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運七技三)", "새옹지마(塞翁之馬)"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만난 기사님의 이야기이다.
택시를 타면 주로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꺼내서 일을 한다. 그런데 오늘은 타자 마자
집에 들어가려는데 콜이 와서 받았어요.
밤을 새워서 들어가야 하는데...
라고 입을 여신다. 나는 "아 예"라고 하며 노트북을 폈다.
그런데 이분이 계속 이야기를 하신다. 근데 흥미로왔다. 이젠 노트북을 닫고 이 분의 말씀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분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시골에서 많은 형제들이 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서울대 법대에 합격을 하셨다.
고시에 여러 차례 시도를 했으나 낙방을 했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형님의 권위로 특정 직무의 공무원 간부 특채 시험을 치르고 1등으로 합격을 하셨단다. 그리고는 6개월인가 교육 과정에 들어갔는데, 도저히 자신과 안 맞아서 다시 고시를 치르겠다는 핑계로 그만두셨다.
그만두시고 나서는 이곳저곳에서 강의 요청이 있었단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이때인지, 이전부터인지) 강의에서 좋은 반응이 있었고, 그 후 학원가에서 공시생 강의 연락 요청이 왔단다.
강의를 시작하고 재능이 있었는지 짧은 시간 내 인기 강사가 되었단다. 더 좋은 책을 쓰고, 더 훌륭한 분들이 계셨지만 그분들보다 부족한 자신의 강의가 좀 더 인기가 있었고, 결과도 좋았단다.
이후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짧은 기간에 150억 이상을 벌었단다. 성공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기조가 바뀌면서 강의하던 과목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었단다. 이때부터 끝없는 추락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강의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만두고 나니 곳곳에서 이분의 돈을 노리는 지인들의 투자 제의, 사기꾼들의 이런저런 제의가 왔다고 한다. 이때 이런저런 일로 인해 100억 이상을 날렸다고 하신다. 너무나 억울하고 힘들어서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하신다.
그러다 지금은 월급 받는 택시 기사 일을 하고 계시고, 수입도 꽤 괜찮다고 하신다.
너무나 빠쁘게 젊음을 보내셔서 여행도 국내만 가봤다고 하신다. 자식들은 유학을 했고, 아내는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셨지만...
자신을 찾고 싶다고 하신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신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운칠기삼(運七技三)",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생각났다.
서울대 법대. 최고의 학교에 합격을 했지만 고시에는 실패하시고, 어쩌다 하게 된 강의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시고, 공시생 강의로 큰 부를 모으시고, 하지만 이후 사회 경험 부족으로 잘못된 투자로 또 많은 부를 날리셨다고 하신다.
내게 아직 그 나이에도 일을 한다고 좋다.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 또한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짤리지 않고 붙어 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회사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받아서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나 또한 회사에서 하루하루 가치 있는 경험을 하고 배워서 더 가치 있는 내일의 내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이 분은 지금 돈이 없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자신을 찾고 싶다고 하셨다.
자신의 쓰임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성실히 열심히 살아온 분들에게는 더 자신의 쓰임이 필요한 것 같다.
내 직급, 호칭 이런 것은 내가 그 일을 그만두고 나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하지만 나의 경험, 지식, 역량, 나와 함께 일한 분들의 느낌이 계속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