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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J Dec 17. 2024

'어디서 시작하느냐'가 설득의 전부

2018년 Audi e-tron 광고 카피

카피의 첫 문장은 단순한 문장이 아닙니다. 


생각의 출발점입니다. 생각의 싸움터를 고르는 일입니다. 당연히 우리에게 유리한 싸움터를 골라야 겠죠. 우리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할 수 있는.


설명적이냐, 설득적이냐.

주장을 강요하느냐, 주장을 강화하느냐.


그 모든 것은 어쩌면, "어디서 시작하느냐" 카피의 첫 문장에 달려 있습니다.


무하마드 알리가 
KO펀치를 처음 날린 것은 아닙니다

엘비스가
Rock'n'Roll을 창조한 것도 아니죠

살바도르 달리가
미술 자체를 만들어낸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Audi가 전기차를 발명한 것 또한 아닙니다
대신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전기차에, Audi의 DNA를 더한 것이죠

우리는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고 실험했습니다
첨단 기술과 극한의 퍼포먼스를 조화롭게 결합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흙, 눈, 산길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능은 극대화되었고 완벽하게 연결되었습니다

이것은 모빌리티의 새로운 개념입니다
고속충전이 가능하며, 어느 곳에서나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여러분 앞에
전기차의 미래, 아우디로부터

아우디의 첫 번째 전기차
Audi e-tron


Audi e-tron 런칭 광고 카피는, 앞서 말한 "카피의 첫 문장은 생각의 싸움터를 고르는 일이다"의 좋은 예시가 되는 카피 중 하나입니다.


"무하마드 알리가 KO펀치를 처음 날린 것은 아닙니다."


Audi가 갑자기 왜 무하마드 알리 이야기를 하는 걸까? 엘비스가 Rock'n'Roll을 창조한 것도 아니며, 살바도르 달리가 미술 자체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왜 하는 걸까? 이 궁금증은 카피의 바로 다음 문장에서 해소됩니다.


"Audi가 전기차를 발명한 것 또한 아닙니다."


이로써 생각의 출발점, Audi가 고른 생각의 싸움터가 무엇인지 보입니다.


"전기차를 먼저 만들었다고, 전기차를 가장 잘 만드는 건 아닙니다"


영리한 선택입니다. 

만약 "누가 더 전기차를 잘 만드느냐"의 싸움으로 가져 갔다면, Audi의 입장에선 불리한 싸움이었을 겁니다. 독일 3사로 아무리 명성을 떨친 Audi였어도, 전기차 시장에선 결국 후발 주자, 도전자 입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udi가 고른 생각의 싸움터는 "처음이 최고를 뜻하지 않는다"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명제였습니다.


전기차를 먼저 만든 것과 전기차를 가장 잘 만드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건 생각의 오류죠. 하지만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는 생각의 오류이기도 합니다.


Audi e-tron 카피는 이 생각의 오류를 바로 잡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알리, 엘비스, 살리를 인용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 영리한 시작이 카피의 모든 설득력을 시작부터 완성하였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생각의 출발점이 탁월하니 일사천리입니다. Audi 자동차를 얼마나 잘 만드는 브랜드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카피의 첫 문장은
생각의 싸움터를 고르는 일입니다


설득적인 카피를 쓰고 싶다면, 생각의 출발점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출발점은, 정확한 메타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제품, 브랜드가 아닌 대중, 소비자들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나의 주관적인 입장이 아닌 타인들이 바라보는 나의 객관적인 위치를 면밀히 냉철하게 살펴볼 때, 비로소 생각의 출발점, 싸우기 유리한 생각의 싸움터가 보입니다. "비록 전기차의 시작은 아니지만, 결국 전기차의 미래가 될 것이다"라는 Audi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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