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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Jun 09. 2021

휘성의 모험

"누군가랑 싸우고 깨진 걸 토대로 내 체급이 정해지는 것이다."


*<에스콰이어>에서 일하던 2016년에 가수 휘성 씨와 진행한 인터뷰다. 


나라면 라이브 무대가 되게 겁날 것 같다. 

나도 겁난다. 늘 겁난다. 한두 달 전쯤부터 안 떨기 시작했다. 원래 소심하다.


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본 휘성은 굉장히 강인할 것 같았다. 당신은 예민한 면모를 세상에 온전히 계속 노출해왔다. 그렇게 스스로를 드러냈다면 이미 소심하지 않은 것 같은데. 

불가피하게 노출됐다고 보는 게 맞다.


프로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가 아니면 난 사회에 발 디딜 틈이 없다. 내가 갖고 있는 노래에 손을 놓아버리면 난 전혀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나 스스로 잘 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나? 

노래하고 음악 만드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그래서 태풍이 오든 우박이 내리든 그냥 맞는 거다.


그래서 예전 인터뷰에서 ‘시간이 아깝다. 1분 1초가 아깝다. 안일한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나? 

죽고 나면 전부 못 하니까. 숨도 못 쉬고 침도 못 삼키고. 엄청 힘주고 사는 건 아니어도 죽고 나면 전부 못 하는 건 사실이니까.


그렇게 시간을 아껴서 만들고 싶은 게 무엇이었나? 좋은 음악? 

그게 착각이었다. 노력을 하면 반드시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 것. 그게 아니라 그 시대에 맞는 인물이 누구인지가 중요했다. 시대적 인물이 되려면 정말 많은 사람과 함께 유기적으로 뭔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 내가 뭔가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뿐이다.


당신은 시대가 원했다. 시대가 원한 가수였다는 사실을 체감하기도 했나? 

운이 좋았다, 정말. 내가 데뷔한 2002년쯤엔 우리 세대의 친구들처럼 노래하는 게 이슈였다. 그중에서 그나마 신선해 보이는 스타일이 나였다. 난 사람들이 보기에 ‘눈에 띈다’ 싶은 애였다.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것 아닐까? 

나를 과대 포장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히든 싱어> 휘성 편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휘성을 다 미워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신적인 병 같은 게 있었다. ‘저 사람 지금 나 욕하고 있는 거 아니야? 저 사람이 지금 나를 설마...?’ 이런 것.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사람들과 교감하는 데에도 서툴렀고.


그런데도 대중과 직접적으로 교감하는 직업을 택했다. 

누구나 주목받길 원하고 누구나 자기 삶이 특별하길 원한다. 나에게 조금이나마 이득이 되는 것을 골랐을 뿐이다.


작사도 많이 했다. 스스로가 꼽는 작사가 휘성만의 특징이 있나? 

은유적인 표현을 쓰는데도 상황이 연상되는 것? ‘인섬니아’의 가사를 보자. “내가 달리는 길은 ‘럽(love)’ 럽 럽, 허나 그 길은 온통 ‘덫’ 피할 수 없는 함정 마음의 ‘겁’.” 이런 말이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 싶지 않나. 그다음에 나오는 “바늘 같은 걱정을 베고서”라는 말도 뭔지 알 것 같고.


작사, 즉 멜로디에 얹히는 말을 쓰는 건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적은 오렌지캬라멜의 ‘아잉’도 굉장히 좋다. 곡의 주제가 전달된다. 당신도 유치한 걸 모르고 적은 가사가 아닐 테고. 

내 생각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유치한 노래를 좋아한다. 싫어하는 척하는 것뿐이다.


‘아잉’은 본인 취향인가, 아니면 대중을 노리고 쓴 건가? 

오렌지캬라멜 노래니까 쓴 거다. 오렌지캬라멜에게 의뢰를 받았다면 그런 가사를 써야지.


일이 들어왔으니까 했다? 

작사가는 그냥 작사가다. 난 만약 심오하고 깊이 있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개그 소설로도 히트 칠 자신이 있다면 그런 것도 쓸 거라 생각한다. 자신이 없다면 안 쓰는 대신 “해서 뭐해” 같은 식으로 말하겠지. 난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렌지캬라멜 가사 써줄 수 있어요?”라고 했을 때 “네, 한번 써볼게요”라고 했다. 해보지도 않고 “내가 이딴 걸 뭐하러 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속내가 보인다.


