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 시선』 청민 작가 & 카멜북스 인터뷰
"이번 크리스마스에 당신의 글이 출간됩니다" 제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이 메시지는 브런치 작가님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때는 2015년 9월. 불과 3개월 뒤인 크리스마스에 청민 작가님들의 손에는 정말로 첫 책이 들려 있었습니다. 카멜북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죠.
브런치의 첫 프로젝트는 서투르지만 벅차고, 힘들지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작가님들에게 '첫 책'이 가지는 의미와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B컷 시선』의 저자 청민 작가님과,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카멜북스를 만났습니다.
벌써 4년 전이네요. 브런치북 1회는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2개월 만에 책이 나와야 하는 일정이었어요. 그 기적같은 일을 어떻게 해내신 거죠?
카멜북스 김미라 에디터 (이하 ‘카멜북스') | 인터뷰 소식을 듣고 예전 파일들을 찾아 봤어요. 작가님한테 마지막으로 원고 받은 날짜가 12월 17일이더라고요. 크리스마스에 전국 서점에 깔려야 하는데. 일정이 정말 타이트해서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컨셉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첫 책이라는 것, 크리스마스라는 것, 둘 다 설렘이라는 감정과 맞 닿아 있어서 저에게도 설레는 작업이었어요. 하지만 역시 타이트했죠. (웃음) 힘들었어요. (웃음)
작가님은 어떠셨나요? 대학 생활과 집필을 병행하셨을 때죠.
『B컷 시선』 저자 청민 (이하 ‘청민') | 정말 행복하게 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휴학 기간이었어요. 학기 중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원고 마감하느라 매일 새벽 4시에 잤거든요. 하지만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첫 책이 나온다는 것도 기쁜데, 크리스마스에 나온다는 게 참 로맨틱했어요. 서점에 깔려 있는 제 책을 보면서 설레던 느낌이 아직도 또렷해요.
그 정도로 강행군이었나요?
청민 | 책에 40편 정도가 들어갔는데, 2달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30편 정도를 새로 썼어요. 완전히 새 원고는 아니었지만 퇴고를 많이 했죠. 원고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할 때 에디터님이 저를 많이 배려해 주셨어요. 이제와 생각해 보면 종이 책에 어울리지 않는 의견들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까지 예쁘게 살려 주셨다고 생각해요. 감사한 작업이었죠. 물론 일정은 힘들었지만요. (웃음)
작가님은 이제 출판인이 되셨잖아요. 4년 전의 출간 과정을 돌아보면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을 거 같아요.
청민 | 지금 출판 마케터로 일할 수 있는 건, 카카오 브런치와 『B컷 시선』과 카멜북스 덕분이라고 항상 생각해요. '이 책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글 쓰는 행복과 더불어서 출판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출판사에서 일하면서부터는 각자의 입장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저자 입장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출판인 입장에서 보이는 거죠. 직업으로서 이 일을 해 보니까 ‘그때 진짜 힘드셨겠다’ 싶으면서 정말 많은 배려를 받았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출간 이후로 '형식'에 집착하게 됐어요
당시 매거진 제목은 ‘청민의 감성여행수필집'이었어요. 카멜북스에서 그 글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카멜북스 | 제가 처음 읽었던 글이 ‘아버지는 돈이 없었고 나는 부유했다'였어요. 가난했던 유년시절 부모님과의 일화였는데, 글 중간중간에 옛날 사진첩에서 꺼낸 사진들에서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졌어요. 어떻게 보면 과거를 회상한 글이니까 그립고 애틋한 글로만 보여질 수 있었던 게 사진으로 인해서 귀여워진 거예요. 그걸 보고 다른 글도 보고 싶어졌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지금도 청민 작가님 글을 보면 글도 매력적이지만 구성을 참 예쁘게 잘 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B컷 시선』은 에세이 장르치고 사진이 굉장히 많이 들어갔어요.
카멜북스 | 다른 에세이와 다르게 독립출판 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서 시도해본 거였어요. 독립출판이 막 뜨기 시작할 때였거든요. 제가 접했던 독립출판물에 청춘의 한가운데를 건너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어요. 저자의 캐릭터가 강하고, 거침없고, 어설픈데 매력있는. 그게 청춘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청춘'이라는 단어가 와 닿네요. 대학생이었던 청민 작가님과 연결지어 방향을 잡으신 건가요?
카멜북스 | 저는 책을 만들면서 작가님의 캐릭터를 잘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에세이의 경우에는 더더욱. 20대의 중간 과정에 있는, 방황하는 시절을 책에 담고 싶었어요. 『B컷 시선』이라는 제목도 그런 의미를 담은 거고요.
청민 작가님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어떤 캐릭터였나요?
카멜북스 | ‘다정다감'이라는 단어가 딱 떠올랐어요. 4년이 지나서 책을 다시 보니까 새롭게 보이는 내용도 있는데, 좋아했던 문장은 여전히 좋더라고요. “누군가의 배경이 된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이 문장이 작가님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인간관계나 사랑, 이별 같은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어설프더라도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면서 그런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서 좋았어요.
