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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Oct 18. 2019

브런치북에 당선되려면 야심과 전략이 중요해요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작가 & 북라이프 인터뷰

2018년 출간된 이아림 작가의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는 신선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요가 전문가가 쓴 책이 아니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요가 매트. 그 위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들을 모아 사회적인 맥락과 연결시킨 점이 독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요가 매트 앞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새로운 관점은, 저자가 요가 전문 강사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발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브런치에서 이아림(arimu) 작가를 발굴한 출판사 '북라이프'와 함께 직장인의 글쓰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책 이름이 된 매거진 '요가매트 만큼의 세계'로 브런치북 4회 금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브런치북 응모 계기가 궁금해요.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저자 이아림 (이하 '이아림') | 제가 29살에 백수였거든요. (웃음) 망연자실하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한편으론 억울하기도 했어요. 아등바등 욕심부리고 이겨 먹으려고 들고 경쟁도 많이 했는데 막상 2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었어요. 돌파구를 찾고 싶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일단 글을 써보자' 해서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브런치북을 노리곤 있었지만 일관된 콘텐츠를 만들고 10편을 채우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독자 분들이 댓글 달아주시는 게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브런치에 글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도 좋았고요.


수상작 발표 후 북라이프에서 출간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다른 출판사에서도 연락을 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아림 | 가장 먼저 북라이프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그때도 글의 분량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과연 계약을 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분량을 내가 써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편집자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었어요.


제 부끄러움에 대해 쓰면서
사회적인 맥락과 연결짓고 싶었어요


브런치 작가 이아림(arimu)


책을 출간하기까지 출판사 내부에서도 논의 과정이 필요하죠. 어떤 면을 보고 출간을 결정하시게 됐나요?

북라이프 에디터 (이하 '북라이프') | 단순히 요가 동작을 어떻게 할지 소개하는 책이 아니잖아요. 요가매트라는 굉장히 작은 공간에서 겪는 인간의 많은 감정을 담아내려고 노력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공감 포인트가 있을 거 같더라고요. 타깃 독자로 생각한 분들이, 이제 막 일을 시작했거나 시작한 지 5~10년 된 나이 때까지였어요. 사회에서 받는 온갖 스트레스와 잡념들,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건가'하는 생각들을 다 내려놓고 요가매트 위에 섰을 때,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요가매트라는 공간이 갖는 상징성이 20대, 30대, 40대 여성들에게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회의에서 오고 갔었어요.


전문 요가 강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책으로 묶어낼 수 있을 만큼의 소재가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이런 소재는 어떻게 발굴하셨나요?

이아림 | 요가를 하면서 깨달았어요. '아, 나는 요가가 지향하는 가치들과는 정반대로 살아왔구나' 하고요. 저는 88년생, 88만 원 세대예요. 늘 경쟁하며 살아왔고 조바심과 부산스러움이 매일 거르는 아침밥보다 당연한 사람이고요. 그러니 요가를 할 때도 어찌나 볼썽사나워지는지. 호흡을 못 해서 허둥대고, 옆 사람보다 잘하고 싶어 안달하고, 안 되는 동작을 억지로 하려다 부상을 당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요가와 나라는 사람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쌓여가더라고요. '이걸로 글을 써보면 좋겠다!' 생각했죠. 


일상에서 발견한 에피소드인데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아림 | 저는 제 글이 단순히 위로하는 에세이로 읽히기를 바라지 않았어요. 제 부끄러움에 대해 쓰면서도 그것을 사회적인 맥락과 연결 지어 쓰고 싶었고요. 그 결과 페미니즘, 타임 푸어, 청년문제, 가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언급할 수 있어서 즐거운 작업이 됐어요.


출간 후에 출판사에 입사하셨다고 들었어요. 출간의 과정을 밀접하게 호흡하게 된 지금, 저자로서 출간하던 때와 관점이 달라지셨나요?

이아림 | 많이 달라졌어요. 편집자는 정말. 저는 편집자가 되고 나서 '그냥 내가 쓰는 게 낫겠다' 생각했어요. (웃음) 편집자는 사람을 움직여야 되잖아요. 그게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를 쓸 때는 글 쓰는 것만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디자이너님, 마케터님, 같이 일해 주시는 분들, 작가님 모두 다 움직이게 하는 건 또 새로운 어려움이에요. 출간 이후에 카피나 구성 칭찬을 많이 받았거든요. 편집자님이 뽑아주신 건데, 저도 이제 뒤늦게 보이는 거죠. 목차 구성이나 소개 글을 정말 잘 뽑아주셨던 거구나. 저 혼자 독립출판을 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거예요.



책에 일러스트가 많이 들어갔어요. 혹시 직접 그리신 건가요?

이아림 | 제가 직접 그리긴 했는데요. 사진 위에 덧대어서 선을 따라 그리는 식으로 그린 거라 부끄럽네요. 다양한 요가 동작을 그리면서 몸을 그리는 선이 너무 아름다워서, 작업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북라이프 | 심플하게 그린 그림이 책하고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에세이에 그림이 들어가면 컬러로 들어가거나 적어도 별색 하나 정도는 넣어서 2도로 들어가는데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림의 톤이 잘 맞아서 작가님이 그리신 그대로 흑백을 살렸어요.


