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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덕 Dec 14. 2023

론드리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들 #7

하고 싶은 거 하thㅔ요,  노홍철

창업을 준비하면서

8년 전 빨래방과 카페를 결합된 공간을 구상했을 때 가까운 사람들에게 먼저 아이디어 검증을 받았다.

하나같이 다들 요즘같이 집에 세탁기가 다 있는 세상에 누가 빨래방에 가서 세탁을 하느냐며 창업을 말렸다.

또는 좋은 생각이다 해볼 만한 사업인 것 같다라며 응원해 준 지인들도 속으로는 안될 것 같다며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대박 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고, 최소한 적자운영은 안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부터는 뭔가에 홀린 듯이 진행하게 되었다. 심지어 하루빨리 만들고 싶은 마음에 밤에 잠이 안 올 만큼 설렜다. 초등학교 시절 느꼈던 내일에 대한 기대감에 잠자리에 드는 기분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은 8년 반이 지난 지금 세탁방과 카페가 결합된 론드리프로젝트는 안정적으로 잘 운영이 되고 있고, 유휴공간활용방안 비즈니스발굴 및 공간디자인 같은 일도 겸해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창업과 운영이 항상 순탄하고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 프로젝트 coming soon 떨리는 순간, 사진 - 론드리프로젝트


지원을 받아야 시작할 수 있는 창업,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가?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고 투자 및 대출을 받기 위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2015년에 창업을 준비할 때에도 정부에서 '창조경제'라는 이름 아래 청년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한다고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https://news.joins.com/article/17826419

나도 청년이니 창업을 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에 가깝게 내 사업을 변형시켜 짜 맞추고 나서야 지원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고, 받고 난 후에는 엄청난 양의 문서작업과 원청의 요구사항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그 문서작성에 특화된 프로엘리트 선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프로엘리트 선수는 문서작성에 프로엘리트 일뿐 실제 창업을 잘 해낸다는 건 아니다.)

그래서 지원을 받기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다가는 시간도 많이 흐르고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게 사업이 진행될 것 같아 정부지원을 깔끔히 포기했다.

(이 글은 2020년도에 작성하다가 다시 쓰게 된 글이다. 정권이 몇 번이 바뀌었다. 특정 정권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

가뭄이 든 논에 직수살포. 사진_ 청와대

차선책으로 정부지원금 말고 정부기관이나 각종 재단보증 창업대출이라도 받기 위해서 알아보게 되었다. 창업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이미 창업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논란처럼?!)

(이건 마치 공인인증서 및 Active-X 같은 시스템. 은행들이 불필요하고 복잡한 프로그램설치로 각종 보안의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기기 위한 방패막이로 삼은 것처럼 창업을 하기 위한 복잡하고 요구조건들을 만들어 창업의 시간을 허비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그렇게 까다롭게 기준을 세워 집행하는 동시에 가뭄이 든 논에 촉촉이 적셔줘야 할 단비 같은 지원금은 논바닥 어딘가에는 직수로 내리 꽂히고 있다.

직수를 맞은 부분이나 물이 필요하나 닿지 않은 부분이나 살아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지원금 사업은 마치 마약중독과 같다. 그 달콤함에 중독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이 정부나 지자체, 각종 재단에게는 중요치 않다.

가뭄이 든 논에 물을 뿌렸다는 사실과 인증자료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직수 살포 된 가뭄 든 논바닥의 모습, 사진_ Korea Press

8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통령과 윗선들은 바뀌었지만 정작 우리가 만나는 관계자들의 생각과 업무 패턴은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론드리프로젝트를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던 와중에 론드리프로젝트와 같은 지역기반형 비즈니스발굴 및 공간을 기획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 보고자 법인설립을 준비하게 되었다.

WEWORK 을지로, WEWORK 삼성역 등 관심 있는 공유업무공간을 둘러보기도 했지만 론드리프로젝트와 워시타운과 거리와 비용을 생각하니 마음을 접게 되었다.

