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부자의 하루> 를 읽고
오랜만에 단숨에 완독한 책 한 권이 있다.
<시간부자의 하루> / 위너프(정연우) 지음/ 시간으로부터의 자유
저자는 이미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아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이루고, 이미 '시간부자'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내가 궁금했던 건 시간부자가 된 방법(돈 버는 법)이나 저자의 현재가 아니었다. 내가 궁금했던 건, 이 책을 완독하게 한 힘은 저자의 과거를 알고 싶었고, 그래서 그다음은?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나는 어쩌면 시간 부자다. 단어 그대로 '시간 많은 사람'을 의미한다면 말이다. 회사 조직에 사직서 낸 순간부터 시간 부자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시간부자가 아직 되지 못했고, 여전히 많은 고민과 방황을 하고 있기에 내게 이 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 이미 시간 부자를 이루고, 만족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과거는 어땠는지.
나같이 혼돈스럽고, 때론 까칠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을 괴롭히고, 불안정하고 불안했는지...
이 책은
- 시간부자(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가 되고 싶은 사람
- 시간부자가 되었는데, 되고 보니 이게 끝이 아니네? 느끼고 당황스러운 사람
- 시간부자가 되기 전에 미리 마음의 계획을 짜두고 싶은 사람
- 부자 마인드가 뭔지 알고 싶은 사람
- 부의 축적이 어느 정도 되어야 돈을 좇지 않고 내 삶을 살수 있을지 고민인 사람
- 자녀에게 부에 대해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인 사람
등에게 추천할 만하다.
같은 텍스트를 두고 각자의 위치, 각자의 불안, 각자의 바람에 따라 꼭꼭 씹어 다르게 소화할 수 있다.
52p. 제1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은 자유 중...아무 의미 없이 보낸 것 같은 1시간도 엄연히 내가 보낸 시간의 일부인데 왜 그렇게 시간을 버렸다고, 낭비했다고만 생각했을까. 그동안 내가 어떤 잣대로 나의 시간을 평가해왔는지 이제는 천천히 따져보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나의 시간을 대했던 기준을.
56p.
...'그래야 한다'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해보고 싶었다.
79p.
...언젠가부터 나는 단 며칠의 여행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주말 이틀을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악착같이 버티며 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내 시간과 에너지를 몽땅 회사에 월급과 맞바꾸고 있던 시절, 나는 '여행에 환장'해 있었다. 환장해 있다고 해서 여행을 자주 간 것도 아니었다. (갈 수 없었다. 고작 연차 15일로 어떻게?!)
그래도 짬을 내어 3박 4일씩 동남아에 가곤 했다. 그리고 여행 마지막 날 호텔 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와인을 마시며, 하늘을 보고 누워버렸다. 그리고 친구한테 물었다.
"여행의 에너지를 일상으로 가져갈 순 없을까?' 여행이 끝나면 다시 도루묵 되는 이건 방법이 없는 건가?"
친구에게서 돌아온 것은... "그러게, 또 열심히 돈 모아서 여행 오자!"
의문은 지속됐다. 그리고 뜬금없이 오랜 친구에게 문자를 했다.
친구는 "여행은 일상과 완전히 달라서 여행이야. 여행에서 얻은 것을 일상에 끌어와 쓴다고? 말이 안 돼. 그냥 잠깐 도피하는 게 여행이지..."
여행을 끝내고 인천공항에 들어오자마자 늘 돌아나가고 싶었다. 다음 여행만을 기다리며 일상을 참고 버티는 것이 인생이라니 속이 갑갑해서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렇게나 여행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
사실은 여행을 좋아한 내 취향이 아니라, '여행하는 시간 외, 버티는 나날로 내 시간이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이제서야 안다.
107p. 제2부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 중
... 빠이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평온함과 공백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수 있는, 내가 절대 가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경지에 대해 나는 자주 생각한다.
