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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iying Mar 31. 2024

#4.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해졌다

난생처음 와서 살게 된 이곳 군산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 관광은 괜찮지만 사는 것은 힘들 것 같다는 주변인들이 많았다. 그런데 나는 이 한적함이나 느림이 좋다. 그리고 익숙하다.


이 익숙함은 뭐지...?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성장과정에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30대 중반이 나이가 된 지금까지 경쟁이라면 어디서 뒤지지 않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우연히도 경쟁을 빗겨나갔었다.


봄의 소식을 알리는 꽃이 피고 있어요


첫 번째 경쟁에서 제외된 시기는 6살 때이다. 보통 6세가 되면 각종 학원과 학습지를 하기 마련인데, 우리 가족은 그때 천안에 있는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갔다. 아빠가 직업상 지방에서 일을 하게 되어 가족 전체가 가게 된 것이었다. 천안 중에서도 나름 도시에 속하는 동네가 있었지만, 엄마의 주장으로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작은 시골 마을로 이사를 가게 됐다. 그전에 서울 아파트 단지에 살았었는데, 놀이터에 나가면 같이 놀 친구가 없었다고 한다. 애들이 다 학원에 갔기 때문이다. 엄마는 사교육을 많이 시키지 말자는 주의였기에, 나는 학원을 안 다녔고 늘 심심해했었던 것 같다.


천안 작은 마을에 이사 온 후에는, 동네 아이들과 개천에서 뛰어놀고, 말 그대로 산으로 들로 뛰어놀았다. 그곳에 유치원이 하나 있었는데, 웬만한 초등학교 운동장만 한 크기로 동물도 키우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후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이사가게 되었지만, 초등학교 시절 내내 태권도나 발레, 피아노, 바이올린 등 예체능 위주의 학원을 다녔고, 수학학원은 단 한번 다녔었다.


두 번째 경쟁에서 제외된 시기는 중학교 때이다. 아무리 학원을 안 다니는 아이들도 중학교가 되면 사교육이 늘어나기 마련 인다. 그런데 중학교 때는 경기도로 이사 왔는데, 학구열이 치열한 지역이 아니었다. 반에서 학원을 다니는 애들도 있었지만, 학원을 안 다니는 애들도 많았다. 거기서는 학교수업만 잘 들으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세 번째 경쟁에서 빗겨나가게 된 식는 고등학교 때 중국으로 유학을 가면서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때는 중국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 중국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한국만큼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았다. 마지막 고3 때는 그동안 못한 공부를 몰아서 꽤 열심히 입시준비에 올인했다. 그리고 어찌어찌 원하는 대학을 가게 됐고, 대학시절에도 우리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애들처럼 스펙 쌓기보다는 낯선 타지에서 생활에 충실하며 생활력을 키우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햇빛으로 힐링하는 동네 카페


이런 성장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 사회생활을 하며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 항상 주도적으로 마음이 내킬 때 했기 때문에, 억지로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하는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느껴지면 잘 참아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되어 계획한 것은 아니었는데 우연히 남편을 따라 군산에 이사를 오게 되면서 지금 재택근무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주거 환경을 돌아봤을 때, 내가 여기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마치!!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다시 태어난 곳으로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회의 본능 같은 것이 아닐까.


그동안의 기억을 되돌았을 때, 인생에서 행복한 추억이 많았을 때와 너무나 힘든 시기였을 때를 비교해 본다면, 남과 비교하게 되었을 때 늘 불안이 따랐던 것 같다. 남들보다 많은 연봉, 남들보다 화려한 삶을 사는 것이 어느새 내 목표가 되어버렸던 것 같다. 그 시기를 매우 치열하게 보내며 성장도 했지만, 과연 행복했을까 물어본다면 그리 행복했던 기억이 많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치열함은 긍정적인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불안함,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힘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반대로 행복을 많이 느꼈던 순간은 다른 사람과 비교와 경쟁에서 자유로운 시기였다. 불안함과 두려움이 많지 않은 시기에는 더 많이 느낄 수 있고 더 많은 행복이 있었다.


소도시는 환경적으로 도심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여유로운 마음이 자연스레 가능한 것 같다. 지난 시간 치열한 사회생활로 인해 깎인 자존감들이 많이 회복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소도시에 살면 좋은 점은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비교적 쉽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면서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겠지만, 두려움과 불안이 아닌 긍정적이고 설레는 열정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이제는 어디에 있든 환경과 상관없이 내 마음과 속도를 지킬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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