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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Dec 19. 2017

남인도, 나 홀로 40일, 딱 한 권의 책을 가져간다면

--딱 한 권? 두 권? 세 권이면? 더 이상은 배낭이 노노노!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나다.

남인도 나 홀로 40일을 여행하는 데

아껴읽을, 길고 긴 버스나 기차 안에서 시간을 죽이는, 잠들기 위한 수면제 책, 한 두 권은 필수가 아니겠는가?

간택을 위해 서재의 수많은 책을 다시 한번 꺼내 보게 되는 이 기막힌 미덕,

그리하여 강제로 독서 노트 형식의 책을 통한 사색!

1.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예의, 재치, 통찰로 이루어진 보석, 드 보통은 놀라운 에세이를 써왔다.

화려한 수사에의 초대장... 광활한 경이감을 주는 책--<볼티모어 선>에서 극찬한 책이다.

  0. 출발--기대에 대하여, 여행을 위한 장소에 대하여

  0. 동기--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호기심에 대하여

  0. 풍경--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 숭고함에 대하여

  0. 예술--눈을 열어주는 미술에 대하여,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0. 귀환--습관에 대하여


2, 신영복 옥중서간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너무나 유명한 책이다. 시대를 넘어 우리 민족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책으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출판된 지 10년, <엽서>가 나온 지 5년. 두 책이 합해져 1998년 증보판이다.

1998.10.27 나는 <길을 잃고 책을 사다>라고 첫 장에 빨간 글씨로 꾹꾹 눌러 적은,

이 책을  1998.9.10 초판 2쇄로 발행된 책을 샀다. 지금은 100 쇄도 넘었을 것이다.

20년의 옥고를 치르며 그의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 출판한 책으로 우리의 양심과 고뇌를 나누어 받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오래전에 읽었으나 그 후 내 서재 어딘가에 숨어 사셨던 귀하디 귀한 신영복 선생,  

선생이 <현시대를 어떻게 양심적 고뇌로 살아가야 하나?>라는 진지한 명제를 우리 모두에게 화두로 던져 놓은 책이다. 여러 번 읽어야 할 소중하고 귀한 책이다.


3.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사실 류시화 때문에 <인도 여행 붐>이 일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싫어한다.  

우리들도 이제는 동남아, 일본 등  3박 5일~일주일 정도의 해외여행에 자족하는 그런 문화와 여행, 지적 수준을 넘은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것이 최근 여행을 주제로 한 매스컴의 영향인지 소득과 문화 수준의 향상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뒤에 소개할 <지구별 여행자>처럼 여행에 관한 책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2017.4.18 산 이 책은 그동안 류시화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서평을 보고 골랐다.

"우리는 자신이 여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행이 우리를 만든다."라는 명제와 더불어  

<내가 묻고 삶이 답하다>, 질문과 경험을 통해서만 인생의 의미와 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 류시화를 다시 해석하고 싶었다.

내용 중에서 특히 <신은 길을 보여 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방황한다고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삶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 시작된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제목인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지 않는다.--내려놓은 후의 자유> 등의 글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1. 김훈 <라면을 끓이며>

--먹고산다는 것의 안쪽의 비애라고 적은 책,

<나는 손의 힘으로 살아야 할 터인데 손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 밝힌 김훈의 에세이,

이 책은 세 권의 책,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 <바다의 기별>에 실린 일부의 글과 그 후에 새로 쓴 글로 합쳐서 역은 책이다.

김훈의 책 <자전거 여행 1,2>를 읽으며 나도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우리 영토 방방곡곡 일주를 하고 싶었다. 젊었을 한 때는. 


2. 이병률 <끌림>

--나는 이병률 책은 시집이던지 여행 에세이던지 무조건 다 샀다.

특히 그의 짧은 글, 명언처럼 들리는, 경구 <예를 들면 : 내가 걸어온 길이 아름다워 보일 때까지 난 돌아오지 않을 거야!>가 좋았고 그의 사진은 한 폭의 수채화 같으며 마치 내가 그곳에 여행하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담백한 인물화와 정물화, 흔들흔들 거리는 사진까지, 내가 왜 이병률을 좋아하는지, 왜 내가 여행 마니아로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또 책 속에는 여행을 하면서 쓴 글들이 길지 않아서 아무 쪽이나 펼쳐서 읽기 편했다.

