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장 드 삐에드 뽀흐트
-> 온또 Honto : 5km
오늘 처음 까미노를 시작한 날이다.
원래 가려고 했던 오리송이 문을 닫아서 그전에 있는 온또에 머물기로 했다. 느지막이 출발해 순례자들이 다 건너는 생장의 다리를 건너 프랑스 시골마을의 골목 골목을 지나는데 농장 길이 정말 이뻤다.
온또의 경치는 생장 마을이 다 내려다 보이고 넓은 들판에 양이 종을 울리며 풀을 뜯는 멋진 풍경을 선사했다. 지나가는 노란색 바탕에 파란색으로 라 포스트 La Poste (프랑스 우체국)가 적힌 우체국 차가 내가 가는 곳마다 먼저 서 있었다. 마침내 얼굴을 본 우편배달부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고마웠다.
2시간도 안돼서 온또에 도착했다. 빨래와 샤워가 끝나니 1시간은 더 된듯했다. 오후 4시가 훌쩍 넘어서야 네덜란드인 안나 마리가 숙소에 도착했는데 미용실을 들렀는지 머리를 이쁘장하게 자르고 왔다. 그녀도 피레네 산맥으로 시작되는 마을 오르막길 덕에 살짝 땀을 흘린 듯했다.
내일은 프랑스에서 스페인인 론세스바예스까지 간다. 20km 정도 될듯한데 산을 넘는 게 관건이다. 오늘은 워밍업으로 매우 짧게 걸었지만 오르막은 좀 힘들었다. 하아 가방이 무거웠다. 하지만 잘 오를 것이다. 천천히 쉬지 않고 꾸준히 걸으면 되는 거다.
그렇게 속으로 주문을 걸어봤다.
온또 알베르쥐 Honto Alberge(프랑스식 발음으로 알베르쥐, 스페인식으로는 알베르게이다).
여기는 잊을 수 없는 2시간이 넘는 와인과 치즈를 곁들이 전통 프랑스식을 맛보게 해 주었다.
와인 + 야채수프 (주인장이 직접 기른 피레네의 기운들 담은 신선한 야채)
토마토와 계란과 야채를 섞은 오믈렛 C’est bon!!
초리소(소세지)와 채소 샐러드, 올리브가 곁들여진 파스타
이 지방 특유의 피레네 스타일로 치즈에 달달한 마멀레이드를 곁들여 먹는 후식
사과 타르트 - 따르따땃Tartatad (이거 이름 물어봤다가 한참을 따르따땃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고 물어보고 발음 체크하고… 웃고.. 또 따르따땃...하고…
이 멋진 만찬은 프랑스인 커플과 3번째 론세스바예스를 간다는 리옹 출신의 프랑스 중년 남성 한 명과 네덜란드인 안느마리 , 동양에서 온 나, 그리고 주인아주머니가 함께했다.
이 주인아주머니는 영어를 좀 하시긴 했는데 동양녀인 내가 영 마땅찮았는지 나의 자잘한 질문에 너의 영어 발음은 못 알아듣겠다며 답하길 꺼려했다.
이렇게 맛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그리 차별적인 사람은 아닐 거라며 흘려지나갔다. 입가에 그 길고도 풍요로웠던 프랑스식 저녁식사는 길게 여운이 남아 다음날 산을 훌쩍 너머 스페인으로 입성해야 하는 처음 본 식사 일행들을 기분 좋은 잠자리로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