열등감, 자격지심, 호기심, 모험심 덕에 살아남았다’는 말도 했다. 모험엔 늘 실패 가능성이 있는데 당신은 늘 실패를 각오했나? 아니면 실패할 줄 모르고 질렀나? 

실패를 견디는 건 체력과 비슷하다고 본다. 나이에 따라 피로가 풀리는 기간이 현저하게 다르다. 사건을 일으켰을 때 수습할 수 있는 기간도 마찬가지다. 젊으면 좀 더 잘 용인된다. 20대 때까지는 내가 말썽꾸러기인 양 행동해도 스스로 수습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30대 때는 20대의 경험을 발판 삼아 조심해서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고. 큰 틀에서 보면 그런데, 옆에서 보는 친구들은 “넌 참 무식하게 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가수 인생에서 가장 큰 모험은 무엇이었나? 왜 했나? 

YG에서 나오는 게 진짜 모험이었지. YG에 있으면 멋있는 것만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멋있는 걸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진짜 멋있는 게 뭔지 알려면 멋있지 않은 곳에서 멋있는 걸 바라봐야 한다.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멋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와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그 생각만으로 나온 거라고? 사람이랑 안 맞고, 돈이나 계약 같은 게 안 맞았던 게 아니라? 

전혀. 그런 건 전혀 없었다. 20대 초반이니까 가능한 거였지.


‘사랑은 맛있다’ 같은 건 YG에선 못 하는 것일 수 있다. 느껴지는 게 있었나?  

‘사랑은 맛있다’는 절대 못 한다. 느낀 것도 있었다. 내 취향은 ‘위드 미’다. 사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면 나의 행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왜 휘성이 이런 음악을 계속할까? 그걸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하다.


휘성이 왜 ‘위드 미’를 벗어난 선택을 했는지? 

휘성이라는 가수는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음악을 하고 있다. 앨범 내서 활동하면 사실 어느 정도 주목받고, 좋은 음악 프로그램이 나를 계속 부른다. 그러면 휘성이라는 가수는 끝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저 가수는 어떻게 안 끝나고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지?”라고 질문해야 한다.


당신이 쌓아온 디스코그래피가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답이었다는 건가? 

반반인 것 같다. 내가 의도한 것 반, 의도하지 않은 것 반.


그러면 살아남은 2016년의 휘성은 데뷔한 2002년에 휘성이 원하던 남자가 되었나? 

2014년이나 2015년보다는 훨씬 그렇다. 


2014년, 2015년엔 불만족스러운 게 있었나?

2015년에 가장 진지하게 은퇴를 생각했다. 도무지 가요 바닥에서 일을 할 수 없겠다 싶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되나? 

너무 많은 이유가 있었다.


노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노래를 그만두면 뭘 하려고? 

직업 군인을 할까, 부사관을 할까, 그땐 그랬다. 솔직하게 말하면 2015년엔 건강이 너무 나빠졌다. 내가 목소리를 잃어간다는 느낌이 왔다. 절망적이었다. 목소리는 안 나오고 잠을 못 자고 건강도 계속 나빠지고. 그런데 일이 계속 들어왔다. 체력부터 다시 길러보자 싶었다.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원래 몸이 허약한 편인가? 

어릴 때부터 좀 그렇다. 잠도 못 자고.


그래서 모두 당신을 노력파 가수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아도 될 노력을 해서 노력파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농구 선수의 키처럼 가수 하면 좋은 신체도 따로 있나? 

가수 하면 좋을 몸이 따로 있다. 요즘 음악은 사람들이 고음을 좋아하니까 짧고 탄력이 좋은 성대가 유리하다. 그리고 역류성 식도염 증상은 없는 게 좋고, 잠은 잘 자는 게 좋고, 체력이 좋고 흉곽이 넓고 근육질이면 좋고, 이런 것들.


당신은 좋은 신체 쪽으론 해당이 안 되는 건가? 

그래서 나에게는 기복이 심한 가수라는 타이틀이 있지.


억울하겠다. 