어서와 내 사무실은 처음이지? wework에서 론드리프로젝트 사무실을 오픈하는 상상, 사진 - wework

그러다가 창업넷을 통해 1인 창조기업을 위한 업무공간을 지원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간단히 서류는 통과하여 강남역에 있는 1인 창조기업을 위한 공유오피스를 찾아갔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 서울에 처음 올라와 다니던 강남의 모 재수학원 옆에 위치했다. 어딘가 많이 익숙했던 그 공간들은 그 당시 고시원으로 쓰이던 건물이었다. WEWORK를 경험하고 갔던지라 1인 창조기업을 위한 공유오피스를 보고 더욱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무료라면 사용할 텐데 오히려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임대료를 책정하고 있었다.

뱅뱅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1인 창조기업을 위한 공유오피스 건물, 사진 - 네이버 로드뷰


정부기관에서 선정한 1인 창조기업 공유오피스 공간을 관리하는 그 대표는 2인은 원래 대략 70만 원 수준인데, 정부지원금을 제외하고 50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며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에서 사람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폭락했어야 할 자산들이 국가보조금을 통해 고수익의 임대료를 지원받으며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게다가 이런 정부지원사업은 결국 WEWORK나 패스트파이브 같은 민간 공유오피스산업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 안타까웠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3&aid=0003397815&sid1=001&lfrom=facebook

차라리 시설이라도 잘 갖춰 시작하는 민간기업이 만든 경쟁력 있는 공유오피스가 낫다. (공간공유를 넘어 문화와 새로운 비즈니스도 만들어내는 사람들 간의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공유오피스로서 발전될지는 의문이지만.)

이렇게 저렇게 뛰어다니느라 내 공간은 공간대로 관리가 어렵게 되고, 행정과 줄듯 말듯하게 밀당하며 창업자들의 시간을 갉아먹는 각종 지원사업들을 깔끔히 다시 포기하고 매장으로 돌아왔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9/2019102902056.html

 주진형 박사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원청-하청 이중구조사회‘로 이해하고 이 원청 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임금차별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 권력관계로 확대된다고 본다. 이렇게 생성된 프레임과 관계구조가 스타트업에게도 미치고 있다. 정부나 국회, 국가기관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갖고 사회적 권력의 윗선인 원청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국가발전의 장기적 관점에서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해야 한다. 정부지원사업이 항상 실패하는 이유다.


지원 없이 시작한 동네비즈니스

 도시에서 세탁소와 같은 지역생활서비스 공간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프랜차이즈 무인빨래방과 온라인서비스, 그리고 관광적 요소의 공간들로 채워지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터를 잡고 운영해 온 세탁소를 지원사업으로 살리는 것보다 지금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변화된 비즈니스형태로 재구성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론드리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실력으로 인정받는 무대, 바다 위 낚시

 채널에이 '도시어부'가 다양한 세대에게 공감받고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한 배 위에 올라탄 이들의 평등한 룰과 공정한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어부는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 이경규와 원로배우 이덕화 그리고 뉴질랜드 교포출신 래퍼 마이크로닷이 함께 출연했던 낚시프로그램이다. 지금은 도시어부 시즌2가 시작되어 더 많은 출연진들과 함께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방방곡곡 낚시하러 다니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성격이 불같은 이경규는 이 프로그램에서만은 꼰대가 아니다.

“'도시어부'에서는 위아래가 없다. 고기를 많이 잡는 사람이 배 위에서는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출처 - 채널에이 도시어부 페이지

 국가의 지원사업에 맞춰 내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닌 평등한 룰과 공정한 경쟁 속에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며 성장을 도모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다. 창업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이겨내며 지속해 나가는 내가 좋아하고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즐거운 거 하세요, 재밌는 거 하세요!

살면서 직접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을 해방촌 론드리프로젝트를 운영하며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람은 바로 방송인 노 홍 철!

 노홍철은 2016년 해방촌에 철든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서점을 오픈하고 해방촌 주민들과 교류가 많았다.

우연히 어느 날 론드리프로젝트에 찾아왔다.

해방촌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들과 함께 철든 책방의 한편의 공간을 꾸미는 협업회의를 하러 왔다가

설치미술가그룹 단골들 덕분에 소개를 받았다.

그 이후로 매장이 한가로운 시간대에 론드리프로젝트 지나가다가 들러주시고 얘기 나누고 가곤 했다.

