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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블라썸

원제목: 열여섯 개의 봄

by 미미


수잔 랭동 감독의 첫 작품을 보았다.

열여섯 살의 수잔이 연극배우인 아르노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에 빠지는 그 순수한 풋풋한 감성을 아름답게 그려내었다.


또래에게 지루함을 느끼는 그녀와,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는 아르노, 자주 지나다니는 길 앞의 극장 앞에서 마주치고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까지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나기 까지를 담고 있다.


스크린의 자극적이고 성적인 묘사에 집중한 수많은 작품들에서 멀어져서 오직 그 첫사랑의 감정에만 집중한 이 작품은 열여섯살의 눈에서 본 것처럼 깨끗하고 아름답다. 감독 극본 배우까지 모두 역임한 그녀는 19세때 이 영화에 착수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으라면 둘이 카페에 나란히 앉아 아르노가 주는 헤드폰을 끼고 오페라 음악에 맞춰 같이 춤을 추는 장면이다. 같은 동작을 춤으로 표현함으로써 서로 느끼는 감정이 동일한 것임을 보여준 장면은 절제되면서도 아름다웠다. 피나 바우쉬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꼭 보고 싶었던 대목이다. 확실히 그녀의 영향이 이러한 장면에서 잘 드러나 보인다. 영화 속의 현대무용 장면으로 대사없이 오직 몸과 음악으로 표현하여 보는 이가 오롯이 그 감정에 집중하게한다.


빈 극장 무대에 올라 둘이 사랑의 춤을 추는 장면 또한 비슷하게 전개된다. 둘의 마음을 온 몸의 역동으로 표현하였다. 다 보여주지 않고 절제되어서 아름다운 장면들.


수잔이 카페에서 시키는 그러나딘 레모네이드는 둘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수잔이 시킨 그러나딘 레모네이드를 아르노가 맛보고 시키는 장면.


부모와 수잔과의 관계를 묘사한 부분도 이목을 끌었다. 아빠가 다정하게 딸을 걱정하는 대목과 딸이 어느 남자 어른과 사랑에 빠졌었는데 이제 끝났음을 엄마에게 울면서 고백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덤덤하게 따뜻하게 딸의 첫사랑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엄마의 든든함. 버텨주는 힘 같은 것이 느껴져서 참 좋았던 부분이었다.


많은 부분이 마치 일반적인 영화보다는 무용극에 가까워서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제73회 칸 영화제, 제45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68회 산 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수잔 랭동의 영화 〈스프링 블라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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