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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May 01. 2020

생각해보면 씁쓸해지는 요리

후베이성의 대표 요리, 진주완자

이름이 유달리 예쁜 요리들이 있다. 서니사이드업(Sunny-Side-Up, 뒤집지 않고 팬에 구워 노른자가 반숙이 되는 달걀 프라이)이나 강원도의 올챙이국수, 개성의 조롱이떡 같은 요리들이 그렇다. 이름과 요리의 모양새를 비교해보면 그 재기 넘치는 작명 센스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글에서 소개할 진주완자(Chinese Pearl meatballs, 珍珠丸子) 또한 이름이 예쁘기로는 여타의 음식에 전혀 밀리지 않는 요리이다. 진주완자는 둥글게 굴린 고기완자를 불린 찹쌀로 감싸서 만든다. 찜기에 찌고 나면 불투명한 흰빛으로 빛나는 찹쌀이 진주 빛깔처럼 고와서 '진주'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 한국에서 잘 알려진 요리는 아니었지만 언젠가 TV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었나 보다. 유튜브에서 진주완자를 검색하니 한국인이 올린 동영상을 적잖이 찾아볼 수 있었다. 나 또한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진주완자를 처음으로 접했다. 이름이 예쁜 딤섬 요리 정도라고 생각하며 
재생 라이브러리에 담아둔 것이 올해 초의 일이다. 진주완자를 다 만들고 나서야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요리가 후베이 성의 요리라는 것. 코로나 19의 발원지라 알려져 있는 우한시가 바로 이 후베이 성에 위치해 있다.


맛있는 요리를 즐겼음에도 자못 숙연한 심정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변해버린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던 탓이다. 코로나 19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후베이성이 어디인지, 대충 검색을 해보고는 중국 가운데쯤 도시이겠거니 하고 넘겨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석 달 넘게 경험하고 있는 현재, 귀에 익어버린 지명이 주는 씁쓸한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완자의 동그란 모양에서 사람들이 모여 화합하는 모습을 연상한다고 한다. 그래서 둥글게 빚은 완자는 가족모임이나 결혼식 등 많은 이들이 모이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 요리로 자리를 잡았다. 후베이 사람들은 특히나 완자 요리를 좋아해서, 돼지고기와 소고기, 민물생선으로 만든 다채로운 완자 요리를 발달시켰다. 다양한 완자 요리 중에서도 이 어여쁜 진주완자가 특별한 사랑을 받아, 후베이성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진주완자를 한 번쯤 꼭 먹어보게 된다고 한다. 


최근 후베이 성의 봉쇄 조치가 크게 완화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는 현재까지도 두려움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진주완자의 사랑스러운 모양을 바라보면, 동그란 진주완자에 예쁜 이름을 붙이고 그 모양에서 화합과 연합을 꿈꾸던 소박한 시선을 떠올리게 된다. 반면 요리를 요리 그 자체로 즐길 수 없게 된 현실을 떠올리게 되면 마음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켜들었다가도 이내 가라앉은 찻잎처럼 씁쓸해진다.





<진주완자 레시피>

*재료

ž   다진 돼지고기 500g – 70/30

ž   생강 50g

ž   다진 연근 100g 

ž   불린 표고버섯 4개

ž   다진 대파 4 큰술

ž   불린 찹쌀 3/4컵

ž   전분물 2 티스푼

ž   달걀 하나

ž   샤오싱주 또는 청주 1 티스푼

ž   설탕 1 티스푼

ž   참기름 1 티스푼

ž   후추

ž   치킨스톡 1 티스푼

ž   간장 4 티스푼

                       


1.      표고버섯을 불려서 다진다. 찹쌀을 여섯 시간 이상 불렸다가 씻는다.

2.      다진 돼지고기에 잘게 대진 생강을 섞는다.

3.      마리네이드 만들기 – 표고버섯 물 2 티스푼과 전분을 섞어 전분물을 만들고 술, 설탕, 간장, 치킨스톡을 넣는다.

4.      마리네이드와 고기 반죽을 섞는다. 한 방향으로 100번 정도 저어 찰기 있게 만든다.

5.      연근, 대파, 버섯을 잘게 다져서 섞는다.

6.      고기를 작은 볼로 만든다. 찹쌀을 묻힌다.

7.      5-6분간 찐다.




후베이성의 요리는 담백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레시피로 유명하다. 이 요리 또한 그러해서, 표고버섯에서 나오는 감칠맛과 돼지고기의 고소함, 찹쌀의 쫀듯함이 단순하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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