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작가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 해도 독자는 모든 작품을 다 사랑할 수 없고, 색다른 작품이 나오면 애독자들은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7년 만에 김영하가 소설을 냈다. <오직 두 사람>. 어쩌다 보니 책 예약 순위 안에 들어 6월 1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김영하X오상진 낭독회에 초대됐다. 사실 김영하 작가의 오랜 팬이다. 최근 강연이나 '알뜰 신잡'덕분에 김영하 작가의 인기가 상승해서 그런지 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의자에서 열심히 책을 정독하고 있는 독자들을 보니 괜히 마음이 들떴다. 나도 이번 책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 '오직 두 사람'을 다시 읽었다.
정확히 7시 30분이 되자, 조명이 꺼지고 낭독회가 시작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낭독회에 참여하는 터라 분위기가 낯설었다. 낭독회하면 영화 '아가씨'에 등장하는 히데코의 낭독회밖에 생각이 안 나는 무지한 인간이라서 그런 걸 수도. 순서는 사회자 오상진과 작가의 간단한 인터뷰-'오직 두 사람'낭독-소감-'옥수수와 나' 낭독-소감-'아이를 찾습니다'낭독-질문 순이었다.
사람은 늘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 낭독회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밖에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서 내가 좋았던 부분을 정리해보려 한다. 일단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주제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이미 작가의 인터뷰에서 몇 번 나왔지만 작가는 작품을 쓸 때 지난해 탄핵 정국,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한동안 모든 작가들이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또한 작가는 '아이를 찾습니다'가 우리 사회의 모습이 드러난 작품이라고도 설명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 속의 참사(아이가 납치될 수 있다는 것), 돌아온 후에도 가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그리면서 작가의 고뇌가 함께 묻어 나왔나 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을 향한 정부의 폭력,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결과 지상주의 사회 모두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고 내가 느낀 바에 따르면) 작가는 어떤 특별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옥수수와 나'를 쓸 때 어떤 심정이었냐고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쓰다 보니 수미상관이 됐다"라고 말한 것처럼, 작가는 작위적이기보다 그저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흘러가게 만든다고 했다.
나는 김영하 작가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독자로서 만족스럽다. 물론 작가가 반드시 사회현상이나 사회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일들은 외면할 수 없음만큼 우울하고 구성원을 무기력한 감정에 빠지게 했다. 작가의 생각도,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도 모두 비슷했기에 이번 책은 독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작가는 신조어를 쓰냐는 질문에 신조어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소설이 빨리 낡아질까 봐 즐겨 사용하진 않는다고 대답했다. 신조어를 모조리 섭렵하고 있는 나 역시도 공감 가는 말이었다. 작가라는 직업을 잘은 모르지만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타면서도 어느 시대에서나 가치 있는 글을 만드는 게 작가의 직업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작에서 느꼈던 김영하 작가의 변화가 계속 읽히면서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