그는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책방을 운영하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방송도 하고 있다.


그가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 여러분 하고 싶은 거 하 thㅔ요!"


사진출처 - 마이크임팩트

  

 그가 연예인이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처음 시작을 다시 생각해 봤다.

론드리프로젝트 시작 당시 나는 아무 욕심 없이 그냥 하고 싶기에 시작을 했는데

점차 많은 분들이 찾기 시작하고 잡지에도 소개가 되고, 방송에 나가며 관심을 많이 받다 보니

슬슬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서 2017년 서교동 워시타운을 지점 확장 오픈하면서 매장이 2개로 늘어나자

하나의 몸으로 2개의 공간을 관리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고민거리가 많아진 그 시점에서 긍정의 신, 노홍철 님이 다시 방문해 주셨다.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현덕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거 해! 즐거운 거 해! 재밌는 거 해!"


해방촌 철든 책방을 운영하랴, 방송도 하랴, 동네를 걸어 다니면서 주민들과 얘기 나누고 팬과 사진 찍고

힘들어 보일 줄 알았던 그분은 지금 책방을 운영하는 게 너무 재밌기 때문에 더욱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론드리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던 마음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론드리프로젝트 방문해 주시는 분들과 얘기 나누며

(론드리프로젝트를 찾는 분들이 항상 궁금했다. 해방촌에 살고 있는지, 놀러 오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취미는 어딘지, 휴가로 어떤 곳에 여행을 다녀왔는지, 어디로 여름휴가를 갈 예정인지 등)

서로 알아가고, 새로운 인연을 계속 만들어갔다.

그러면서 힘들다고 생각했던 삶이 론드리프로젝트를 찾는 분들과 함께 얘기하고 소통하면서

긍정의 에너지로 변하게 됨을 느끼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업의 기회를 만들기도 하며, 다소 모험적이고 즐거운 시도도 혼자가 아닌 함께 해보게 되었다.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의 마스다 처럼 그리고 함께 술마시는 단골손님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분위기, 사진 일본드라마 심야식당

그러던 어느 날

무한도전이 찾아왔다.

사전컨택은 없었다.

2호점 워시타운에서 즐겁게 일하던 어느 날.

1호점에서 급한 전화를 받았다.


"무한도전 유느님(유재석)이 왔어요. 사장님 빨리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상상만 하던 일이 실제로 이뤄졌다.


더 솔직히 말하면 론드리프로젝트 오픈 때부터 지인들에게 얘기했던 적 있다.

"조만간 무한도전이 론드리에 방문할 것 같아.."

"왜? 말도 안 돼.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니?"

"무한도전에 노홍철이나 길이 복귀하게 된다면, '이미지세탁', '과거세탁'에피소드가 필요할 텐데 그만한 장소로

론드리프로젝트만큼 최적의 공간이 어딨겠니? 진짜 세탁소니깐..?"


현덕씨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사진 -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제공


그렇게 상상했던 세탁소 사장님의 상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긍정의 신 홍철 님이 얘기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곧 현실이 되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2020년 글을 쓰다가 넣어둔 글, 꺼내 다시 쓰다

이 글은 2020년도에 써두고 브런치 서랍에 넣어두었다가 꺼내 다시 쓰게 되었다.

코로나라는 생각지도 못한 팬데믹으로 3년이란 시간이 글을 손볼 틈 없이 지나가버린 후였다.

지금은 무한도전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김태호 PD는 MBC를 나온 후 자체 제작사를 창업해 활동하고 있으니,

너무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론드리프로젝트를 창업한 8년이 지난 지금,

현덕 씨는 여전히 재밌는 거 하고 계신가요?

한창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던 스타트업들은 투자시장이 경직되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사라진 기업들도 있다. 대기업들도 대규모 인원감축을 준비하고 있을 만큼 각자의 어려운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론드리프로젝트도 또한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이 찾아야 하는 비즈니스'인 만큼 비대면시대 코로나 때도 쉽지 않았지만, 경기가 안 좋은 지금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은 내가 원하고 즐거워하고 재미있었는가부터 시작되지 않나 싶다.


현덕 씨 하고 싶은 거 하세요! 재밌는 거 하세요! 즐거운 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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