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미 May 19. 2023

주재원 아내의 주재국 애착

애착관계

최근 다른 주재원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문득 주재국들이 이렇게 두 카테고리로 나누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테고리 A 다시 살고 싶은 곳과

카테고리 B 아닌 곳.


카테고리 A.

1) 아프리카 국가

종전 아프리카 생활을 떠올려보면, 그곳은 절대 네버 다시 살고 싶은 곳이 아니다.


치안

그곳은 귀국할 때 즈음엔 한 집 걸러 한 집이 털리고 있었다. 급기야 나는 이사를 했는데, 집주인이 사는 아파트 한 채에 살았기에 더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종종 들려오는 중국 사람들 사무실이 털렸다는 소식들도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따라서 살고 싶은 마음은 치안과 관련이 매우 깊다.


인간관계

다른 이유로는 유의미한 인간관계 구축, 커뮤니티 활동이 어려웠다는 점이 있다. 물론 교회

커뮤니티가 있어 밥도 많이 얻어먹고 어울리긴 하였으나, 그뿐이었다(참고로 난 개신교 신자가 아님). 한국에 가서 한 두 번 얼굴 보고  연락이 이어지진 않았다. 특히 나의 경우는 애가 아직 돌도 안 지났으며, 그곳에 한국 애엄마들이 나 포함 셋이었는데, 그 둘이 먼저 친했으며, 간을 본 후 서로 그다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는지 그 정도에서 관계가 더 발전하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자 그곳에서도 어렵사리 친구를 만들었다. 프랑스 친구였는데, 친해져서 같이 주말에 수영도 하고 서로 집에 초대도 하는 그런 친구가 생겼었다. 서로 육아 고민도 공유하고, 장도 같이 보러 다니는 사이. 그렇지만 주재원 특성상 언젠가는 각자 귀국할 사이였다.


열정을 쏟을 활동.

그곳엔 내가 열정을 쏟을 활동이 없었다. 아이도 어렸거니와, 문화생활은 전무하고, 위험해서 혼자 운전할 수도 없었기에 고립된 생활의 연속이었다.  남편 퇴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유일한 외출은 Casino라는 큰 슈퍼마켓 체인 장보기와 외식이었다.


위생

기억나는 게 종종 쌀국수 먹으러 가면 불청객인 개미들이 동동 떠서 딸려 나왔던 기억이 있다…

개도국에서 위생은 크게 기대할 수가 없다. 특히 슈퍼마켓 화장실 갔을 때의 기억은 지울 수가 없다…


사람들의 환대

주재국의 분위기, 사람들의 친절함도 그 나라가 살기 좋은지 안 좋은지를 좌우한다.

아프리카 중 내가 간 나라는 그다지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나라가 아니었고, 불어권 아프리카의 특성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시아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한 가지이다.


카테고리 B

1) 유럽

문화생활

선진국들은 대게 문화생활이 풍부해서 내향형인 나로서는 놀기 좋으며, 충분히 혼자 놀 수 있어 좋은 곳이었다.


인종차별

다만 백인 위주의 사회에서 의례 그러하듯 인종차별을 겪는 일은 다반사였다. 중국인 비하 발언과 돌아가라는 망언을 견뎌내야 했다.


여행의 가능성

다만 어디든 여행하기 좋았으며, 어디를 찍어도 엽서 같은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유럽이었다.


인간관계

열정을 쏟을 활동은 없었지만, 아직 아이가 어린 특성상 학교에서 애엄마 애아빠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고, 영국 사람들의 특성상 내부로 진입하기가 초반에 어려웠지만, 나 같은 외국인 엄마의 환대로 비집고 들어가 같이 아이들 플레이 데이트 등 좋은 시간을 보냈으며, 폴란드 엄마와는 한국에 있는 여느 베프 못지않게 뜨거운 우정을 나눴다. 어디든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나눌 친구를 찾을 수 있는 건 큰 축복이었다.


2) 태평양 국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카테고리 A에서 B로 이동한 특이 케이스이다.


문화생활

선진국이 아니기에 문화적 활동이 풍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 문화가 전무한 아프리카와는 차원이 다른 곳이 지금 있는 태평양 국가이다. 이곳은 개도국 중에서는 소득도 꽤 높은 편이고, 대학도 잘 형성되어 있고, 나름 찾아보면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거리들이(태평양 춤, 언어, 해양스포츠 등) 많이 있다.


인간관계

너무나 작은 규모의 한인 커뮤니티로 인한 거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고 조기귀임을 꿈꾸는 곳이었지만, 그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진 것도 하나요, 이곳 문화, 사람들을 접한 것도 이곳을 떠나면 다시 오고 싶은 나라인 이유이다.

작은 커뮤니티의 특성상 한 번 관계를 형성하면 매우 끈끈해지기도 한 점도 다시 살고 싶은 나라인 이유이다.


환대

태평양 사람들의 환대도 무시하지 못한다. 항상 밝고 가식 없이 친절하며 관대하다.


치안

치안이 가끔 불안하긴 하지만, 아프리카만큼은 아니기에 적당히 조심하며 지내면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위생

아 위생은 정말 할말하않, 우리나라에 있다 보면 웬만한 나라들의 위생 수준은 전부 다 기준에 부합하지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재원 아내들의 잦은 귀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