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소비일기
낮에는 혼자 시모키타자와의 재즈 킷사 마사코에 갔다가 저녁에는 북클럽 사람들과 키치죠지의 재즈바 썸타임에 갔다.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한 덕분에 라이브가 잘 보이는 2층 자리를 안내받았다. 각자 카레와 파스타, 피자와 맥주 등을 시키고 약간의 담소를 나누자 곧 무대가 시작되었다. '이렇게 멋진 세션들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면 어떤 기분일까?'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을 동경한다. 유진목 시인처럼 나도 피아노를 칠 줄 알았지만 지금은 칠 수 없다. 기타를 배우다가 금방 그만두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리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구경할 뿐이다. 할 수 있었지만 할 수 없게 된 것들, 하다가 금방 포기한 것들,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을 생각한다. 나는 나의 삶을 너무 조금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요즘 나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낸다. 책 속에선 내가 아닌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하야시 후미코가 되어 쇼와시대를 방랑 하기도 하고, 릴케가 되어 시를 쓰기도 하고, 동물농장의 동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아주 잘 쓰인 글을 보면 질투를 느낀다. 나는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서 막연한 질투를 느낀다. 음악을 듣는다. 기분 좋은 날에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일단 걷는다. 예쁜 옷을 입히고, 킷사텐에 데려간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 삶이 아닌 다른 이의 삶에 대하여, 내가 될 수 있었던 나, 되고 싶은 나에 대하여. 나는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책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모키타자와
ジャズ喫茶マサコ jazz&coffee masako
12:00 - 10:00 목요일 휴무
키치죠지
Sometime
12:00 -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