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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ve bin Jan 19. 2022

우리 도망가게만 하지 맙시다

영화 완벽한 타인 中

"싫은 거나 하지 마!" 엄마의 단골 멘트다. 성대한 요리를 해준다며 유명 셰프의 유튜브를 찾는 아빠에게 엄마가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간단한 음식조차 잘하지 않는 아빠가 요리를 해준다고 거창하게 얘기하니 엄마는 그냥 '간단한 거나 해!'라는 말을 하신 거다.


기쁘게 하려고 애쓰기보단 싫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매시간을 행복하게, 황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쉽지도 않을뿐더러 공상에 가까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언젠간 이것도 무뎌지는 날이 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싫은 것에는 무뎌지지 않는다. 계속 싫다. 처음 샀을 때 보기만 해도 행복했던 아이패드와 맥북에는 잔잔한 행복감이 남았다. 보면 처음처럼 흥분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들은 기어이 당근 마켓에 올리곤 한다. 볼 때마다 싫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대한 싫음은 일관적이고 지속적이며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위의 대사가 나에게 특별히 와닿았던 까닭은, 인정 욕구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정 욕구는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인정'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판단이 들어간다. 타인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목표다. 따라서 잘 보이려고 하지 않고 '잘 안 보이지 않을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쓴다고 해서 상대방이 꼭 잘 봐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엄밀히 따지면, 좋게 볼지 안 좋게 볼지는 상대방의 과제다. 우리가 건들 수도, 건드려지지도 않는 타인의 과제다. 


결과가 어떨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저 우리의 몫을 잘 해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인정받으려고 발버둥 치지 않고 해야 할 것을 묵묵히 해보는 것. 이것이 우리로서의 최선이 아닐까? 가령 누군가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목표는 어찌 보면 선 넘는 목표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상호 합의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친해지고 싶은 만큼 내 마음 표현하기 정도가 100% 달성 가능한 목표일 것이다.


혼자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기. 이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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