2011년 북유럽 여행 중 아무 쪽이나 펼쳐 보았고 그쪽에다가 나의 여행 감탄과 찬사를 마구 휘갈겨 쓴 책, 다시 보아도 친근하고 애착이 가는 책이 <끌림>이다.

이 <끌림>이라는 책은 너무 험하게 다루어서 남루하게 낡았다. 조금 미안하다. 


3. 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낯설고 외롭고 서툰 길에서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그래서 더 사람다워지는 것, 그리하여 내가 나임을 알아보는 것, 그게 여행이라서....

앞으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그럴 땐 똑같이 생긴 뭔가를 두 개 산 다음 그중 하나에 마음을 담아서 건네면 된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된다.

남인도, 40일, 이렇게 하면 내가 하고자 했던 여행으로 완성될 거야......

1.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나는 여행이 좋았다. 삶이 좋았다. 여행 도중에 만나는 기차와 별과 모래사막이 좋았다. 생은 어디에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켜놓은 불빛이 보기 좋았다. 내 정신은 여행길 위에서 망고 열매처럼 익어갔다.

여행은 내게 진정한 행복의 척도를 가르쳐 주었다. 사기꾼과 성자와 걸인, 그리고 동료 여행자들이 나의 스승이었다. 그들이 나는 좋았다. 때로 삶으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명상이고 수행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이건 순전히 류시화의 말장난이고 그의 건방진 생각이다. 나는 마음의 허기와 머릿속의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한 권의 책이라도 안 들고 갈 만만한 자신감이 없다.

자유를 찾아 생각의 비좁은 골방을 떠나 세상 속으로 가는 것이나, 또 자유를 위해 스스로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나 둘 다 삶의 여행임에는 다름이 없다. 그 여행이 너무 힘들어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순간이 올지라도 여행자에게는 그 여행을 이끌어 주는 소중한 빛이 있다. 내게 끝없이 손을 흔들어 주던 그 집시, 성자, 걸인처럼... 그들도 모두 한 권의 책이었다고 우길 텐가?

2002년에 출간된 이 책은 거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인도 여행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인도 여행의 붐이 일어났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류시화의 이런  인도 명상여행책 때문에 인도 여행 붐이 일어났음을 나는 부정한 바 있다.> 2007년 1판 77쇄 발행 본을 샀으니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배우고 이미 인도 여행을 많이 다니기 시작할 때 나는 비로소 인도 여행을 구체적으로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술을 한 잔 걸치거나 문단의 행사가 있을 때 또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항상 <내 나이 50이 되기 전에 인도를 가야지, 가야지!> 했다. 그리하여 내 나이 50이 살짝 넘은 2011년 교원대 대학원 학생 시절에 북인도를 갔다. 이제, 3번째, 인도 여행, 남인도, 40일, 순수, 배낭여행, 시작한다, 전혀, 두렵지, 않다. 

내가 언제나 부러워해 마지않는 사람은 이제 막 처음으로 배낭을 메고 새벽의 인도 공항에 도착하는 사람이다.

나는 1월 초 야심한 밤에 남인도 코치 공항에 혼자 씩씩하게 도착할 것이다.   


2.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나는 정호승 시집은 네 권 가지고 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새벽편지>, <슬픔이 기쁨에게>

시인으로만 대했던 정호승을 이제 에세이로 만났다.

이번에 나와 남인도를 동행할 책님(?)으로 간택을 기다리는 이 책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은

2006년 발행을 시작으로 2010년 92쇄가 발간된 초베스트셀러 책이다.

나는 가끔 인터넷서점에 들어가 베스트셀러 베너, 여행 책 베너, 시집 베너 등을 쭉 둘러보면서 관심 어린 어떤 책은 서평과 목차까지 한 번 보기도 하고 읽고 싶은 책은 장바구니 보관함에 한 권씩 넣어두었다가 한꺼번에 왕창 내 서재로 모시고 온다. 이 책도 그런 절차로 내 서재로 이사 오셨나 보다.

일전에 이화여대 강당에서 플라톤 아카데미 강사로 초대되어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라는 주제로 강의한 정호승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서 들었는데 그에게 폭 빠졌다. 대게 시인은 소설가보다 말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호승은 강의를 너무 잘한다.