바쁜 나날들 중 입버릇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라고 바라지만 바쁜 일이 끝나면 당장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나를 알기 때문이다. 이곳을 떠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상태가 그냥 될 줄 알았다.
회사를 퇴사하고 해야 할 일이 당장에 사라진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날은 며칠 있었다. 하지만 금방 목말라 헤매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헤매면서. 만족이란 것은 도저히 내게는 찾아와주지 않는 것인가, 내 환경과 내 성격을 탓해보기도 했다.
저자 위너프(Wenough)는 저자가 빠이에 여행 갔을 때, 남편이 이름 지어 준 것이라 한다. 'We are enough'라는 의미로....
이 책이 여타의 경영 경제 서적과 다른 점은 바로 이것이다. 저자는 '만족할 줄 아는 삶'에 대해 말한다.
'내게 얼마큼이 필요한지를 아는 것', 그것이 끊임없이 부를 축적하느라 날카로워지고, 끊임없이 헤매게 하여 내 삶은 저 뒤로 밀리게 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마침 오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저자의 북토크가 있었다. 왕복 110km를 달려 다녀왔다.
저자인 위너프(정연우)님과 출판사 대표이신 유나바머 님을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
139p.
... 여행에서는 한 끼를 천 원에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지만, 그것이 삶의 유일한 선택지라면 과연 행복할까? 자신 없었다. 평생 한 가지 메뉴판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았다. 그건 우리가 바라던 삶의 모습이 아니었다.
저자가 남편 회사에 사직서를 날리러 갔다가, 2달의 휴가를 받아 빠이로 가 2달을 살면서 느낀 것이라고 한다. (남편이 회사일에 지쳐 따뜻한 온기를 잃어가고 있을 때, 저자는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고 남편 몰래 남편 사직서를 써서 남편 회사로 가 팀장에게 사직서를 내밀었다고 한다. 걸크러쉬 저자 언니 나이스!)
그때 저자는 결심했다. 돌아가서 돈 공부를 하겠다고, 그리고 진정한 시간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누구에게나 '어떤 바닥', '계기가 되는 때'라는 게 있다.
내게도 그런 바닥이 있었고, 그 바닥에서 나는 회사를 관두고 태국으로 떠났었다.(저자와 나의 동질감 포인트 ㅋㅋㅋ) 그리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채로 떠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도움이었고, 떠났기에 '해야 하는 일'로부터, 족쇄로부터, 많은 책임으로부터, 많은 우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게 일탈이었든, 도피였든, 도망이었든, 잘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한국으로 돌아와있지만 그때의 내가 아니다. 지금 이 리뷰를 보고 있는 여러분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을 것이거나 있을 것이다 분명히.
203p. 제4부 내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
... 어째서 내 하루에는 해야 하는 일만 가득 차 있었는지. 원인은 마음이었다. 가난하고 메마른 마음...
...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일 자체에 중심을 둔다. 시선은 일의 끝에만 닿았고, 일하는 행위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달랐다. 일의 가치와 의미에 중심을 뒀다....
이 책을 잘못 읽으면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단순히 이분법 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무조건 회사를 관두라거나 하고 있는 걸 멈추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끊고 무조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가 아니다.
해야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과 맞닿아 있다면 그 가치를 감사히 여기고 즐겁게 여기면 된다. 오롯이 저자의 행보, 남편의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고, 새롭고 먼 나라로 떠나는 일. 이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겠다.
우리 모두의 삶에 있는 행복과 만족은 개개인이 모두 다르고, 그것을 추구하는 방식, 원하는 가치도 다르다. 텍스트에 다 담아 내지 못한 것을 오늘 북토크에서 저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약간의 답을 얻었다.
"나 잘 살고 있구나?!" "그냥 그 행복을 만끽해도 충분하구나?" 하고 말이다.
책의 좋은 구절들에 줄을 치다가, 하나하나 옮겨 적다가, 책 한 권 필사할 지경이다.
그리하여 리뷰를 이쯤에서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