억울할 거 없다. 내 인생에서 주어진 부분이니까. 오랜 시간 동안 억울해하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는 억울하지 않다. 주어진 걸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솔직히 무대에서 음이탈이 나면 기분이 어떤가? 

‘아이고’ 하지 그냥. 그게 조롱거리가 되면 기분이 나쁘지만 어쩔 수 없다. 몸이 안 좋은데 어떡해. 사실 지금 불러도 또 음이탈이 나느냐가 중요하다. 안 나면 된 거고.


남 앞에 서는 직업이 보통 정신으로 하는 게 아니구나. 

조롱을 받을 때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는 그냥 그때 왜 그랬나 싶다.


스스로 꼽는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은? 

신인상 받았을 때. 평생 한 번밖에 못 받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R&B 가수 하면 휘성을 꼽았을 때. 내 첫 번째 목표를 20대에 이뤘으니까. 그다음부터는 R&B를 놓았던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굳이 R&B에 목 맬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 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 R&B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R&B는 음악에 속하지만 음악이 R&B는 아니니까.


반대로 생각하는 음악인도 있지 않나? 나는 ‘힙합을 하는 사람’이라거나 ‘나는 가요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거나. 

그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사는 거다. 그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다.


당신은 내 세대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에 대해 많이 물었다. 놀랐던 게, 당신 노래를 안 좋아하거나 모를 듯한 사람도 내 또래는 그게 뭐든 다 ‘나의 휘성’이 하나씩 있더라. 그래서 인터뷰를 준비하며 당신은 어떤 시대의 BGM이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승훈이나 듀스처럼. 당신도 이런 걸 느낄 때가 있나? 

아니, 전혀.



정말? 

응. 그렇게 되려고 가수 한 것도 아니고, 그건 스스로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잠시 동안의 사회적 현상이었을 뿐 전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나간 영광이 내 능력이 아니었다? 아니면 지난 영광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겠다? 

애당초 자신의 성과가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불행해질 수도 있다. 그런 사람에겐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오늘 인터뷰하는 스튜디오까지 매니저가 운전해서 왔다. 매니저가 스케줄을 다 정리해주었고, 매니저를 통해서 당신을 만났다. 이런 일이 ‘내가 유명하니까 당연히 들어오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노래를 잘하니까 내 능력으로 1등을 하는 거라고. 그런데 믹싱해주는 사람, 연주해주는 사람, 곡 찍어주는 사람, 그의 목소리를 듣고 무대로 올려주는 사람, 들어주는 사람, 심지어 그를 태어나게 해준 사람, 이 모두가 다 따로 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겸손했나? 

이건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다. 겸손과는 다르다.


그러면 원체 현실적인 성격인가? 나르시시즘에 빠진 적도 있나? 

‘내가 영웅이 아닐까’ 착각한 적이 있다. 너무 터졌을 때. 뭐만 해도 터질 때. 내가 여자애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질 때. 그런데 누구의 삶이든 전성기가 있다. 그때는 본인의 운에 취하게 된다. 그 환상이 깨지지 않는다면 하늘만 보고 걷다 함정에 빠진다고 본다. 나도 그랬지. 현실적으로 깨지다 보니 안목이 생겼다.


그래도 당신은 당신 말처럼 계속 훌륭한 성과를 내며 살아남았다. ‘정통 R&B 가수’ 같은 호칭도 스스로 버렸고. 

내가 틀에 얽매이지 않고 나를 풀어놓았을 때가 궁금했다. 예를 들면 ‘체급을 바꿨을 때 이 선수가 얼마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같은 궁금증이다. 자기가 자신을 실험해보는 건 호기심을 가져볼 만하잖아. 그런데 진짜 훌륭한 선수, 진짜 챔피언은 이런 부분을 정확히 지킨다. 내 체급,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그런 모든 부분에서 아주 냉정하고 철저하다. 그런 사람의 목표는 이기는 것, 메달 따는 것,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이게 정상이거나 일반적이라고 봐야지. 난 그런 타입은 아니다.


그럼 당신의 목표는 승리가 아니었나? 

내게 승리는 덤이었다. 사실 승리하지 못할 사람은 뭘 해도 승리하지 못한다.


그러면 당신의 목표는 경험이었나? 

