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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Aug 20. 2019

어린왕자를 읽고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몇 문장 보냈더니.

--나이 들어 읽어야 더욱 감명을 받는 <어린왕자>

<어린왕자>를 네 시간 동안, 단숨에, 세 번을 읽었다. 사실, 책이 얇다, 모든 책이 이래야겠다. 

더위가 최고조로 기승을 부리는 8월 중순, 

벌겋게 달구워진 가마솥처럼 숨막히는 날씨에 열사병에 걸려 죽지 않는 방법은 독서!

<어린왕자>, 완전히 넋이 나가서, 필?이 꽂혀서, 감명 덩어리의 책이라서...

우연히 꺼내 든 법정의 무소유 책 (사실 이 책도 굉장히 얇아서 좋다) 74폐이지 <미리 쓰는 유서>

라는 제목의 글 중에 어린왕자 이야기가 나온다. 1971.3월 여성동아에 기고한 법정스님의 글은 이렇다.

<육신을 버린 후에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꼭 한군데 있다.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 의자의 위치를 옮겨 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만 그 별나라.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안 왕자는 지금쯤 장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을까? 그 나라에는 귀찮은 입국사증 같은 것도 필요없을 것이므로 가보고 싶은 것이다.>

책 내용 중 몇몇 명문장을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보내고 그 답장들을 모아 보았다.....어린왕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척도가 되었다.

'만약 네가, 예를 들어, 오후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나는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더욱 행복할 거야.

4시 이전에 나는 흥분하고 불안해할 거야.

나는 행복의 대가를 발견하겠지!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나는 마음의 옷을 입을 시간을 결코 알 수 없을 거야.'

그랬더니... 답장으로 이런 것들이 와서 어린 왕자를 세 번씩이나 읽은 보람이 있었다.

B : 참 행복해지는 말이야, 고마워.

H : 어린왕자를 읽었다고, 멋지네.

D : 기대에 찬 관례, 한 시간 전부터 행복해지는 연습, 인생은 기다림이라지?

K : ㅋㅋㅋ 익숙한 내용, 어린왕자는 멋지지

L : 하긴,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출간된 책이 <어린왕자>라 하더라고... 2억 권은 넘게 출간되었다네...

S : 사막이 아름다운 건 샘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 우리들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녹아 있지.

어린왕자는 3년에 한 번씩은 읽어야 할 책이야!

P : 따스해지는 말이야. 나도 <어린왕자>를 읽어야겠어.

U : 새삼스럽게 어린왕자라니, 난 어렸을 때 읽었지, 어른이 되어 읽어야 한다고?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Q : 긴 여행을 떠나면서 딱 한 권의 책을 가져가라면... 뭐? <어린왕자>라고?

F : 참! 읽으면 읽을수록 행복해지고 큰 울림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인류 최고의 베스트셀러야! 맞아!

T : 마침내 어린왕자가 도착한 곳은 장미꽃이 있는 작은 별이었다..... 가 아니고 라오스였다. ㅋㅋ

A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린다.

다음으로 이런 대화를 지인들의 카톡에 보낸 바 있는데.....

'다음으로 방문한 별에는 술꾼이 살고 있었다.

이 별의 방문은 아주 짧았지만, 어린왕자를 무척 우울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술 마셔!'

'무엇 때문에 마셔?'

'잊기 위해서.'

'무얼 잊어?'

'내가 부끄럽다는 걸 잊기 위해서.'

'무엇이 부끄러운데?'

'그냥....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그리고 술꾼은 마침내 침묵에 빠졌다.

어린왕자는 난감해하며 그 별을 떠났다.'

여기에는 이런 답장이 왔다.

Y :  잊기 위해서 마신다는 건 뭔가 도망가는 것 같아.

J : 술꾼이 사는 별을 폭포수에 버려!

K : 격하게 취하고 싶은 저녁이 찾아왔네.

P : 다음 주에 라운딩 끝내고 한 잔 할까?

D : 멋있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술은 인생의 동반자!

O : 아! 인간은 너무나 나약하고도 나약하구나. 그리고 근본적으로 외롭구나. 술은 내 칭구!

W : 사막에서는 조금 외로워. 그런데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한잔하면 덜 외롭지

R : 여행을 안 떠났군. 이 덥디 더운 날씨가 너를 기어코 밀어내고 말았을 텐데...

G : 떠나지 마! 다른 별에 가도 술은 천지야.... 절주가 건강의 지름길이야.

A : ㅎㅎ ㅋㅋ ㅍㅎㅎ, 아유 참! 내가 지금 술 마시고 있는 줄 어떻게 알고 이런 걸 보냈을까? 

S : 백도 작가님! 이 더위에 우태 지내시우? 다음 달 모임에는 찐하게 한잔 빱시다.

T :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곧 인생이고 삶이야! 세상의 모든 것은 모두 부끄럽게 태어난다지...

