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펀드 구성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용어 중의 하나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일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는 미국의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가 시초라 할 수 있는데,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멘토링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가속 페달 역할을 한다.
2011년부터 국내에서도 프라이머 등이 생기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스파크랩, 벤처스퀘어, 퓨처플레이 등 20여개 회사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 연합체인 '액셀러레이터 리더스 포럼(ALF)'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란 기존 벤처캐피털이나 창업보육센터(인큐베이터) 등과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액셀러레이터는 이래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
벤처캐피털은 좋은 기업이 있으면 수시로 발굴하지만, 액셀러레이터는 일정 기간 안에 지원해서 선발하는 프로세스를 가진다.
액셀러레이터는 선발된 스타트업에 대해 초기 자금(Seed money)를 투자해서 지분(equity)를 획득한다. 와이컴비네이터의 경우 12만달러(원래는 2만5천달러를 투자하고 복잡한 룰이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높은 물가 등을 고려해서 단일화했다고 함)를 투자해서 약 7%의 지분을 확보한다.
국내에도 다양한 창업지원 기관 및 민간 기업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지원금의 형태로 지원한다. SKT의 브라보 리스타트나 KT의 에노코베이션 등도 사회 공헌 부서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고 스타트업에게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의 대부분은 지원금이 아니라 투자를 해서 지분을 획득하고 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기수(batch)제를 운영하는데 10~12주의 기간을 가진다. 지원/선발 절차를 거쳐 배치에 참여할 팀을 선발하고, 이 기간 동안 교육과 멘토링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기수제 마지막 기간에는 데모데이(Demo Day)를 개최해서 투자자에게 피칭 시간을 갖는다. 와이컴비네이터 데모데이의 경우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캐피털이 참여하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후속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YC 데모데이에서 투자를 못받는 팀이 생긴다고 해서 화제가 될 정도이다.
국내 액셀러레이터도 위와 유사한 프로세스를 가진 기수제를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물론 지분 투자도 한다.
지분 투자와 관련해서 해외에 비해 국내 액셀러레이터의 가장 큰 특징은 '펀드(투자조합)'의 형태가 아니라 회사 자본금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벤처투자업계에서 '투자조합'라고 하면 특정 투자 목적에만 쓰는 용도로 돈을 모으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특정 목적의 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이 자금을 벤처기업(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액셀러레이터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현행 법상으로는 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 자본금으로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 자본금이든 투자조합이든 열심히 투자하면 되는 일 아닌가? 기본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본금을 한꺼번에 많이 모으는 것도 어렵고, 투자를 하다가 자본금이 바닥나면 증자를 해야 하는데.. 이게 참 힘들다. 기존 주주는 높은 가치에 증자를 하려고 할 것이고, 새로 들어오는 주주는 낮은 가치에 증자하길 원하기 때문에 회사 가치에 대한 이견 때문에 증자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기존 주주 중 일부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왔을 때 기존 주주 중 일부가 자본금에서 스타트업 투자하는걸 반대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기존 회사 자본금이 소진되면, 신규 회사를 설립해서 투자를 하는 곳도 있을 정도이다.
물론 액셀러레이터가 투자조합을 결성할 수도 있는데, 현행법상으로는 자본금 50억원에 심사역 2명을 두는 벤처캐피털이 되면 된다. (유한회사형(LLC) 벤처캐피털도 있지만, 제가 지식이 짧은 관계로 일단 패쓰.)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창업기업에 작게는 1천만원에서 1억 미만을 투자하는게 일반적이라 벤처캐피털이라는 형식 자체가 오버일 수 있다.
벤처캐피털은 수백억의 투자조합을 운영하면서도 심사역이 많지 않아서 주로 시리즈A 급(대체로 5~10억원 이상)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물론 최근 창조경제 열풍(?)에 힘입어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도 관심이 있지만 여력이 부족하다. 오히려 액셀러레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검증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또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해서 투자하는 방법도 있는데, 개인투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GP)은 회사(법인인 액셀러레티터)가 될 수 없고 개인만 가능하다. 결성된 개인투자조합의 펀드를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되지만, 개인투자조합과 액셀러레이터가 어떤 연관을 맺기는 힘든 구조이다. (최근에 마이크로 VC라는 개념이 새롭게 생겨서 액셀러레이터 등의 법인이 업무집행조합원으로 참여 가능한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모태펀드도 매칭해 준다고 한다. 마이크로VC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자세히 전해 드리도록 하겠다)
국내에서 액셀러레이터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가며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벤처스퀘어에 와서 1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는데, 항상 투자재원이 문제다. 사실 투자를 하지 않고도 스타트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지만, 투자가 동반되지 않는 도움은 회사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런 측면에서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더 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펀드를 구성 가능한 '(가칭)액셀러레이터법'이 국회에서 법안 심의 중인데 지지부진한 상황인 듯 하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액셀러레이터가 펀드를 구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아래는 액셀러레이터 연합체인 ALF와 벤처스퀘어가 공동으로 제작한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