시인의 미덕으로 솔직하고 담백했으며 진지했고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호소력의 흡입 강의로 몇 백 명의 청중을 사로잡는 그의 모습에 정호승을 높은 점수로 재평가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3.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또다시 이병률이다. 첫 장을 넘기자 10쪽 정도는 여행사진이다.

르포 사진인지 인물사진인지 정물화인지 수채화인지 흔들거려 버릴 사진인지 분간이 안 되는 사진들, 이병률 시인의 사진을 좋아한다.

나도 여행 중에 dslr을 가지고 다니며 책에서 본 사진들을 연상하며 사진을 찍는다.

1000장을 찍어서 10장만 건지자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사진 찍는 방식이다.

여행할 때 사진 촬영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멋진 풍경을 보면 찰칵,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꼴깍, 분위기 좋은 장소에서 딸꾹, 예쁜 소품을 보면 찰칵... 찍고 또 찍는다.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이대고 쉬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이런 습관은 과연 좋은 여행법인가?
 정신과 의사 문요한의 <여행하는 인간> 이란 책에서 본 대목은 여행에서 사진 촬영이 많아질수록 우리 뇌는 덜 느끼고 덜 기억한다. 가뜩이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여행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과도한 촬영은 여행을 더욱 메마르게 한다.

또한 미국의 비평가 수전 손택이 쓴 책 <사진에 관하여>에서는 “노동 윤리와 조직이 냉혹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사진 찍기에 더욱 집착한다고 본다. 하루 종일 일 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거나 휴가로 일을 하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데, 사진 촬영을 열심히 함으로써 자기가 했던 일과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고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라는 글은 배낭여행자로서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목숨 거는 그런 사진 때문에 여행을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

이 책은 11군데를 접어놓았다. 분명 이 책을 다시 꺼내어 본다면 그 부분만이라도 다시 읽어보라는 나의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내 심장이 끄덕끄덕했다. 여행은 시간을 버리는 게 아니라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었다. 낯선 곳으로의 도착은 우리를 100년 전으로, 100년 후로 안내한다. 그러니까 나의 사치는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인 것이다.>,

<뜨겁고 매운 라면 한 그릇, 삼백만 년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 인도로 간다. 세 달 여행이니 짐이 많다. 라면 5 봉지를 넣었다. 한 달 후쯤 몸이 성질을 부리기 시작, 라면을 끓여 먹을 곳을 찾다가 불가촉천민들의 노숙 텐트에 가서 끊여 먹는다. 그 아이들이 라면을 애달프게 침을 흘리며 본다.....>  

1. 안도현 <발견>

--이 책은 안도현이 한겨레신문에 1년 동안 연재한 원고지 3.7매의 분량의 칼럼 비슷한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나는 안도현의 시적 표현을 시 습작 시절부터 좋아해 왔다. 내가 발표한 시 작품에도 안도현의 표현방식이 조금씩 알게 모르게 살아있을 것이다.

작고 나직하고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생활의 발견>, <기억의 발견>, <사람의 발견>,  <맛의 발견>, <숨의 발견>으로 나누어져 있는 책인데

1분 이내에 한 편씩 읽을 수 있어 좋다. 속도감을 느끼는 책이 요즈음 대세던가?

그러나 짧으나 글 속에 숨어 있는 내용은 의미심장하고 길어서 때로는 그 여운은 숙연하게 한참 동안 간다. 

 

2. 크리슈나무르티 <자기로부터의 혁명>

--비좁은 서재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꺼내 든 이 책, 내가 소유하고 있는 책 중에서 가장 오래(1982.9.20 발간-무려 35년이 지난...)된 듯하다.

그동안 어떻게 내 서재에 들어와 오랫동안 사셨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먼지 냄새 같은 거, 아니면 곰팡이 냄새 같은 거를 맡으며 책을 펼쳤다. 그리고는 이내 바닷속에서 진주를 만나듯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크리슈나무르티의 사상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비록 1%의 진도였겠지만... 이제 나도 나이를 먹고 이런 책을 이해할 때가 되었나 보다.

독수리타법으로 각장의 주제별 요점을 정리한다. 아쉽게도 제13~15장 까지는 책 편집에 오류가 있어 앞장의 내용이 중복되고 빠져있어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 그 내용을 찾으려 며칠 노력을 했지만 아직 못 찾았다. 찾는 데로 채워 넣을 것이다.  


