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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Mar 22. 2020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고 행복하셨다면...

--당신은 문학적 소질이 다분합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고 행복하셨다면....    

(如魚得水, 水魚之交)


 오늘 아침 월례조회 때, 교육장님의 훈화와 시(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강의를 들으면서  

상류를 거스르는 회귀본능 연어처럼 자유롭고 행복하셨다면 당신은 문학적 소질이 다분히 있고

다양한 스펙을 보유한 유능한 우리 청의 직원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교육장님이 서울 출장 중에 우연히 도종한 시인(교육장과 도종환 시인은 원주 00고등학교 동창임)을 만났다고 합니다.  이 만남으로 인해 우리 직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오늘 월례조회 이벤트가 기획 되었지요.

과장인 저와 담당 총무계에서 한 번은 월례회의를 이용하여 문학강연을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비슷한 강연의 형식으로 바꾼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시적 감수성과 자질이 있습니다.

저는 시 습작 시절에 <오규원의 현대 시작법>으로 공부 했습니다. 오규원 시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그리하여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과 오규원의 시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며>를

비교하여 읽기를 권합니다.

보통 시인들은 다른 작가들의 시나 소설 그 외 영화, 음악, 일상의 여러 명상과 감흥으로 작품을 완성합니다.

교육장님이 설의법(쉽게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을 의문의 형식으로 표현하여 그 사실을 강조하는 수사법)을

말씀하셨지만 저는 완곡한 종결어미(의문형의 완곡한 종결어미로 절제된 감정을 표현)라고 배웠기에

잠시 혼란이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둘은 같은 수사법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마르지 않는 지하수 같은 시적 감수성은 시조(정형시)입니다.

오늘 교육장님이 강의하신 도종환 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자세히 다시 읽으면

정형시의 느낌을 조금은 받으실 겁니다.

누구나 읽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시가 큰 성공을 거두는 법이니까요.

자유시, 그중에도 특히 산문시가 판치는 요즘 시대에 시에 대한 생각을 고쳐야 할 대목입니다.

물론 산문시도 나름 강렬한 메시지로 현문이 되기는 합니다만...

우리들이 운율감에 낯설지 않은 것은 내적 감수성이 한문 문화권에서 몇 천 년을 살아왔기 때문일 겁니다.

대구법과 대의법에 대해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오규원의 시를 아래에 적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하단에는 오늘 월례조회 때 문학강연의 주제가 되었던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게재하였습니다. 이 시는 워낙 유명하여....

두 시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유사점은 어떤 것인지를 음미하며

시를 읽으면 나름 재미가 있을 겁니다.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오규원 (1941∼2007)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많은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고요> --오규원--오규원 시인의 시를 워낙 좋아해서 사족 같은 시 한 편 더 소개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지나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답글 ***    

유 00 장학사

과장님... 감사합니다.

시를 잊고 살다가 오늘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맘이 충만해지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늘 한번 보는 것도 잊고 사는데 이런 시간이나마 따뜻하고 행복하게 다가옵니다...

매일매일 행복한 5월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서## 팀장

에효!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은 읽어 보긴 했어도

오규원의 시는 처음 접하지만 참 울림이 강한 시인 것 같네요.

이렇게 좋은 시를 감상하게 해 주신 과장님께 술 한 잔 사며 감사해야 하나요?


김** 주무관

교육장님의 문학강연도 과장님의 작품이었군요.

딱딱한 월례조회가 아니라서 참 좋았습니다.

직원들의 반응도 상큼했고요....


정@@과장

시인이신 과장님! 국어교사였던 교육장님!

어쩐지 죽이 잘 맞는다 했더니....


이$$ 장학사

맞아요 맞아!

저번에 보내 주신 것도 그렇고 시인 과장님 파이팅!입니다.


금&& 팀장

답답한 업무로 지루한 오후에 이 메신저를 읽었는데

오늘 하루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장님! 늘 감사하고요....


김^^ 장학사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과 오규원의 시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는

왠지 시적 주제와 철학적 베이스가 비슷하며 시어의 선택도 유사한 것 같군요.

어느 시가 먼저 탄생하였나 궁금하기도 합니다만...

시에 대해 무지한 저의 느낌이 맞기는 한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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