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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린 Jul 26. 2018

영화<오 루시!>: 외로운 나를 안아줘

히라야나기 아츠코 감독의 영화 오루시


분명 이상한 영화인데, 이상하지 않다. 영화 '오! 루시' (OH! Lucy)는 그동안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중년 여성을 다룬 영화다. 영화 제목도 '오피스레이디(Office Lady)' 에서 따왔다. 이 영화에는 속된 말로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 직장에서 하찮은 취급을 받는 주인공 세츠코부터 남자 주인공 존, 조카 미카, 영어학원에서 만난 타케시까지. 주인공마다 사정이 다르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이들에게서 현대인을 만난다. 현대인은 생각보다 외롭게 산다. 


중년은 생각보다 멋있지 않다. 영화 초반부 세츠코의 모습은 고독하기 그지 않다. 다니기도 싫은 회사를 꾸역꾸역 다녀야 하고, 애인도 없고, 자식도 없고, 하나뿐인 언니와의 사이도 데면데면하다. 인상 깊은 건 지하철 장면이다. 세츠코부터 주변 사람들 모두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마스크들은 마치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 지하철역에서 자살한다. 잠깐 지하철이 중단되었을 뿐, 사람이 죽었는데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회사로 출근한다. 


그런 세츠코에게 영어강사 '존'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그는 감정이 메말랐던 세츠코에게 금발 머리를 한 '루시'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리고 다정하게 안아줬다. 존과 포옹했을 때 느꼈던 황홀함. 세츠코는 다시 그 감정을 느끼려 한다. 그래서 존에게 질주한다. 존을 만나기 위해 미국까지 달려가고, 미국에서도 조카를 찾는다는 핑계로 그를 졸졸 따라다닌다. 존과 똑같은 문신을 몸에 생겨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세츠코의 행동은 더 도발적으로 변한다. 관객은 세츠코의 행동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세츠코는 왜 존에게 집착했던 걸까? 존 앞에선 세츠코는 '루시'가 된다. 사회에서 고립된 거나 마찬가지인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가발을 쓰고 '루시'가 되는 건 일종의 탈출구인 셈이다. "나 무시하지 마" 영화 후반부 세츠코가 조카와 싸우면서 내뱉는 이 말은 세츠코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했다. 그동안 가족에게도, 회사에서도, 사랑하는 존에게까지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도 처량한 것이다. 


세츠코에게서 관객은 자신을 발견한다.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데도, 세츠코의 행동이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세츠코와 타케시가 서로 포옹하면서 끝난다. 영화 시작과 마무리가 포옹으로 연결된다. 마지막 장면 속 포옹은 존과의 포옹과 조금은 다르다. 존과 달리 세츠코와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타케시와의 포옹은, 세츠코가 앞으로 괜찮아질 것을 암시한다.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어줄 때, 치유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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