3.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전 세계 석학들이 왜 정의에 주목하는가? 하버드 학생들은 정의를 배우는가?

자유주의에서 공리주의,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존 롤스까지 흥미롭고 도발적인 실제 하버드대학의 수업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로 소개된 이 책은

2011년 교원대정책대학원 때 어느 한 교수의 숙제인 분기 말 리포트 제출을 위해 구입하였다.

책을 넘기니 여기저기 몇 군데만 보았던 흔적이 있다.

사실 리포트 제출은 이 책을 읽고 쓴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짜깁기해서 제출했을 것이다.

그때는 진짜 몇십 년 만에 주당 수업도 여유로운 대학원생의 신분이었으니까 실컷 놀기에 몰두했던 게 맞다.

1. 안도현 <백석 평전>

--우선 책의 두께에서 부담감을 가지게 되는 2014년 6월에 출간된 책이다. 무려 455쪽의 책이니까.

1980년 안도현이 스무 살 무렵, 백석의 시 <모닥불>이 처음 내게 왔다.

그때부터 그를 짝사랑하기 시작했다로 시작되는 장편의 평전이다.

“아! 내 기억으로는 안도현도 <모닥불>이라는 시집이 있는 것 같다.”

<평전>이라는 형식으로 백석의 생애를 복원해 본다면 이것 역시 그를 직접 만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안도현의 역작이다.

조용한 때에 안도현의 시집을 펼쳐보노라면 아주 하찮은 사물들, 세상의 중심에서 소외된 존재들의 표상이 어찌 그리도 슬프고 처연하고 눈물겹게 그려져 있는지, 같은 시인으로서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자연을 시적 소재로 다룬 작품들도 그것이 지닌 내밀한 의미와 주변 사물들과의 인과관계를 시인적 직관과 상상력으로 재구성해내는 데 있어서 그의 비범한 솜씨는 과연 우뚝하였다.

<백석 평전>, 학술적 가치마저 있는 이런 희귀한 평전을 보는 느낌은 많이 새롭고 낯설다. 


2. 현상길 엮음, 풀잎 간행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세계 단편 30>

--세계적으로 유명한 단편 30편을 한방에 읽을 수 있다니...

남인도, 40일, 일주일에 7 편씩 읽으면, 나의 여행 일정에 잘 맞는 책 일 것도 같은데....

미국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부터, 영국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독일 프란츠 카프카의 <시골 의사>, 러시아 안톤 체호프 <귀여운 여인>, 프랑스 알퐁스 도데 <별>,  일본 류노스께의 <라쇼몽>, 중국 루쉰 <고향>, 한국 김동리의 <무녀도>까지 제목만 보아도 유명한 단편소설들이다. 흥미진진, 무궁무진하다.


3. 월리엄 번스타인 <부의 탄생>

--이 책도 교원대대학원에서 정책기획 수업 부교재로 채택되어 구입한 책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어렵다. 오랜 공직생활로 꼬박꼬박 월급만으로 그럭저럭 살며 경제에 대한 개념은 전혀 없이 산지 오래되었으니 난해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목차를 적어보면 이 책의 성분과 함량을 미루어 짐작이 될 것이기에....

제1부 무엇이 성장을 낳는가 – 번영에 꼭 필요한 4가지, 재산권의 등장과 확립, 과학적 합리주의의 등장과 확산, 자본시장의 활성화, 수송과 통신의 발달, 부의 창출을 위한 틀의 완성

제2부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 – 가장 먼저 부를 창출한 국가—네덜란드와 잉글랜드, 두 번째로 부를 창출한 국가—프랑스, 스페인, 일본, 뒤쳐진 국가들—이슬람 세계와 라틴아메리카

제3부 번영의 결과와 부의 흐름—국가의 번영과 개인의 행복, 부를 둘러싼 거대한 상충관계, 부와 세계 헤게모니의 장악, 상장이 이대로 지속될 수 있을까, 언제-어디서-어디로 --- 

소제목만 보아도 자본시장의 발전 상을 유추할 수 있고 경제 개념을 정립할 수 있는 양질의 교양서다.  

