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사람 1편
얼마 전 이웃이 새로 이사 왔다.
출신은 부탄.
남편은 국제기구 근무하는 사람이다.
부탄 사람들은 대부분 불교라고 한다.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경계가 없으며
옛날 우리나라 70년대 아줌마 상이라고 하면 딱 정확한 묘사인 듯하다.
아이 스쿨버스를 기다리다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이곳이 해외 주재원 아내로서의 생활이 처음이라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친해지고 싶어 하며, 공유하고 싶어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아이가 둘인데,
아이가 혼자면 이기적이라고 둘을 낳아야 된다고 한다. 아이 얘기를 시작하면 자신의 첫째 딸(초5)이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칭찬하느라 시간이 다 간다.
*사족으로 다른 친구를 통해서 들었는데, 둘째 초등학생(초1?) 목욕까지 담당하는 착한(?) 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옛날 가족 다이내믹스에서 보면 k-장녀는 다른 형제자매 모두를 책임지는 그런 과도한 역할을 부여하는 부모이다. 의식이 아직 우리나라 전후세대에 머물러 있는 부모이다. 그 얘기 듣고 그 집 장녀가 왠지 불쌍해졌다. 엄마는 뭐 하고 딸이 다른 딸 목욕까지…*
어쨌건 그녀가 보기에 외동인 딸을 키우는 내가 불쌍하며, 내 딸이 성격이 제 멋대로인 건 다른 이유 다 제치고 외동 이어서이다. 어찌나 선입견인지 모르겠다. 한국을 벗어나서 이런 외국인 오지라퍼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한국에서 의례 만나는 스타일이라 생각하면 익숙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두 번째 그녀가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는데 바로 본인 남편이다. 얘기를 들으면 정말 천사 같은 남편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주말에도 약속을 일부러 잡지 않으며, 아침에 손수 아이를 스쿨버스에 태워주고 싶어 출장이 있지 않는 이상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아침 나온다.
심지어 둘째는 아예 발을 땅에 안 딛는 신기전을 펼치는데, 아이를 항상 안고 있어서 대부분 발을 땅에 딛지 않은 채 스쿨버스에 실린다. 이것도 너무 신기할 따름.
얘기를 듣자니 천사다 따로 없다. 듣다 못해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니 남편은 단점이 있니?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음… 하도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해서, 사람들이 봉으로 본다는 거?!
이제 그녀의 성격이 점차 파악되었는데
일단 남의 얘기는 귓등으로 듣고
모든 대화는 서로 나눔이 아닌
우월감을 표출하기 위함이라는 걸 인식했다.
이제 나의 생활을 그녀와 되도록 공유하지 않는다. 이런 나르의 경우 회색돌 기법만이 살 길임을 알기 때문에…
+ 여기 블루밍에 이사 오면 작은 아파트의 특성상 누가 들고 나는지를 알게 되는데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 블루밍에 갇 이사 온 그녀는
블루밍 세계의 애송이이다.
따라서 그녀는 마주칠 때마다 내가 어디 가는지를 물어본다.
엄만 줄…?!
‘어디 가…?’는 블루밍에서 금기어이다.
궁금해도 이곳에선 서로 어디 가는지 물어보지 않는 것 그게 무언의 규칙이다.
작은 마을 더 작은 아파트 단지에서는 서로의 적당한 선이 눈에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분명 그 선이 있고, 이 선을 넘으려 하면 불편함이 따라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