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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Jul 05. 2021

돈가스는 어디에서 왔을까?

유럽에서 찾아다녔던 원조 돈가스

  튀기면 모두 맛있다는 말이 있다프라이드치킨과 야채튀김의 바삭함과 고소함은 삶은 닭고기와 채소에 비할 바가 없으니그 식감과 풍미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말이다돈가스의 오랜 팬이었던 만큼잔뜩 긴장을 하고 떠난 첫 번째 유럽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한 요리는 단연 오스트리아의 슈니첼이었다유럽 땅에서 먹는 돈가스의 원조격 요리라니오스트리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나는 한껏 겉면이 바삭하게 익은 슈니첼을 포크와 나이프로 유려하게 써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대는 위험하다 했던가가이드북을 살펴 고른 한 식당에서 나는 몇 가지 난관에 다다르게 되었다첫 번째 난관은 우리가 고른 식당의 요리 가격이 가이드북에 적힌 것보다 1.5배는 높았다는 점이었다여행의 후반부에 이르러 예산의 대부분을 사용한 주머니 사정상물 한 병 추가로 주문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두 번째 난관은 서버가 친절해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두 명이서 슈니첼 일인분과 사이드인 감자 샐러드 하나를 시키자무뚝뚝한 얼굴의 서버가 미간을 좁히며  그게 전부입니까?”를 두 번이나 물었던 것이다. “둘이서 메인 메뉴를 하나만 시켜서 기분이 나쁜가 봐.” 돌아서는 웨이터를 바라보며 속삭인 내 말에 친구도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 난관은 바로 슈니첼 그 자체였다분명 소스 없이 쿨하게 서걱서걱 잘라먹는 요리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텁텁하게 씹히는 고기 사이로 새콤달콤한 소스의 공백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던 것이다친구와 나는 침이 메말라 잘 씹히지도 않는 슈니첼을 물과 함께 씹어 삼키며 울상을 지었다.


  그런 우리의 곁으로 아까의 그 무뚝뚝한 종업원이 다가왔다그의 독일식 영어를 우리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자그는 슈니첼 위에 올려진 레몬 조각을 가리키며 손으로 짜는 시늉을 했다내가 조각을 집어 들고 슈니첼 위에 있는 힘껏 짜내자그는 환하게 웃으며 예스라고 했다이어서 그는 우리를 구원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유 니드 비어.” 그 순간 나는 그가 미간을 한참 찌푸리며 우리에게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았다우리는 예산 걱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맥주 두 잔을 시켰다종업원의 조언대로레몬즙을 잔뜩 뿌린 슈니첼을 입에 넣자 신맛에 절로 침이 솟아나 고기가 부드럽게 씹혔고이를 맥주와 함께 넘기자 그 산뜻함에 다음 조각을 신나게 입에 넣게 되었다식사를 마치고우리는 고마움에 비어가는 지갑을 뒤져 3유로 정도를 팁으로 테이블 위에 남겼다동전을 본 종업원은 우리를 향해 활짝 웃으며 즐거운 여행을 하라는 덕담을 했다.


슈니첼의 좋은 친구, 맥주와 레몬


  이 때만해도 내가 돈가스의 원조인줄로만 알던 슈니첼은 사실은 돈가스의 원조가 아니라고 한다메이지유신시기의 일본의 서양식 요리는 주로 영국 요리의 영향을 받았는데이때 전해진 영국식 커틀렛(cutlet)이 일본식 돈가스의 직접적인 조상이기 때문이다영국의 커틀렛 또한 이탈리아 요리 코톨레타(cotoletta)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으니 진정한 원조는 이탈리아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내가 먹은 슈니첼이 돼지고기였는지 소고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오리지널인 비너슈니첼(Wiener Schnitzel)은 송아지 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한다돼지고기를 사용한 것은 비엔나 스타일 슈니첼(Schnitzel Wiener Art)이라고 불리는데아무래도 돼지고기 값이 더 싸기 때문에 대체로 송아지로 만든 비너슈니첼의 반값이라고 한다자금이 넉넉지 않던 그 때를 다시 되돌이켜 보면내가 골랐던 것은 아무레도 저렴한 돼지고기 슈니첼이 아니었을까 한다.


  다음에 또 오스트리아를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아무리 크고 비싸더라도 송아지고기로 만든 비너슈니첼을 당당하게 일인당 하나씩 시키고 싶다노련하게 맥주를 주문하고레몬을 넉넉히 추가해 달라 부탁할 것이다독일식 슈니첼 중에서는 오스트리아의 것과 달리 버섯이나 토마토로 만든 녹진한 소스를 올린 종류도 있다고 한다심플한 오스트리아식 슈니첼을 양껏 즐긴 다음에는 국경선을 넘어 독일로도 슈니첼 탐방을 떠날 것이다.     






트레블 인 유어 키친』(브레인스토어, 2021)에서 위 요리의 레시피와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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