1. 알랭 드 보통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누구든 연애를 해보았을 테니까 이 책을 산 이유는 순전히 제목을 보고 구입한 게 맞다. 그러나 이 책에서 드 보통은 연애라는 <케케묵은> 문제를 놓고 비상한 철학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들은 대부분이 연애를 경험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연애에 대해서는 나름의 식견과 일가견을 가지기 마련인데 그런 독자들을 앉혀놓고 새로운 통찰과 깨달음으로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드 보통은 이 책에서 1인칭 화자인 본인과 클로이라는 여자가 엮어나가는 러브스토리를 제시하면서 그 의미를 캐나 가는데, 그 스토리가 또 대단히 도전적이다. “예를 들면 제5장 정신과 육체 <사실 이 장만 다시 읽었다> 생각만큼 섹스와 대립하는 것은 없다고 시작되는 이 장에서는 여자 친구 클로이 아파트에서 섹스를 하면서 느끼는 철학적 통찰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클로이 방에 비치된 거울 속에 비친 두 사람의 섹스 모습을 기술하면서 정신과 육체가 합일되었을 때의 그 객관화된 모습과 관객의 입장으로 느끼는 전율을 동시에 맛보면서 정신과 육체는 기꺼이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은 결국, "정신은 육체를 떠날 수 없으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무엇인가 색다르고 독특한 이야기라서 도전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하기까지 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도전적이라는 것이다.

극소수의 색다른 경험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겪어보았을 뻔해 보이는 연애담에서, 우리들 모두가 미처 몰랐던 철학적 통찰과 의미를 끄집어내었다는 데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굉장히 좋고 의미심장한 소설이다.  


2. 문광훈 <시의 희생자 김수영>

-- 사실 김수영을 잘 모른다. 김수영의 대표 시 <풀> 정도는 알고 있다.

<풀> —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시의 원리, 그것은 시 짓기와 시 읽기뿐만 아니라 이 시적 활동이 함의하는 삶의 전부를 포괄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의 리듬은 시의 형식적 성격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전체적 생명 현상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는 한 시의 와해는 삶의 와해다.

시가 살 수 없는 곳에 삶과 세계 역시 올바른 방식으로 자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수영(1921∼1968)은 한국적 모더니즘의 대변자로, 혹은 저항시인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런데 그의 작품세계가 공자에 젖줄을 대고 있다는 학설이 있다.

동서 사상사를 횡단하는 이런 흥미로운 주장을 편 사람은 서울대 철학과 김상환 교수다.

데카르트 철학의 권위자인 그는 신간 <공자의 생활난>(북코리아)에서 서로 배타적인 것처럼 보이는 모더니즘과 전통주의가 김수영에 이르면 서로 맞물려 있다고 말한다.

몇몇 평론가들이 김수영의 대표 시 <풀>을 논어의 한 구절과 연관시켜 해석한 바 있다.

저자는 이를 확장시켜 김수영과 논어의 연관성을 하나의 학문체계로 완성한다.

첫 작품에서 마지막 시에 이르기까지 시구 하나하나를 예로 들어

설득력 분석하고, 일관성 있게 풀어가고 있다. 


3. 강준만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을 소통하는, 이해하는, 9가지 코드 읽기다.

<다큐멘터리 같은 픽션 영화와 픽션 영화 같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 프랑스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의 말이다.  

미국 작가 <수전 손택>은 이 말을 받아 <픽션 같은 에세이, 에세이 같은 픽션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강준만은 손택의 말을 받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논문 같은 잡글, 잡글 같은 논문을 쓰고 싶다.>

강준만은 현재 전북대 신방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문화는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훨씬 더 많으며, 더구나 묘한 것은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감춰진 바를 가장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문화를 연구하면서 정말로 중요한 일은 외국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강준만이 쓴 잡글, 9가지 소통 코드로 대한민국의 문화를 이해해 보려는 시도로 쓰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빨리빨리의 문화정치학> -- 한국의 <속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 <아파트의 문화정치학> -- 아파트가 공공 커뮤니케이션에 미친 영향, <자동차의 문화정치학> -- 자동차가 한국인의 국가, 사회 정체성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죽음의 문화 정치학> -- 한국의 장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 <전화의 문화정치학> -- 구별 짓기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전화 문화사, <대학의 문화정치학> -- 한국의 대학 식민지 체제에 관한 연구, <영어의 문화정치학> -- 한국에서의 영어 제국주의에 관한 연구, <피의 문화정치학> -- 한국의 혈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 <간판의 문화정치학> -- 간판은 어떻게 한국사회를 재현하는가?

