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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용 Aug 09. 2021

하루키와 류 - 01

두 무라카미의 지금


내가 진행했던 독서 모임의 주제 중에서는 무라카미즈 라는 것도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와 무라카미 류 씨의 책을 번갈아 읽는 모임이었다. 이 모임에서는 이런 말을 붙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인기는 좀 이상할 정도로 높다. 20년도 더 된 수필 제목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2018년 한국의 유행어가 됐다. 새로운 소설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논쟁(‘인세 너무 비싼 것으로 알려져’)이 붙고 비슷하게 잘 나간다. 하루키 씨가 위스키에 대한 책을 냈고 위스키가 잘 팔린다. 하루키 씨가 러닝에 대한 책을 냈고 러닝이 유행한다. 하루키 씨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하루키 씨는 한국 수도권에 사는 특정 벨트 인구 집단의 일상생활에 꽤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심지어 황교익 씨(!)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무라카미즈’는 무라카미 문학 전문 모임이 아니다. 무라카미 씨의 팬들만 오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오히려 ‘왜 이렇게까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기일까’라는 궁금증을 느낀 분들이 오신다면 대화가 더 풍성해질 것 같다. 물론 무라카미 씨의 팬께서 오셔서 인기 비결을 설명해 주셔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무라카미’즈’라고 클럽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라카미 류의 책도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와 무라카미 류 씨는 90년대까지만 해도 ‘투 무라카미’같은 이름으로 불리며 ‘일본 신세대 작가(머쓱한 표현이군요)’를 대표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류 씨의 책도 많이 읽혔다. 하지만 어느샌가 류 씨의 책은 한때의 조개구이집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이건 왜일까? 


이런 궁금증을 깔아두고 시작해보는 클럽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와 류 씨는 모두 아주 훌륭한 작가다. 이 훌륭한 작가들의 책을 모여서 읽기만 해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나 더, 이 작가들의 책은 무척 읽기 쉽다. 문학이나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분께도 나름의 흥미와 의미와 교훈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키워드로 생각했던 책들은 두 작가의 에세이집이었다. 둘 다 에세이가 더 읽기 편하나 내용은 역시 심오하다. 훌륭한 초밥집은 달걀찜도 남다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영어판에는 회고록 memoir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말 그대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삶에 대한 회고록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 성공한 사람의 회고록이라니 안 팔릴 리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이 책이 동아시아의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 저변 확대에 정말 유의미한 기여를 했을 거라 생각한다. 


무라카미 류

무취미의 권유 

무라카미 류의 비즈니스 잠언집이라는 부제가 딱 들어 맞는다. 21세기에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인지 갈라질 것 같기도 하다.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가장 최근에 한국어로 발매된 무라카미 류의 에세이집이다. '쇼핑'이 제목에 나오는 것부터 현대 한국 출판계가 무라카미 류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쇼핑보다는 안목과 욕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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