집필 중에 막혔던 부분이나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이아림 |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 분량의 글을 채워야 하는데, 전업 작가가 아니니까 일하면서 꾸준히 쓰는 게 어려웠어요. 출간일이 딱 정해져 버렸는데 제가 그림까지 다 그려야 해서 너무 빠듯했거든요. 그런 일정에 쫓겨서 갑자기 "못하겠다" (웃음) 그랬던 적이 있었죠. 그리고 또 중간에 글이 안 써져서 계약 파기를 세 번 정도 얘기했었어요. "죄송한데 너무 못 쓰겠다.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기다려 주셨어요. 괜찮다고. 쓰는 대로 보내달라고 해주셔서 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자기와 똑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쓴 글을 보면 더 공감하게 되잖아요


작가 쪽에서 이렇게 되면 편집자 입장에선 힘들지 않으신가요?

북라이프 | 네, 그렇죠. (웃음) 그런데 책 만들다 보면 작가님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고충을 토로하실 때가 있거든요. "글을 못 쓰겠다"가 가장 대표적이죠. 글을 못 쓰겠다는 이유가 여러 가지인데, 특히 에세이 작가님 같은 경우에는 자기를 갉아먹으면서 쓸 때가 있어요. 


'갉아먹는다'고요? 

북라이프 | 맞아요. 에세이는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어두웠던 기억도 끄집어내서 써야 하고, 모든 희로애락을 글 속에 담는 건 계속해서 내가 소진되는 작업이거든요.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외적인 건데, 일이 너무 많아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시간적으로 쫓기지 않으시는 편인데 요즘 에세이 쓰시는 분들은 대부분 본업이 있고, 글은 부업으로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요. 글 쓸 시간이 없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에게는 편집자가 개입해서 어떻게 이분이 글을 쓰도록 설득하느냐가 관건이죠. "잘하실 수 있어요. 괜찮아요. 저희가 시간을 좀 더 드릴게요." 저희가 너무 내고 싶은 책이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면 길게 시간을 들여서 기다려 드려요.


그 또한 에디터의 일이겠지만 기운이 많이 들겠어요. 그럼에도 직장인 작가들의 책을 꾸준히 출간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북라이프 | 전업 작가님들은 본인이 경험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어요. 글감에서 제한이 되는 경우가 있죠. 또 글은 너무 잘 쓰지만 읽다 보면 보통 사람에겐 공감대가 떨어질 수 있어요. 자기와 똑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쓴 글을 보면 더 공감을 하게 되잖아요. 회사 다니는 사람은 회사원이 쓴 글을, 여자라면 여자가 쓴 글을, 20대라면 20대가 쓴 글을, 엄마라면 엄마가 쓴 글을 더 애착을 갖고 바라볼 수 있잖아요. 독자들이 어떤 에세이를 읽고 어느 부분에 감동하는지를 찾다 보니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들의 글을 더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브런치북에 당선되려면 야심과 전략이 중요해요


요즘엔 어떤 글을 눈여겨보시나요?

북라이프 | 한동안 에세이 쪽에서 유행했던 건 '몸에 힘을 빼고 되는 대로 살자'라는 메시지들. 사람들이 너무 지쳐서 살다 보니 그런 메시지들이 한동안 많이 나왔죠. 그런 메시지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에요. 지금은 너무 힘을 주고 살 필요는 없고, 내려놓고 사는 자세는 그대로 가져가되 '내가 지금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자'로 점점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퇴사가 내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면 나는 앞으로 계속 살아갈 날을 위해서 스스로에게 어떤 것을 줄 것이냐 고민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요즘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살면서 중심을 잡아가는 글이 참 좋더라고요. 현재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글. 혹은 자신의 직업적인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글. 일상을 유지하면서 '내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작가님은 책 만드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글을 쓰는데 어려움이 있진 않나요?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나요?

이아림 | 써야 하니까 써지는 글이 있는 거 같아요. 마감이 있으니까 쓰는 거랄까. 스스로에게 얼마간 강제성을 두는 것도 좋은 습관인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저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좋은 동기부여가 됐어요. '열심히 써서 심사도 받고, 가능하면 상까지 노려보자!' 그런 마음이었죠. 막연히 '쓰고 싶다'보다는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그 이유와 목적을 구체화하면 더욱 오래 써나갈 힘을 얻는 것 같아요.


한편으론 직업 때문에 글을 쓰는 데 이로움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아림 | 많이 읽어요. 일 때문에 책도 많이 읽게 되고요. 신문 구독을 해서 매일 일정 분량의 활자를 소화하려고 노력해요. 읽다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발췌해서 '나도 언젠가 이런 멋진 표현을 써 봐야지' 다짐해요. 그런 식으로 쓰기 위해 읽는 거죠. 공부하는 마음으로. 쓰다가 막히면 읽고, 읽다 보면 다시 쓰고 싶고. 그런 과정이 반복돼요.


마지막으로 브런치북에 도전하는 작가님들에게 조언해 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먼저 수상해 본 선배 작가로서.

이아림 | 브런치북은 일종의 도전이죠? 쓰는 것에 만족한다면 굳이 브런치북에 도전하지 않을 테니까요. '나는 쓰는 데 만족하지 않고 제대로 읽히고 싶다. 널리 읽혀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고 싶다. 상금도 타고 출간 경험도 하고 싶다.' 하는 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그런 만큼 '야심'과 '전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글을 읽는 독자 타깃은 누구이며,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읽히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차별성을 어디에 둘지, 계속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보는 연습은 브런치북에서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유의미한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끝)






작가님의 경험을 들려 주세요! 북라이프에서 새로운 작가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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