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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플래닛 Dec 26. 2023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오늘 K의 출산 소식을 들었다. SNS를 잘하지 않아서, 한동안 소식을 몰랐었는데 오랜만에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토끼 머리띠를 한 아기를 보고 있자니 K와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래, 넌 또 다른 문을 열었구나.


 K는 기억을 할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나에게 강렬한 명언을 남겼었다. 대학교에 돌아가서 다시 공부를 했을 시절에 만난 K는 졸업반이었다. 고민이 많을 시기여서 만나면 진로부터 생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곤 했다.


그녀는 공부부터 아르바이트까지 모든 일에 열심히여서 항상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그럼에도 K에겐 뭔가 느긋하고 우아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었다.


그날도 답이 없는 고민을 하며 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찰나에, 친구가 던진 말이 있었다.


언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 한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대요.


고개를 갸웃하는 나에게 K는 말했다. "제가 어디서 들었는데요. 한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했어요. 지금은 바로 앞에 문이 닫혀서 막막할 수 있는데.. 어디에 열렸는지는 모르지만 어디에선가 다른 문이 열렸어요. 그 문으로 나가면 되는 거예요"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대충 이런 이야기였다.



와우! 불평불만을 멈추고,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한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어디 있나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날 위해 열린 문이 날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고 보면 내 인생은 정말 그렇게 흘러갔던 것 같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돈이 모자랐을 땐 현지에 일자리가 생겼다.

퇴사 후엔 새로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취직을 포기했을 땐 뜻밖의 계기로 사업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수입이 줄었을 때는 온라인으로 수입 파이프라인이 생겼다.


물론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던 것은 아니다. 나는 열심히 문을 찾아 헤맸다.

반쯤 열린 문 안 쪽을 기웃거리기도 했고, 이 문이 대체 열렸나 닫혔나 보려고 닫힌 문을 질척이며 철컥거리기도 했었다.


열린 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문을 찾아 헤매다가 너무 긴 시간이 걸림에 지쳐서 눈물을 흘린 날도, 답이 없는 것 같아 좌절해 쓰러진 날도 있었다.


하지만  난 항상, 결국, 문을 찾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닫힌 문만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다면, 고개를 돌리고 발을 놀려 당신을 향해 열려 있는 문을 찾아내길. 나도 나의 문을 열고 닫으며, 당신의 안녕을 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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