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생존자 이야기를 다룬 '공동정범' (김일란, 이혁상 감독)
'억지로라도 친구들 데려올걸..' 영화 보는 내내 후회했다. 영화 '공동정범'을 봤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라는 이야기에 비자발적으로 영화를 오랜만에 혼자 봤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영화관에 데려오지 못해 후회했다. 영화 공동정범은 당시 용산 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장이었던 이충연과 다른 지역의 철거민대책위원회 소속이었지만 그날 연대 투쟁을 했던 김주환, 천주석, 지석준, 김창수 4명의 생존자들 사이의 갈등을 다룬 영화다. 철거민들의 내부 갈등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다뤘음에도,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 낸 두 감독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영화 후 GV를 통해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두 개의 문'이 용산참사 내용을 안내하는 다큐라면 영화 '공동정범'은 인물 다큐다. '두 개의 문'을 제작할 당시에는 철거민들이 수감되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2013년 1월, 철거민들이 출소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진상규명을 기대했고, 감독들도 그것을 바라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고 한다. 용산참사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구제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영화 속 이충연 위원장이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용산참사 때 중학생이었던 사람들이 대학생이 됐다." 나 역시 중학교 시절 용산참사를 접했지만, 사건 내용은 성인이 되어서야 어렴풋이 알았다. 영화관 아르바이트할 때 당시 영화 '소수의견'이 상영작이어서 우연한 계기로 용산참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영화 제작 기간은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제작 초기 기획은 탐사보도식 다큐였으나 등장인물을 인터뷰하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증언을 듣던 와중 용산 사람과 연대 사람의 내부 갈등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5명의 등장인물이 자신들의 갈등을 드러내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이 '두 개의 문'을 제작했기에 인물들에게 접근이 더 쉬웠다고 한다. 그리고 연대 철거민의 경우 언론의 조명이 적었기에 억눌린 감정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다. 자칫하면 선악 구도나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전개가 이뤄질 요인이 큰 주제임에도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았다. 감독의 역량과 5명의 철거민들의 의지가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든 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 사건은 결국 진상규명만이 답이다. 이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철거민들이 스스로를 자책하고, 내부 갈등이 일어난 이유도 사건의 원인규명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9년이라는 시간이 길어 보이지만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바빠서 리뷰를 거의 못 쓰는데 이 영화는 잠을 좀 덜 자더라도 꼭 쓰고 싶어서 새벽 4시에 리뷰를 쓰게 됐다. (많이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