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강릉에 있다. 요즘 서울에 있지 않기도 하고, 코로나도 심각하여 여차저차 각종 랜선 모임에 참여 중인데, 근황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저 지금 강릉에 있어요’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게 된다.
위 대답에 늘 따라오는 질문은 “강릉이요?”, “강릉에는 왜요?”, “혼자 가신 거예요?” 등이다. (정말 순서도 바뀌지 않고 저 질문들을 가장 먼저 하신다.)
네, 맞아요. 그냥 좀 쉬고 싶어서 혼자 지내고 있어요.
라고 대답하면 궁금증에 반짝이는 눈빛들.. “오잉? 혼자 강릉에??!”
여기 올 때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혼자서 한 달 동안 연고도 없는 지역에 굳이 월세 내면서 산다는 게 몇몇 사람들에게 신기하게 느껴지나 보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게 지내는 게 엄청 좋다는 걸 갑자기 글로 남기고 싶어 졌다.ㅎㅎ
사실 강릉에 올 이유가 없었다기보다는 이곳에 올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해서 11월이 되도록 마포구 자택의 작은 내 방 안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곤 했다. 새로운 분야로 취업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주로 관련 공부를 하거나 지원서를 작성하거나 생계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내 일과였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가끔 나만 하루를 온전히 내가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나랑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며 소개팅을 제안했고, 소개팅 자리에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분은 나 만큼이나 여행이나 좋은 공간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상대방: 가영 씨 여행 좋아하세요? 나: 네, 좋아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해외로는 못 가다 보니 오히려 국내 지역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해요. 상대방: 그럼 어디 다니셨어요? 나: 음... 제주도랑 부산이랑.. 생각해보니 많이 안 갔네요. 상대방: 왜요? 나:... 그러게요..?...!
지금생각해보니저상황에서저사람은왜 “왜요?”라는질문을한것인지궁금해지긴한다. 어쨌든,
진짜 왜 안 갔을까.. 물론 이유는 있었다. 서울에서 프로젝트니 스터디니 여러 가지 일을 벌여 놓긴 했으니까. 그런데 그 일들이 진짜 중요한 일이었을까? 내가 다른 지역에 있으면 그것들을 할 수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이 아니면 떠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딱히 안 떠날 이유가 없었다.돈이 좀 드는 것을 제외하면..
서울이 답답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고, 변화를 만들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목표가 흔들리면서 이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방향이었을까, 아직도 나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걸까 고민했다. 더 멀리 있는 결승선에 다다르기 위해 잠시 속도를 늦추고 걸어가야 할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