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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린 Oct 02. 2017

차이나 이견을 다루는 실력만큼 민주주의는 성장한다.

박상훈 <민주주의의 시간>



 누군가 나에게 민주주의를 설명하라고 말하면 정말 눈 앞이 캄캄해질 것 같다. 책을 읽기 전 시도해봤다. 보통 민주주의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한국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된다. 이후엔 한국 민주주의가 얼마나 단기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말한다. 군부독재시대, 민주화운동, 최근 겪었던 탄핵까지. 무수한 변화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그러나 변화만큼 성장했을까. 우리가 질적인 성장을 이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을 별로 없을 거다. 글쓴이가 말했듯 '변하긴 했는데 변한 건 없다'. 책은 이 말과 함께 시작한다.

현재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공허하다. 정부와 시민이 아무것도 안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사회집단이 서로 뜬구름을 잡는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은 참여기회가 없어 현실정치와 멀어지고, 정치는 시민사회와 거리가 멀다. 정치가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적이다. 저자는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정치를 변화하기 위해 정당의 다변화와 시민의 조직적인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정치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내놓는다. 바로 '절차적 민주주의'다. 서로 다른 이견을 합의하고, 하나의 의사를 결정할 때도 상대방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절차가 중요하다.

책은 정부의 역할도 강조한다. 정부라는 단어는 우리가 직접 공동체를 운영한다는 '통치'의 의미를 가진다. 좋은 통치는 모든 사회집단이 유기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상황을 말한다. 수평적 관계와 수직적 관계 등 복잡적인 관계 속에서 발전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시민이 정부를 심판하는 수직적 관계로 민주주의 개혁을 이뤄냈다. 시민 집단인 촛불시위가 무능한 대통령을 몰아낸 것이다. 여러 나라가 다양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뿌리내렸듯이, 우리나라도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민주주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결국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참여'와 '대화'다. 정말 어떻게 보면 뻔하다. 당연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민은 정치인들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원하는 정당을 쇼핑하듯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다. 자신이 속한 사회문제에 계속 의견을 표출하고 의견 충돌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합의는 단순히 제도를 바꾸거나, 상황을 타협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당면한 갈등을 실천적인 시도로 극복하는 것. 그게 민주주의의 질을 향상하는 일이다. 단순히 변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민주주의 성장을 추구하는 글쓴이의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정치 환멸과 정당 비판에만 힘썼던 내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다. 민주주의를 좀 더 잘하기 위해 내가 시민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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