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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Nov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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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람

그녀는 일본 사람이다.

일본 동양화 미인처럼 생긴 그녀는

가늘고 긴 눈을 가졌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보이쉬하고

짧은 쇼트커트 머리를 하고 있다.

자칫 차가운 인상에 표정이 싸늘할 때가 있어 긴장하게 만들지만, 종종 웃기는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할 때 항상 남편은 베란다에 앉아 우아하게 풍경을 감상하고

그녀는 아이 둘을 데리고 스쿨버스를 대기한다.

이 풍경은 참 가부장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들어보면 아내가 더 파워가 있는듯한데 스쿨버스 배웅은 꼭 아내가 나온다.


그녀는 오랜 해외생활로 주재원 베테랑이자 주재원 아내로서도 베테랑이다.

따라서 웬만한 것에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첫째 아이 둘째 아이 모두 영어를 익히는 데 힘들어했고, 특히 첫째 아이(남자)는 학교에서 말을 안 하고 입을 닫고 살며, 몇 번 학교에서 울기도 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덤덤하다.

존경스러울 정도.

영어 학원 강사도 했던 그녀는 그런 아이들을 집에서 지도한다. 같이 영어 책도 읽어주고, 아이들을 드럼 배우러, 댄스 배우러 데리고 다니며, 세심하게 돌본다.

아이들 하교 시간에는 베이킹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드라마를 보거나 릴랙스 한다. 물론 운동도 한다.

주로 일본 아주머니들과 어울려서 지낸다. 어울려서 스쿼시도 하고 헬스도 한다. 사교계 모임에서 찾아볼 수가 없는데, 관심도 없거니와 이미 일본 모임에서 잘 어울려 있어 사교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남편의 빠른 은퇴를 꿈꾸고 있는데, 해외 생활을 많이 해서 그리고 종전 해외에서 근무하여서 영어가 자유롭고 사고 또한 열려있다.

*대부분 일본 아주머니들은 그들끼리 뭉쳐있기 마련이고 또한 언어장벽 때문에도 그들끼리만 교류한다.*

특징은 어쩔 땐 정이 없어 보이는 것이 하나인데, 무엇보다 나와의 접점은 어려서부터 했던 해외생활이다. 그런 점이 잘 통했다.

이제 그녀는 다른 아파트로 이사 갔다.


한 가지 특징은

비밀스럽게 이동을 잘한다는 것인데

같은 아파트에 살기에 들고 나는 것이 보이지만

서로 어디 가냐고 묻지 않는다. 그러한 정보를 흘리지도 않는다.

그동안 아파트에서 계속 마주치면서도 그녀가 그런 취미생활을 영위하는지 몰랐는데, 내내 베이킹 수업을 비밀에(?) 붙혀, 그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없어서 몰랐다.

블루밍은 그런 곳이다.

굳이 다 오픈하지 않는 곳.

이 곳에 이사오면 그러한 특성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다른 친구 한 명이 나를 그 베이킹 수업에 초대하는 바람에,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그래서 알게 되었다.

여기서 드러난 이 동네의 특징 또 하나.

아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주지 않는다.

이곳은 인력난을 겪는 곳이다. 내가 소개해주면 내 친구를 뺏길 우려가 있어 굳이 남 좋은 일 하지 않는 곳이다. 그렇게 오래 산 교민 분들이 알려주셨고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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