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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린 Jan 15. 2017

보수 사회의 징후들

신기주의 <장기 보수 시대>


리얼미터가 (8월 2주~12월 3주) ‘주간집계’를 분석한 결과, 

 “나는 진보”라고 답한 사람들은 12월 2주 차(진보 24.60%ㆍ보수 19.96%)까지 “나는 보수”라고 답한 사람보다 많았다. (출처:헤럴드경제)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해지는 듯하다. 기존의 보수가치를 실현하면서 새 시대를 열겠다는 정당이 창당되고(바른 정당), 정치성향조사에서 처음으로 진보가 보수를 앞섰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진보,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는 아직 분분하다.


시사인의 신기주 기자가 쓴 <장기 보수 시대>는 정치 관심도가 높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진보, 보수적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볼 만한 책이다. 사회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챕터별로 짤막한 글이 모여있다. 큰 주제는 바로 우리 사회가 점차 보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가 체계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글쓴이는 냉철한 통찰력으로 사회 전반을 내려보고 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부분을 소개하겠다.


촛불시위는 한국 사회의 정치사상적 흐름이 홉스에서 로크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홉스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라는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홉스는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국가에 양도한다고 표현했다. 양도는 포기를 뜻한다. 로크는 국가란 시민사회와 정부의 합의체라고 여겼다. 정부는 시민사회로부터 통치를 의뢰받는다. 시민사회는 정부를 감시. 감독한다. 시민은 정부에 권리를 신탁했을 뿐이다. 언제든지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예금주다. 

(중략)

☆촛불을 쓰는 방법이 있다. 거버넌스(Governance)다. 정부가 거버먼트를 포기하고 통치를 하는 대신 통솔을 하면 된다. 사실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갈등은 정부의 통치력에 대한 시민사회와 견제가 빚어낸 갈등이다. 한국 정부는 거버먼트에 집착하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 같은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언론과 기업을 통해 통치력을 강화한다. 



잡동사니의 역습

자본주의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거래한다. 사람들은 소비품목을 바꾸면서 행복을 갈아탄다. 3만 달러 시대가 대차대조표 불황으로 디플레이션과 결합했을 때가 문제다. 이땐 값비싼 이탈리아 대리석 가구 대신 이케아와 무지의 잡동사니 가구를 사들인다. 동시에 향수 문화 삼품들이 팔린다. 그렇게 H&M홈 잠옷을 입고, 자라홈 양초를 켜놓고, 지주 베개를 베고, 이케아 침대에 누워서 좋았던 인플레이션 시대를 추억하게 된다. 



대안을 두려워하는 경제학자들

경제학은 이론이 정치와 결합해서 정책이 되는 학문이다. 한국의 경제학은 대부분 성장지상주의 일변도였다. 방법론적으로도 수출지상주의아 부채 인용 주의를 숭배했다. 이론 지형이 이러면 정치와 결합해서 나오는 정책도 이럴 수밖에 없다. (중략) 정작 기업의 부를 분배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은 제대로 도입되지 않았다. 정치가 소득 주도 성장 대신 수출 주도 성장과 부채 주도 성장을 포기하지 못해서이다. 둘 다 반짝 경기 부양 효과는 있지만 결과적으론 불평등을 극도로 신화하는 정책들이다. 정치는 반짝 반등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이러니 어느 정권이든 주류 경제학 이론과 보수 관료에 포획되는 건 시간문제다. 한국 정치의 경로 의존성이 한국 경제를 한 길로만 몰고 있다.


(중략) "솔직히 자신 없었던 거죠" 동반성장의 길은 아직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었다. 성공의 기억이 있는 길과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자신 있게 다른 길을 선택하긴 쉽지 않다. 개혁을 하지 않느면 파국이 온다는 확신이 있어야 마지못해 다른 길을 가는 게 정치다. 


우리 사회는 이제 개혁이 필요한 시대에 도달했다. 차기 대권에서 유독 개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까닭이다. 소통 부재의 대통령, 그리고 정경유착이 낳은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금이 적기인 시점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진보와 보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유권자로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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