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언제 읽나 싶은 전염병 논픽션
감염도시
19세기 중반 런던에는 콜레라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는 채 계속 죽어나갔다.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관료, 의사, 간호사, 목사 등이 나서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독자 입장에선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데 원고 생산자 입장에서는 좀 무시무시하다. 어떻게 이렇게 당시 자료를 찾아내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서 이야기 하나로 만든 거지 싶어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물건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한국어판은 절판본이었기 때문에 몇 년 동안 중고 책 가격이 5만원씩 하다가 코비드-19 사태 후 재판매되어 가격이 안정됐다.
팬데믹 1918
글로벌 전염병은 약 100년 전에도 있었다. 20세기 초반은 스페인 독감이라 부르는 독감이 전 세계를 덮쳐 약 1억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작가 캐서린 아놀드 선생은 아주 많은 신문 기사를 찾아내 이때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기록했다. <감염도시>에 비해 읽는 재미가 덜하긴 한데, 그건 두 병의 차이 때문이라고 본다. 스페인 독감은 왜인지 모르게 왔다가 왜인지 모르게 사라졌다. 그런 걸 생각하면 코비드-19도 생각보다 길게 가고 생각보다 흐지부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싶다. 재미와 상관없이 지금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을 고르라면 이 책이라 본다.
크리스토파노와 흑사병
지역 전염병 역시 계속 있었다. 17세기 이탈리아에는 흑사병이 발생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탈리아의 경제사학자 카를로 치폴라는 당시 기록을 찾아내 이탈리아의 소도시 프라토 보건위원 크리스토파노의 행적을 주제로 책을 썼다. 이 책은 오늘의 책 중 가장 분량이 짧고 내용이 딱딱할 수도 있으나 사람에 따라 이 책이 가장 철렁할 수도 있다. 이 책의 교훈은 '사람이 하는 아주 많은 일이 기록으로 남고, 그 기록이 시대의 역사로 남는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파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채로 자기 일을 하고, 그때의 기록이 수백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나중에 이야기의 모양으로 다시 맺어진다. 그러니까 인터넷에 글 올릴 때 조심해야 한다. 수백년 후에 이상한 소리 한 사람으로 역사에 길이길이 남고 싶다면 상관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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