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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조 Sep 27. 2022

올드타운(Old Town)

인천 부평구 길주로565번길 7-5 101호

  언제부턴가 가고 싶을 때 언제든 갈 수 있는 동네 카페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리고 최근에, 마침내, 그런 동네 카페를 하나 찾았다. 편하게 혼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사람 구경을 하고, 때때로 친구들을 불러내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카페가 생겼다. 인천 청리단길에 있는 올드타운이다.


  올드타운을 처음 방문한 건, 2022년 초였다. 그 당시엔 재택근무 중이라 미팅이나 회의가 없는 오후에는 집 밖을 벗어나 카페에 가서 업무를 처리하곤 했다. 감사하게도 집 근처에 '청리단길'이라고 불리는 커피 골목이 있었고, 집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카페들을 도장깨기 하듯이 하나 둘 방문했다. 그 당시 다양한 카페들을 둘러보는 일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회사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카페를 참 많이 다녔다. 처음에는 일부러 재방문은 지양하고 새로운 카페들만 찾아다니곤 했다. 그렇게 수많은 카페를 다녔고, 그 많은 카페들 중에서 내가 가장 애정 하는 '동네 카페'가 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커피나 베이커리의 맛은 아니다. 이제 어느 정도 다들 비슷한 수준으로 훌륭한 메뉴들을 제공하고 있고, 시그니쳐 메뉴들은 내가 잘 마시지 않는 달달한 음료다 보니 다른 포인트에서 애정이 샘솟는다.


  우선 매장 전체의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처음 방문할 때부터 스토어 프런트나 인테리어가 다른 카페들에 비해 더 애정이 갔다. 특히 우드 톤의 차분한 분위기와 활짝 열려 있는 어닝 창(Awning window)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자마자 저 창가에 앉고 싶어지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최애 자리는(아마 올드 타운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할 텐데) 어닝 창이 달려 있는 그 창가 자리다. 기회가 되면 그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멍 때리다 보면 이게 행복인가 싶어질 때가 있다. 이번 봄~여름까지 하늘이 계속 맑고 아름다웠던 덕분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벽에 붙어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도, 플레이트나 머그도 전체적인 느낌이 내 마음에 쏙 든다. 데미타스에 프린팅 된 올드타운 로고도, 초록색, 크림색 또는 갈색 철제 플레이트도, 설탕을 담아 주시는 유리 종지도 다 매력적이다.

  두 번째는 음악이다. 바이닐로 올드 팝이나 가요를 틀어 두셨다. 가게 이름과 찰떡인 음악 선곡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 바이브가 가게 이름과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그리고 그 이후 재방문 중에 우연히 그날 내 무드에 맞는 음악이 몇 번 맞아떨어진 적이 있다. 유재하 님의 노래라던가, 제목은 모르겠지만 그날의 날씨와 너무 잘 어울리는 재즈 음악들이 흘러나왔고, 자연스레 하던 일이나 읽던 책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채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긴 적이 있다. 그런 순간이 만들어지는 공간이라는 사실에 더더욱 애정이 쌓였다.


  그리고 마지막 포인트는, 사장님의 센스 있는 서비스다. 첫 방문 때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평소 습관대로 한 모금 마신 후 설탕을 넣어 먹으려 했는데, 첫 서빙 때에는 설탕이 없어 바에 가서 설탕을 부탁드려 받아다 넣어 먹었다. 자주 있는 일이라 별생각 없이 그냥 그러려니 하며 창가 자리에 앉아 분위기를 즐기다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 방문 때, 다시 에스프레소를 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설탕이 플레이트에 올려져 있었다. 어찌 보면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나에겐 그 순간이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었고, 그저 알고 있는 카페에서 애정 하는 카페로 넘어간 순간이었다. 

처음엔 설탕이 없었는데(좌), 한 번 설탕을 따로 요청한 다음부터는 항상 설탕을 함께 내어주신다(우), 감사하게도 지금까지도.


  사람도 첫인상과 첫 만남에서의 느낌이 좋아야 다시 만나고, 다시 만났을 때 어떠한 포인트가 맞아떨어져야 애정이 싹트는 법이라 생각한다. 내게는 공간들도 그러하다. 올드타운도 첫 만남에서 외관(첫인상)과 느낌(음악)이 좋았고, 두 번째 방문에서 의도치 않은 배려를 받으며 애정이 싹텄다. 그 이후부터 내게 "동네 카페=올드타운"이 되면서 짝사랑(?)이 시작됐다.


  그 이후론 시간이 날 때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집에 있기 싫어서 등등 기회가 될 때마다 올드타운을 찾고 있다.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그 공간 안에서 스토리를 쌓아가고 있다. 

  최근에 이사를 한 탓에, 더 이상 '도보 거리의 동네 카페'는 아니지만 차를 끌고,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라도 갈 수 있을 때마다 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씩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추억을, 이야기를 덧붙여 나가고 싶다.

  오늘도 시간이 되면 올드타운에 가서 책을 읽을까 한다.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인별에 올드타운에 같이 놀러 가자는 스토리를 올려볼까 한다. 친구들이 도대체 거기가 어딘데라고 하며 놀러 오길 바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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