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g andy Jan 07. 2018

제천 화재, 앞으로 불법주차차량은 싹 밀어버리라고?

화재와 불법주차, 소방기본법과 소방관... 국가의 책무


제천 화재 관련 소방청에서 앞으로 불법주차된 차량은 그냥 밀어버리겠다고 한  모양이다.


발상의 전환, 새 방침인 듯한 '환영'과 '칭송' 기사들이 넘쳐난다.


흔히 대형 사건이 터지면 벌어진 '결과' 가지고 사건을 재구성하고 '원인'을 찾아내려고 한다. 결과가 있으니 당연히 원인이 있어야 한다.


언론은 어떡하든 '원인'을 찾아 낸다. 그리고 기사는 필히 '이번 사건도 인재다'로 귀결한다. 그리고 이런저런 대안이 제시된다.


하지만 결과 가지고 원인을 찾아내려다 보면 단순 선후관계와 인과관계, 원인도 선행 원인과 후행 원인, 직접 원인과 간접 원인이 뒤죽박죽 섞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안타까운 사고다.


근데 '냉정히'랄 것도 없이 그냥 일견해도, 소방차가 늦게 도착해서 사망자가 많아졌는가. 그것도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늦게 도착해서 사망자가 많아졌는가.


저 '해결책'과 논리를 이번 제천 참사에 대입하면 '소방차가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늦게 도착해서 하필 이층 여탕에서 사망자가 집중 발생했다'는 황당한 사고 '원인'이 나온다.


일반적인 원인을 특수한 사건에 억지로 끼워넣은 결과다.


불법주차 때문에 소방관이 애를 먹는다는 그 선의까지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이것도 또 소방청도 언론도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 전에도 소방기본법은 소방차 진입을 위한 주차 차량 이동과 제거에 따른 손실 보상을 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보상해주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위법 불법 주차차량에 대해선 배상 책임이 없다고 소방기본법에 명시하고 있다. '불법 주차 차량은 밀어버려도 된다'는 얘기는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소방관들이 '밀어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차주들이 국가나 소방청, 소방서가 아닌 소방관 개개인을 상대로 화를 내고 악악 대고 소송을 내기 때문이다.


소방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좀 늦게' 도착해도 화재가 다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명 사고로 이어진다해도 책임은 '그놈의 불법 차랑들' 때문이지 소방관 때문은 아니다.


설사 초동 대처가 늦은 게 명백한 경우에도 책임과 비난은  소방당국 '국가'나 초동 대처를 늦게, 사고를 크게 만든 각종 불법행위들에 쏟아지지 소방관 개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은 아니다.


화재가 클수록 진압이 어려울수록 소방관 개개인은 대개의 경우 부족한 인력과 장비  열악한 상황에도 화마와 사투를 벌인 존재들로 묘사된다.


소방관 입장에선 불법  주차 차량 밀어버리고 발생할 오만 경위서와  민원, 소송 등을 감안하면 좀 쩔쩔 매고 늦게 도착하는 게 당연하고도 합리적 선택이다.


불법 주차 차량 밀어버리고 발생할 뒷감당을 소방관 개인에 맡겨 두는 한 아무리 '밀어버리라' 고 지시해도 이 문제 해결은 요원하고 무망하다.


꼭 불법 차량이 아니어도 문 뜯었다고 창문 깼다고 뭐라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 모양이다.


업무수행 관련 소방관이 겪는 이런저런 법적 분쟁. 일단 변호사만 국가가 붙여줘도 소방관 부담의 90%는 덜 듯하다.


아래 기사가 나간 지난 해 26일, 소방관 소송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런한 개정 소방기본법이 공포됐다.


단순 변호사비 부담이 아니라 정당한 업무수행 경우 설령 재판에서 지더라도 손해나 손실 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 다 밀어버리는 게 능사는 당연 아니겠지만, 정말 긴급하고 필요한 경우 '소방관의 위엄' 정도 제목으로 불법 주차 차량 싹 밀어버린 광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암튼 이건 이거고 '소방관 몸짱 달력' 만들어 파는건 안하면 안되나. '몸짱 여경 달력'  '몸짱 여군 달력' 만들어 팔았다면 아마 뒤짚어졌을 텐데...


화재 진압 사망이나 부상 소방관과 유족들 돕겠다는 취지는 백 퍼센트 좋지만 그게 꼭 울퉁불퉁 벗은 소방관 달력 팔아서 여야 하는지 좀 불편하다...


http://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7718



작가의 이전글 '토르:천둥의 신'과 '로키'... 김명수와 양승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