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완전하고 순수한 창작이란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글을 취하여 자기가 쓴 것처럼 행세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사기 행위는 문서위조 내지는 저작권 침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일반적으로 저작권법 위반이 된다. 그러나 단지 똑같은 사상이 다른 어구로 표현되었을 경우에는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아주 똑같은 표현일지라도 그것이 그 작가 스스로 독자적으로 영감을 얻어 쓰였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에는 침해행위는 구성되지 않는다.
시 전체에 흐르는 관조의 시류는 같을 수 있겠으나 출처를 밝히지 않고 두 행 이상 그 표현을 그대로 베껴서 시를 만들었다면 표절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표절은 소재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구체적인 표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완전하고 순수한 창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인이 어떤 시를 창작한다고 하는 것은 이전에 읽었던 책, 살아온 환경, 만나고 있는 사람들, 사고방식 등 직접적인 영감이나 간접적인 교감들이 한 군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과물 내지는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정다혜 시인의 <빠져나간 자리>(이하 정다혜 시)와 표절의 논란이 되었던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인 이성이 시인의 <어떤 사랑에 대하여>(이하 이성이 시)를 비교하면서
표절을 의심하게 하는 시어나 시행과 시를 관통하는 시류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두 시의 시 종자는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 속으로 그릇 하나가 끼였다 일 것이다.
두 시인 모두 이러한 객관적인 현상을 보고(아마, 정다혜는 이런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을 직접 체험하였을 테고 이성이는 정다혜의 시를 읽고 간접경험을 하였다고 필자는 유추한다.)
두 사람의 시가 탄생하였다고 생각한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다른 시인의 시나 어떤 작가의 소설을 읽거나 화가의 그림을 보고
시를 창작해내는 시인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은 이미 밝힌 바 있다.
표절의 의혹을 사는 시어의 행간을 열거하면 설거지를 하다 그릇 속으로 그릇이 끼었다 와 세제를 넣고 부드럽게 달래 봐도 서로가 서로를 놓지 않는다
이 두 행의 시어는 표현을 조금 바꾸었을 뿐 첫 행을 읽는 순간 이성이가 정다혜 시를 표절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구절이다.
그리고 시어의 선택이나 행간은 틀리지만 같은 시풍으로 비슷한 느낌과 유사한 서정을 풍기는 시구들은 한 그릇이 한 그릇에서 빠져나간 그 자리 그릇의 피가 흥건하다-(정다혜 시)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게 포개지는 불안조차 더 큰 결합으로 만들어 버리는 숨찬 저들의 포옹 더 이상 그릇 구실을 못하게 된 결사적인 포옹이 눈부시다-(이성이 시)
또는 그릇이 저리 오래 껴안고 있다니 나는 저 팽팽함이 두려워진다- (정다혜 시)와
서로 다른 그릇이 이렇게 부둥켜안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서로의 몸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을 게다. 오랫동안 서로를 찾았을 것이다-(이성이 시) 또는
"하나를 살리기 위해 하나를 버린다"-(정다혜 시)와 "싱크대 모서리에 깨지지 않을 만큼 탁탁 쳐도..... 중략.... 더 이상 그릇 구실을 못하게 된.... 하략...-(이성이 시) 같은 시구의 탄생은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성이는 누구라도 가끔 접할 수 있는 그릇 속으로 다른 그릇이 끼어든다는 정다혜의 시를 읽으며 무릎을 탁! 쳤을 것이다
그러면서 동류의식이나 연민 같은 따스한 심정으로 정다혜의 시를 오랫동안 천착하였거나 계속적인 사고의 확장을 추진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시를 창작하였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시풍이나 관조의 맥과 시류는 정다혜를 빼닮았다는 혐의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설령 같은 장르라 할지라도 구성 방식과 시어의 선택이 유사하다고, 또는 기승전결 중 도입 부분이나 주제의 동질성 때문에 막연히 같은 시라고 추정하거나 표절된 시라고 단정 짓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따른다는 필자의 생각을 치졸한 편견이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사소한 일상적인 삶의 경험으로 또는 발견의 시학으로 창작된 정다혜와 이성이의 시에 경의를 표하면서
(1) 참신한 비유와 역설의 체계를 갖춘
(2) 시어가 간결하고 정리가 잘 된
(3) 서정성과 특히 철학이 조화된
(4) 시상의 전개에 따른 형태의 완결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두 시인의 시 두 편이 표절의 논란에 휩싸여서
먼 곳에 사는 강원도 산촌의 시인까지 행복한 고민과 함께 시를 짓는 입장에서
시를 한 번 해부해보는 일을 하게 해 준 점 은근히 감사드린다.
대한민국은 시인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에는 시인들이 1년 동안 몇 백 명씩 양산되고 있는데 시인들의 면면들은 거의 비슷비슷해지고 있다.
그래서 색다르고 특이한 얼굴의 시인을 기다리는가 보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많은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가 참 어렵다.
시 쓰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정다혜
좋은 말씀을 주신 백도바다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장 추운 강원도에서 보내주신 지적이라
아주 차갑고 빛납니다
이 경우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서 비슷한 사례들을 종종 보게 되지요
늘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할 것입니다.
진실한가?, 내 전인격을 담은 목소리인가?
자기 검열에 철두철미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부터 크게 되돌아보고 뉘우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봄입니다
삼척 미남인 00 시인 손잡고
이번 낭송회 나들이 한 번 하시지요
소주 한 잔 합시다요
희0
잘 읽었습니다. 잘 꼬집어 주셨네요 먼길 오시면 참 좋겠는데.....
정다혜
*시 내용을 궁금해 여기는 분이 많아서...
정다혜
설거지하다 그릇 속으로 그릇이 끼었다
세제를 넣고 부드럽게 달래 봐도
서로가 서로를 놓지 않는다
움직일 틈새도 없이 저리 오래 껴안고 있다니
나는 저 팽팽함이 두려워진다
꼭 낀 사기그릇 한참 만지작거리며 길을 찾다
하나를 살리기 위해 하나를 버린다
이것들 제 몸 부서질 줄 알고도
꼭꼭 끼어 있었단 말인가, 깨어져
한 그릇이 한 그릇에서 빠져나간 그 자리
그릇의 피가 흥건해진다
내가 살기 위해 너를 부셔내야 했던
어미의 옹이 진 자궁이 그날처럼 핏빛이다
내게서 빠져나간 것이
나를 할퀴고 있다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이성이
설거지를 하다 그릇끼리 끼었다
하나가 등 뒤에서 껴안은 상태인데
흔들어도 보고 세제를 발라 살살 달래 봐도
도대체 떨어지지 않는다
오롯한 집중, 자세히 보니
신기할 정도로 꽉 붙어버렸다
서로 다른 그릇이 이렇게 부둥켜안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서로의 몸에 음각(陰刻)으로 새겨져 있었을 게다
오랫동안 서로를 찾았을 것이다
싱크대 모서리에 깨지지 않을 만큼 탁탁 쳐도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게 포개지는
불안조차 더 큰 결합으로 만들어버리는
숨찬 저들의 포옹
더 이상 그릇 구실을 못하게 된
결사적인 포옹이 눈부시다
꼭 낀 유리그릇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옆에 그대로 놔둔다
때로는 사랑만이 필요할 때가 있다
(다음날인가, 둘은 저절로 떨어졌다)
한00
아고. 이제야 봤어요. 죄송요. 정말 좋은 평을 하셨어요. 개운하게요.
표절시비를 인정하고 곧바로 시정에 들어가야 영주일보의 체면도 설거라 생각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