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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andy Jan 26. 2018

지록위마를 지록위마라 한 죄..김동진 부장판사의 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의 '어떤 청원'과 청와대-대법원의 '어떤 지록위마'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진실을 농락하고 제멋대로 권세를 휘두르는 자, 또는 그런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지록위마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직 부장판사가 어제 청원 글을 올렸습니다.


청원 제목은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한 부당한 징계의 사면을 청원드립니다’입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서 1심 재판부가 “댓글 공작을 지시해 정치에는 개입했지만 선거 개입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을 내리자 법원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렸습니다.


글 제목은 ‘지록위마의 판결... 법치주의는 죽었다’ 입니다. 


이 글에서 김동진 부장판사는 “이것은 궤변이다. 헛웃음이 나온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앞둔 재판장의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사심 가득한 판결”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해당 판결을 비판했습니다.


김동진 부장판사의 이 글은 법원 안팎에 일대 평지풍파를 일으켰고, 글은 삭제되고 김 부장판자는 법관에 대한 징계 최고 수위인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2014년의 일입니다.


반전은 2017년 국정농단 수사가 시작되면서 시작됩니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이 지난 2014년 9월 22일 작성한 비망록을 보면 김기춘 비서실장을 뜻하는 ‘장(長)’ 이라는 표시 옆에 ‘비위 법관의 직무배제 방안 강구 필요(김동진 부장)’ 이라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이 메모 작성 나흘 뒤 당시 김동진 부장판사가 속해있던 수원지법은 김 부장판사가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했고, 대법원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리며 고 김영한 수석 비망록대로 김 부장판사를 ‘직무 배제’ 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습니다.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에 나온 원세훈 전 원장 항소심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과, 이에 대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법원에 대한 “불만” 표시와 어떻게 어떻게 해달라는 “희망”.


결과적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와 선거법 위반 무죄 취지 파기환송, 우 전 수석의 ‘희망’대로 된 대법원 상고심.


다 우연일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항소심 재판부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한 점, 항소심 재판 결과가 청와대 뜻대로 나오지 않자 청와대에 재판부 진의를 상세히 설명한 점, 법원행정처가 나서 항소심 판결의 ‘법률적 오류’를 찾아내려 한 점,


이 모든 것들의 이면에 있는 대선 정당성 확보와 상고법원 설치를 고리로 한 청와대와 대법원 법원행정처와의 ‘거래’ 정황은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법원이 청와대의 시녀냐’는 비난와 비아냥에 대한, ‘청와대든 어디든 우린 연락 받은 거 전혀 없다’는 대법관 전원 명의의 유감 입장문 발표. 


유감을 표명해야 했던 건 ‘연락 받은 게 없다는데 왜 오해하냐’가 아니라 법원행정처의 부적절한 처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켜야 할 건 ‘대법관의 자존심’이 아니라 흔들렸던 ‘법원과 법관의 독립’이 아닐까 합니다.


김동진 부장판사가 ‘지록위마 판결’ 글을 올려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2014년, 그 해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지록위마’ 였습니다. 


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8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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