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환경스페셜-지금 바다는>을 보고
2021년 8월 12일에 방영한 <KBS 환경스페셜 - 지금 바다는>를 보다가 충격받았다. 목포의 한 생선 전문식당의 주방, 아귀의 배를 가르는데 아귀의 위 안에서 작은 생수 페트병 하나가 통으로 나왔다. (아래 방송 캡처 화면 참고)
우리가 생수 페트병 하나를 얼마나 쉽고 간편하게 소비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느 누구도 저 플라스틱 쓰레기랑 나는 상관없다고, 아귀의 배에 그대로 들어가 아귀의 위를 썩게 만든 장본인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외출 시 간편하게 들고나가 물을 마시기 위해 집에 다량의 패트 생수를 주문해 두거나, 편의점에 들러 2+1 하는 생수나 마실거리들을 즐겁게 쇼핑하는 일은 늘 있다.
너무 당연하게 우리가 하고 있는 소비들. 우리가 그렇게 쉽게, 별생각 없이 소비한 플라스틱들은 결국 쓰레기의 종결지인 바다에 모이게 되고, 그것들을 바다 동물들이 먹고 있다. 그리고 그 바다 동물을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먹고 있다. 결국 우리가 쉽게 쓰고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우리와 아이들이 다시 먹게 되는 것.
우리가 흔히 먹는 바지락, 멸치, 홍합 등의 어패류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한 결과, 아래와 같이 나왔다고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자연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고 그것을 어패류들이 먼저 먹고 있을 뿐. 그리고 그 어패류들을 통해 우리가 다시 먹고 있다는 것. 게다가 우리 아이들이... 답은 우리에게 있다.
'당장은 괜찮겠지', '먼 미래의 일이겠지' 한다면 오산이다. 그냥 사실을 몰라서 맘 편했을 뿐. 현상태에서 우리는 일주일 동안 신용카드 한 장(5g)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의 입에 신용카드 한 장 떠먹여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당장에 별생각 없이 하던 생활습관 및 소비습관을 바꾸게 되지 않을까.
내가 사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는 남방 돌고래가 산다. 약 170마리의 개체가 서식 중인데, 이 중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나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이나 낚싯줄에 의해 등지느러미가 상처 나거나 심지어 꼬리지느러미가 통째로 없는 개체도 있다. 사람들은 꼬미 지느러미가 없는 그 돌고래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그 이름은 '오래'. 꼬리지느러미는 없지만 오래오래 살아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 다른 오래가 생겨나지 않게 하려면? 그것도 다 우리의 일이다. '우리가 더는 이래선 안 되겠다'는 다짐과 행동이 필요하다.
생활에서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도 문제지만 어업 현장에서 쓰고 버린 폐그물 등의 어획 도구, 낚시하러 가서 버린 쓰레기나 낚싯줄 등이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생업의 현장이자 취미의 현장에서 그것을 누리는 사람들이 조금 더, 아니 많이 신경 써야 할 문제 같다. 그것은 결국 생업을 이어가는 일이고 우리가 즐기는 것을 지속하게 하는 일이지 않은가.
'나 하나 이렇게 한다고~' 어떻게 될까, 무엇이 바뀔까 하는 생각은 큰 핑계이자 마음의 안도가 되어 준다. 이런 핑계로 안도할 때 우리 아이 입에 플라스틱 떠먹여 주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럼 '나 하나라도 하지 말아야겠다' '나 하나라도 이렇게 해 봐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죄 없는 어패류 및 바다 조류가 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가는 일은 곧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날 일과 다름없다. 최소한 '내 아이들에게 죄를 짓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깟 패트 생수병 하나 대신 텀블러 등의 재사용 가능한 용기 사용은 아주 어려운 일도 아니다. 두 손 무겁게 용기를 챙겨 다니는 일을 생활화, 습관화하길 나부터 노력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