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스위첸 : 현실부자 편
"좋은 광고가 좋은 브랜드를 만든다."
SNS, 쇼츠, 팝업 스토어 등 소비자와 브랜드의 접점이 다양해진 요즘, 조금은 철 지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좋은 광고들이 있습니다. 현대카드나 배달의민족, "찬 바람 불 때" 미떼.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이 정도인 것 같네요. 그리고 또 하나. KCC 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스위첸.
오늘 소개할 카피는 현실부자 편입니다.
집에선 만나기 힘든 너에게
공부 다하고 놀라는 말 믿지마
대학 가서 놀라는 말도 믿지마
어른 되면 놀라는 말도 믿지마
언제가 됐든 마음껏 놀긴 쉽지 않더라
아들 : 왜 왔어?
아빠 : 아니, 그냥
언젠간 말할 수 있겠지?
아빠 : 천천히 좀 걸어, 아빠랑 같이
집으로 가는 길 SWITAEN
개인적으로 카피가 제 취향입니다.
카피가 심심한가 싶지만 전 오히려 그래서 좋았습니다. 으레 광고라면 있을 법한 감정의 과잉이나 피상성을 최대한 배제하려는 그 노력이 보여서요. 담백함이, 오히려 담대하게 느껴진달까. 이런 카피가 사실 요란하고 시끄러운 카피보다 훨씬 더 쓰기 어렵거든요. 행간의 힘을 믿고, 단어와 문장을 적절히 골라 배치하는 솜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스위첸 광고들은 이 말고도 좋은 게 많습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배경에는 '집'이 아닌 그 집에 살고 있는 '가족'이란 테마를 항상 고집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아파트 브랜드 광고를 떠올려보세요. "우리 집 이렇게 좋아요~", "우리 라이프 스타일은 이렇게 달라요~"와 같은 겉치레만 늘어놓곤 하잖아요. 그런데 스위첸은 반대입니다. 나와 하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에피소드를 무심하게 보여주는 스위첸 광고는, 그 무심함에서 오는 말 못 할 찡함이 있습니다. 사람 냄새, 물씬 난다고 할까요.
역시, 사람을 울리는 건 사람의 이야기인가 봅니다.
스위첸 광고들은 어쩌면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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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훔치고 싶은 카피들"이란 제목으로 제가 사모하고 리스펙하는 광고 카피들을 하나씩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같이 훔치자구요.
아, 카피 말고 그 카피가 가지고 있는 좋은 시선과 인사이트를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