함에 위축되고, 내 미래가 이렇게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들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내가 그동안 하던 일에 확신이 없었기에, 고민은 더 커졌다. 이 길을 계속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런데 이 질문은 내가 7년간 해오던 질문인데 아직도 답을 못 내린 것을 보면 하루아침에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래서 먼저 고정 수입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프리랜서 재택근무 업무는 생각보다 좋은 페이의 일자리가 없었고, 페이가 높은 곳은 경쟁이 치열했다.


그동안의 경력을 살려 블로그 원고 작성, 시나리오 작성, 영상 편집 등의 프리랜서 일자리를 알아보았지만 테스트 문턱에서 번번이 낙방하게 되었다. 그러다 테스트를 보지 않는 곳이 있었는데 블로그 원고 1건 당 4천 원을 주는 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1건을 쓰는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럼 1시간에 4천 원인 셈이다. (지금은 숙련되어 10분 안에 쓰기도 한다) 


그리고 중국어를 이렇게 쓰게 될 줄 몰랐는데, 어린이 중국어 화상 교사를 구인한다는 것을 보고 당장 지원하여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2곳의 일자리를 구해 새롭게 재택근무자로 살아가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이 일들을 9개월간 하였다. 최근에는 한 재능 공유 플랫폼에서 문의가 와서 진행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회사를 떠나 내 손으로 일을 따냈다는 사실 너무 감격스러웠다. 블로그 부업 일을 하던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졿은 삶이란 무엇일까?


그런데 이 삶이 적응이 되어서인지, 개별로 문의가 와서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수입이 많이 줄었는데도 그렇게 불안하지 않다. 지금보다 많이 때도 항상 불안했는데 말이다. 나는 항상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 이유는 좋은 삶에 대한 기준이 조금 바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능력 있고 돈 잘 버는 삶, 바쁜 삶이 가치가 있어"라는 내 굳은 생각에 금이 조금씩 가는 것 같다. 예전에 나는 성공하기 위해 내 현재를 갈아 넣었고, 늘 불안했고, 부족한 것에 대해 얘기했고, 주변사람들에게 너그럽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능력과 돈을 추구하는 것은 맞지만, 성공은 이런 맹목적인 태도로 이룰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면서 그릇을 키워나갈 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좋은 삶은 남들이 보기에 멋있는 삶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넓어지는 삶이 좋은 삶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1. 경기도에서 군산으로 간다고? 오히려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