U : 나도 처음에는 술을 안 마셨지. 그러나 세상이 나에게 술을 권했지!

F : 나도 어린왕자를 읽었어. 지구는 평범한 별이 아니래. 111명의 왕, 7,000명의 지리학자, 90만 명의 사업가, 750만 명의 술꾼, 3억 천백만 명의 교만한 이, 다시 말해 20억 명의 어른들이 산다는 건데... 

지구에는 술꾼이 차암 많기도 하지?.... 750만 명의 술술술 꾼들....

마지막으로 지인들에게 보낸 카톡 내용

어린왕자는

사막을 걸으면서도 일주일에 한 알만 삼키면, 더 이상 물 마실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는 신비한 알약!

갈증을 완전히 가라앉히는 완벽한 알약을 파는 판매업자를 만났다.

"좋은 아침!" 어린왕자가 말했다.

"좋은 아침!"  판매업자가 답했다.

"너는 왜 그것을 팔고 있니?" 어린왕자가 물었다.

"엄청난 시간을 절약해 준대...!" 판매업자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이 계산을 해 봤거든, 일주일 동안 53분을 절약한대."

:그러면 그 53분을 어디에 쓰지?"

"원하는 걸 하는 거지...."

'나라면....' 어린왕자는 혼자 생각했다.

'만약 내게 53분을 쓰라면, 나는 아주 천천히 샘을 향해 걸을 텐데...'

여기에는 이런 답장이 왔다.

B : 아하! 우리들이 물 마시는 시간은 일주일에 딱 53분이군!

P : 물은 생명의 원천! 대체할 수 없는 절대적 신과도 같은 존재

O : 천천히 샘을 찾아 걷는 어린왕자를 상상해보는 이 재미

H : 햐! 잔잔한 감명! 천천히 사는 삶의 진리가 여기 있어... 슬로라이프!

K : 아무튼 어린왕자를 열 번은 읽어야 해! 나이가 들수록...

R : 한 때는 아이였던 지금의 어른들은 숫자의 전문가가 되어 모두 계산을 하고 있겠지?

L : 하늘에는 오억 일백육십이만 이천 칠백 삼십일 개의 별이 있어. 그걸 세어보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A : 첫 번째 방문한 별의 왕처럼 이치에 딱 맞는 명령만 내리는 왕! 그러나 그 명령이 현실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걸 느끼는 어린왕자

U : 정작 본인이 직접 겪지 않고 탐험가의 말만 믿고 글만 쓰는 어느 별의 지리학자, 어린왕자는 천천히 걸어 샘물에 도착할 것이다.


<어린왕자>의  명대사를 음미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건

'기적'이야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어.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단다.

네 장미가 너에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네가 장미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야.

하지만 너는 이것을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너는 장미에 대한 책임이 있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네가 나를 기르고 길들이면

우린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돼.

넌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되고

난 너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될 테니까.

수천, 수백만 개의 별 중에서

하나밖에 없는 어떤 꽃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야. 

비밀 하나를 알려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더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너는 매일 같은 시간에

오는 게 좋을 거야.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기어이 네 시가 되면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그제야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 

만약 여러분이 어느 날 아프리카 사막을 여행한다면, 그것을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이 풍경을 주의 깊게 보아주세요.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그곳을 지난다면, 당신께 부탁드리건대, 서두르지 말고, 그 별 밑에서 잠깐 머물러 주시길!

만약 그때 한 아이가 당신에게 다가온다면, 만약 그가 웃고 있다면, 만약 금색 머리칼을 가졌다면, 만약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친절을 베풀어주시길!

나를 너무 슬프게 내버려 두지 말아 주시길.

그가 돌아왔다고 내게 빨리 편지를 써 주시길....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샘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너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너의 진정한 친구야. 

만약 어른들에게

“장밋빛 벽돌로 지은 예쁜 집을 봤어요.

창에는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고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를

생각해내지 못한단다. 

그냥 “십만 프랑 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야,

그들은 “야! 참 멋진 집이구나!” 소리친단다. 

네가 날 길들이면

우리에겐 서로가 필요해져.

사막에서는 조금 외로워.

그런데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해가 지는 것을 보려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해가 지는 쪽으로 가야 해.

가끔 폭풍, 안개, 눈이

너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마다 너보다 먼저

그 길을 갔던 사람들을 생각해봐.

그리고 이렇게 말해봐.

‘그들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그렇게 되면

황금빛 물결치는 밀밭을 볼 때마다

네가 생각날 테니까.

나는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에도

사랑하게 될 테니까…

“길들인다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우선 참을성이 많아야 해.

처음에는 나랑 좀 멀리 떨어져서,

이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그러면 내가 널 곁눈질로 힐끗 보겠지.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이란 오해를 낳기도 하니까.

그러다가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앉는 거야.”

지금은 슬프겠지만

그 슬픔이 가시고 나면

넌 언제까지나

내 친구로 있을 거고

나와 함께 웃고 싶어 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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