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으로 살아왔지만 결혼 전에는 딱히 정착한 교회가 없었다. 대형교회위주로 다니다 보니 주일 예배만 드리고 다른 내부 활동들은 하지 않았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온라인으로 드리지 뭐 하면서 빠지기도 자주 빠졌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결혼을 하면서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결혼을 계기로 내가 바라던 신앙적으로 이상적인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신앙의 힘으로 우리 부부가 더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군산에 오자마자 교회를 물색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 좋겠지? 그런데... 웬걸 교회가 왜 이리 많아? 우리 집 주변으로 못해도 10개 정도의 작은 교회들이 포진해 있는 것 같다. 주택가의 작은 골목 사거리에서 주변을 둘러 보면, 한 블록 간격으로 교회들이 늘어서있다. 목사인 외삼촌이 익산과 군산에 기독교 인구가 많다고 했다는데 정말로 그랬다.
지금까지는 유명한 교회를 선택하거나 집 근처에 가장 큰 교회를 가면 되었기에 교회 선택에 고민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떤 교회를 가야 할지 기준이 잘 서지 않았다. 한 번 정하면 오래 다니고 싶었기 때문에 두세 군데 교회를 다녀보고 정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지나가다 자주 보았던 교회가 생각났는데,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교회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 보이고, 건물이 유럽 양식처럼 층은 낮지만 멋스러운 연둣빛 교회였다.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다니다 보니 설교나 분위기가 조금 맞지 않았다.
그 교회를 나와 다른 교회를 찾았고, 더 대형 교회를 가보았다. 거기엔 청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또 부흥회 같은 분위기였는데 남편이 거부감을 느꼈다. 자기주장 강한 우리 부부^^ 하지만 남편이 오래 잘 다니는 것이 중요했기에 다른 곳을 더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곳이 있었는데 동사무소에 전입신고 하러 가는 길에 있던 큰 교회였다. 그래 대형교회라면 무난하게 다닐 수 있겠지. 그렇게 일요일 예배시간에 맞추어 예배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사람이 의외로 열댓 명으로 적었다. 여긴 원래 다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설교도 좋고 찬양도 좋았기에 마음이 기울었고 지금까지도 잘 다니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 교회가 사실 우리가 가려던 교회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가 처음 가려고 했던 그 교회는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한 블록도 아닌 몇 백 미터를 사이에 두고 비슷한 두 교회가 있었고, 우리는 그중 원래 가려던 교회의 바로 옆에 있던 교회에 들어간 것이었다. 이렇게 교회 바로 옆에 교회가 있을 줄 전혀 몰랐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다닌 지 세 달 정도 되었고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예배가 끝나면 다 같이 점심을 먹는다. 남는 반찬이 있으면 새댁이라고 싸주시기도 한다. 여기서도 물론 우리 부부가 가장 젊다. 서울에 있었으면 이제 장년층이 되었을 텐데, 군산에서는 만년 막내 부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