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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린 Jan 10. 2017

빚으로 지은 집

아티프 미안의 <빚으로 지은 집>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주요 원인은 부동산 때문이다.


국내 가계부채의 증가율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5년 하반기 이후 10%를 상회하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는 2016년 2분기 말 현재 전년동분기 대비 123조 원이 증가한 1257조 원을 기록했다. 주요 원인은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자료: 현대경제연구원) 2016년 4분기에는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돌파했다. 


가계부채, 그리고 주택담보대출 증가,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자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는 시한폭탄이다. 금리인상으로 다중채무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경제는 더욱 침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였다. 한 차례 풍파를 겪은 미국의 입장에서 빚으로 지은 집을 어떻게 바야할지, 해결책은 없는지 궁금했다. 

안타깝게도 한 차례의 사례연구 수준에서 책이 끝났다.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엔 다른 부분도 많고 사례도 대부분 미국의 사례라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배울 점은 있었다. 


|| 첫 번째로 저자들은 금융 계약의 형태에 주목하고 있다. 주식과 달리 대출 또는 채무 계약은 계약 후 채무자의 사정과 관계없이 원래 약속된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10만 달러의 집을 2만 달러의 저축과 8만 달러의 모기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을 생각해보자. 집값이 20%만 하락해도 이 사람의 순자산은 허공에 사라지지만 8만 달러의 채무는 그대로 남아 있다. 집값은 20% 하락했으나 순자산은 100% 감소했다. 바로 레버리지 효과이다. 갚아야 할 대출액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으로 집을 압류당하든, 과도한 빚을 갚아 나가든 소비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 두 번째로 저자들은 자산이나 부채의 분배 상태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기술주 거품 붕괴의 충격은 주로 주식 투자를 하던 상대적 고소득층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이미 주택과 금융 자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계층이었다. 반면, 주택 시장 거품의 붕괴는 빚을 내서 집을 샀던 저소득층에게 더 큰 타격을 입혔는데 이들은 주택말고는 다른 자산이 거의 없는 계층이었다. 저자들은 우편번호 단위의 세분화된 통계를 이용해서 집값 하락이 컸던 지역에서 가계 순자산이 더 크게 감소했으며, 가계 지출도 더 크게 떨어진 것을 보이고 있다. 즉 주택 시장의 붕괴는 한계 소비 성향이 큰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가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총수요를 더 크게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빅쇼트>

이것이 바로 최근의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주고 회복세도 더딘 이유이다. 나아가 가계 부채가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이후 이어진 대침제, 유럽 지역의 장기화된 경기 침체의 원인임을 설득력 있게 보이고 있다.

많은 학자들,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 중개 기능의 악화를 금융 위기와 대침체의 원인으로 생각해왔다. 저자들은 책에서 금융 시장의 역할만으로는 금융 위기와 대침체를 설명할 수 없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금융 중개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던 부채를 직접 공략하는 방식, 즉 채무 계약의 재조정을 통해 원금을 경감시켜 주거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 총수요를 살려서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더 효과적인 정책이다.


| 저자들의 제안이 우리나라의 상황에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는 정책의 입안보다 실행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몇몇 나라에서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채무자의 졸업 후 수입에 비례해서 조정해 주고 있고, 영국과 우리나라에서도 손실 분담의 성격을 가진 대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부채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는 것, 경제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금융기관의 구제금융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논의의 지평이 넓혀지고, 새로운 정책적 대안들을 논의하고 고려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역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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