그렇지. 나는 내 경험을 토대로 해서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이다. 사실 내가 싸워보기 전엔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 누군가랑 싸우고 깨진 걸 토대로 내 체급이 정해지는 것이다. 내겐 그런 호기심이 있었다.


깨졌던 기억도 있나? 

어마어마하게 많지. ‘사랑은 맛있다’ 했을 때. 랩 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이 셋을 다 잡았냐, 그렇지는 못했다. 1위를 몇 번 했지만 그건 휘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은 거다. ‘사랑은 맛있다’를 지금 들으면 좋다는 사람이 많지만 그때는 무리수였다. 평단의 폭격을 맞고 내 팬의 반 이상이 떨어져나갔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남았지만 다음의 ‘별이 지다’를 했을 때 처음으로 1위를 못 했다. 완전히 깨졌다. 그걸 겨우 ‘인섬니아’로 만회했는데 그다음에 정말 심혈을 기울인 <보콜릿> 앨범이 타이틀 미스로 묻혀버렸다. 내가 들어도 그 앨범은 수작이고 좋은 평도 너무 많았는데. 그다음 ‘결혼까지 생각했어’로 다시 기어올라서 ‘가슴 시린 이야기’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가다가 제대하고 <히든 싱어>로 터졌다. 그리고 ‘나이트 앤드 데이’라는 곡으로 또 망가졌다. 다음 상황이 지금 현실이다. 이게 내 삶이다. 됐다가 안 됐다가, 됐다가 안 됐다가.


‘됐다 안 됐다’를 몸으로 견디는 것 자체가 진짜 강인한 것 아닌가? 

지난 데이터를 봤을 때 지금은 될 때다. 하지만 전성기는 아니니까 진짜 신중해야지. 깨지면서 데이터가 쌓였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이렇게 깨져본 사람은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대처할 수 있다. ‘이랬었어’라고 생각하면서. 태풍을 맞아본 가옥은 대처가 가능하다.



냉정하게, 사람들이 휘성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앨범에서 열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으면 ‘쟤는 뭔가 날것의 열정이 있다, 피를 쏟았을 것 같다’ 이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내 생각도 그렇다. 섬세하고, 천진하고, 필사적이고, 솔직하고, 늘 최선을 다하고. 

맞다. 필사적. 듣고 있으면 ‘쟤는 지금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지금도 무대 위에 올라가면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노래하나? 

그럼. 지금밖에 없지. 무대 위의 시간이 너무 쏜살같이 지나간다. 무대에 3분밖에 못 올라가는데 그때 나를 다 담고 싶다.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앨범이 나온다. 연말 아니면 내년 초에. 이번엔 제대로 된 흑인 음악이다. 좀 깊다고 생각될 정도의 흑인 음악.


지금까지 인터뷰를 하고 나니 조금 짐작이 되긴 하는데 앞으로의 목표는? 

없다. 꿈, 목표, 이런 거 이야기하는 거 안 좋아한다.


<에스콰이어> 같은 라이프스타일 잡지와는 인터뷰를 많이 안 했는데 이유가 있나? 

극단적인 성격 때문에 이야기했을 때 손해를 많이 보더라. ‘인터뷰 논란’ 같은 이야기도 많고. 그래서 일부러 안 했다.


그럼 지금은 괜찮나? 

논란을 일으킬 만한 게 없지 않나.


추상적인 이야기가 많았던 건 불편하지 않았나? 

괜찮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추상적인 질문 하나 더. 무엇에 기대고 있나? 사람이 살다 보면 심리적으로 뭔가에 의지할 텐데. 그게 돈이든 종교든 뭐든 간에. 그런데 당신은 이제 꿈도 목표도 없다고 했다. 

나를 살게 하는 건 노래다. 딱 노래. 매일 생각한다. 데뷔 때부터 그랬다. 진짜 24시간 계속.



        




며칠 전 밤에 뭔가 찾다가 이 인터뷰를 보게 됐다. 휘성 님은 지금 수면마취제 투약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나는 휘성 씨를 개인적으로 모른다. 죄를 옹호할 생각도 없고, 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기를 던져서 계속 결과를 보는 건 결코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 보니 이 대화에는 그런 사람이 가진 마음의 맥락이 담겨 있었다. 이 가수가 어떻게든 힘을 내서 다시 뭔가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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