9가지 코드를 쭉 한 번 적어 보았더니 이해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궁금해지기도 한다. 


4. 김규희 <한국인이 사랑한 세계 명작의 첫 문장>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이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의 이 첫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200번을 고쳐 썼다고 한다.

작가는 소구력 있는 강렬한 첫 문장을 남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사실 첫 문장은 처음 쓰는 문장이 아니다. 쓰고 또 쓰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쓴 작가의 혈서다. 

제1차 북인도, 제2차 중부 인도 여행 때 읽었던 책 들이다.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은 인도 여행의 바이블이다.

류시화도 이 책을 읽고 인도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으리라. 

1969년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인도 여행을 시작한 후지와라 신야는 서른아홉 살까지 인도, 티베트, 중근동, 유럽, 미국 등을 방랑하고 <아사히 신문>에 삼 년 간 <인도방랑>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당시 일본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여행작가로서, 사진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제1차, 제2차 인도 여행 때 읽은 책이다.

<바다로 나 있는 길> 이번 제3차 남인도 여행을 위해 산 책이다.

주로 내가 다닐 남인도의 여행루트와 일치해서 산 책으로 밑 줄을 그어가며 정독을 해야겠다. 

제3차 남인도 여행을 위해 산 책이다.

<인도, 바람도 그릴 수 있다면....> 만화로 된 책으로 괜찮다.

<삶이 흔들릴 때. 인도> 계속 흔들리는 게 삶이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그 여자 인도 여행> 은 읽을까 말까...

이번 남인도 여행안내 책자는 <프렌즈 인도>로 정했다. --- <여행 가이드북 광고는  아님.>

<론리플래닛>은 얼마 전 두 번째 인도 여행 때 샀지만 찾기 힘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인도의 지역과 도시마다 대표 유적지나 관광명소에 대한 사진이 없어 불편했고 

동선 짜기가 어려워 가지고 가기는 했으나 전혀 안 보게 되는 가이드북이었다.

<Enjoy 인도>는 이번 세 번째 남인도 여행을 위해 샀으나 <프렌즈 인도 >와 거의 비슷하고 <프렌즈 인도>를 먼저 사서 벌써 한 두 번 읽었기에 이걸로 정하기로 했다. 

사실, 이 책은 너무 두꺼워 인도 중에서  내가 방문할 남인도의 예상 주와 도시만 칼로 절단하여 1/3 정도로 쪽 수의 분량을 작게 만들었더니 내 마음에 썩 든다.

혹시, 마음이 변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생겨 북인도(특히, 바라나시)가 갑자기 많이 당겨도 

가이드북이 없어 못 간다. 아니 안 간다. ㅎㅎㅎ...

고아--->첸나이를 일직선으로 그어 그 아래 남인도만 완벽하게 도는 것도 시간이 부족할 테니까. 그렇다. 

제 서재입니다.

결코 책이 많다고 자랑하려고 이 사진을 올리는 건 아닙니다.

이 많은 수 천권의 책들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남인도, 40일, 제발, 나를, 데려가, 주오!>라고

애원을 하는 것 같아 이 책 저 책을 꺼내어 목차나 머리글, 후기, 책 내용의 일부를 쓱~~ 쓱 한 번씩 흩어봅니다.

이런 시간이 나에게는 미덕이자 스스로 강제하는 독서이자 사색이 되었습니다.

서재 정리 차원에서 앞으로도 안 볼 것 같은 책은 과감하게 버리기도 하였고

시집은 시집대로 소설이나 에세이는 그런 장르 별로 가지런히 정리도 하였습니다. 

<명상과, 고난을, 나를 찾기 위한, 남인도, 나홀로 여행, 40일>에 적합하고 마땅한 책님(?)을,

그래서 많아야 딱 두, 세 분만, 데리고 가기 위하여 몇 일째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우리 회사 전자책 홍보 문서를 보고 무릎을 탁 치며 "아! 바로 이거야" 하며 회원가입을 바로 하였습니다. 때로는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전자책을 읽어도 되겠구나 싶습니다.

남인도 여행 중에 얼마나 책을 읽으려고 이렇게 책 욕심을 내며 온갖 폼을 재고 있는지

<나의 나여! 나는 나를 꼭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종이책  두세 권쯤은 가져가는 게 <남인도>에 대한 예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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