수준 높은 콘텐츠가 많아진 만큼
그걸 흉내내려는 콘텐츠도 많아졌어요
첫 책을 내고 나서 두 번째 책 『사랑은 수많은 이름으로 불어온다』도 내셨어요. 지금도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으신데요. 출간 작가가 되기 전과 후, 글을 쓸 때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청민 | 첫 출간은 저에게 엄청 높은 계단을 껑충 올라가는 작업이었어요. 긴 호흡의 글을 정식으로 쓰는 것도 처음이었고, 출판도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때 배운 게 참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형식에 집착하게 됐다는 거예요. (웃음) 온라인 콘텐츠가 종이 책으로 나오려면 많은 부분이 달라지잖아요. 글 하나하나에도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책 전체에도 일관된 메시지와 톤이 있어야 하고요. 온라인에서 글을 쓸 때는 나무 한 그루만 봤다면, 출간을 경험하고 나선 숲을 보게 된 기분이에요. 그러니까 구성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고요.
글을 기획해서 쓰게 되셨나 봐요.
청민 | 맞아요. 그리고 아까 에디터님께서 캐릭터를 잘 잡아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말에 공감해요. 글을 기획할 때 지금의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그러니까 나와 가장 잘 어울리고 나만 할 수 있는 콘셉트, 키워드,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브런치에 글을 쓸 때도 정확한 목적에 집중하면서 매거진 리스트를 구성하려고 노력해요.
카멜북스 | 작가님의 브런치를 보면 ‘기획을 해서 매거진을 발행한다'는 게 느껴져요. 뭘 말하고자 하는지 리스트만 봐도 알겠더라고요.
근래에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청민 | 최근에는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려고 노력해요. 올해만 해도 회사를 다니면서 분기별로 끊임없이 수업이나 모임에 나갔어요. 글쓰기 모임, 출판이나 마케팅 관련 강연, 잡지사에서 진행하는 에디터 스쿨 같은.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에 저를 던지는 거죠. 당장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적어도 같은 풍경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는 작은 균열은 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즘은 그런 경험들을 어떻게 저에게 잘 어울리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작가님의 인스타만 봐도 끊임없이 경험하려는 노력이 보였어요. 그럼 평소 글쓰기 습관은 어떤가요?
청민 | 좋은 생각이 나면 꼭 기록으로 남기려고 해요. 휴대폰이든 냅킨이든 어디에든. 좋은 문장이나 소재가 떠오르면 귀찮다고 넘기지 않고 꼭 글로 적거나 사진으로 찍어둬요. 좋은 건 언제나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잖아요. 곁에 오래 두고 싶고,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반드시 지키는 습관이에요. 그렇게 작성했던 메모들을 글을 쓸 때 꺼내 읽으면서 글로 구성해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응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어요
기획 의도와 목차. 브런치북 6회에 참여했던 에디터 분들도 그 부분을 제일 강조하셨어요.
카멜북스 | 요즘은 작가님이나 창작자들이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인스타만 봐도 기획력이 뛰어난 분들 많잖아요. 그런데 수준 높은 콘텐츠가 많아진 만큼 그걸 흉내내려는 콘텐츠도 많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콘텐츠를 기획할 때 중요하게 염두에 둬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카멜북스 | 약간 엉성하거나 마무리가 잘 안 되었더라도 솔직하고 구체적인 글이면 되는 거 같아요. 관찰력이 있어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거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응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야 작가님의 캐릭터도 글에 드러날 거고요. 그래서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작을 검토할 때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될 거 같아요.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분야를 특정해서 말씀해 주실 수도 있을까요?
카멜북스 | (웃음) 에세이에 초점을 맞추거나, 경제경영까지 넓혀 보거나. 두 방향을 생각하고 있어요.
에디터 입장에서 브런치 작가와의 협업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합니다.
카멜북스 | 요즘은 브런치에 기획력 있는 작가님들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게 브런치인데, 저는 누구나 에디터가 될 수도 있을 거 같더라고요. 누구나 작가도 될 수 있고 에디터도 될 수 있고, 작가와 에디터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게 장점으로 느껴져요. 그래서 요즘은 작가님들이랑 더 많은 의견을 나눠요. 작가님들이 트렌드를 잘 아시고, 독자들에게 피드백도 바로 받을 수 있고, 통계만 봐도 어떤 글이 사랑 받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책의 콘셉트를 잡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작가와 에디터의 소통이 중요한 요소네요. 그 외에 또 작가가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카멜북스 | 마감일을 지키는 것. 마감은 신뢰의 문제고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 거잖아요. 저도 일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할 거고요. 마감과 소통 두 가지만 잘 지키면 잘 되는 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4년 만에 다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됐습니다. 내년에 만나게 될 대상 수상 작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카멜북스 | 지금까지 해오신 것처럼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계속해서 글을 써 주세요. 쓰는 즐거움과 읽는 기쁨을 작가님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미리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님께서도 먼저 수상해 본 선배 작가로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청민 |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셨으면 좋겠어요.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요. 진심은 결국 닿을 거라고 믿습니다. 게다가 누군가의 글을 존중해주는 좋은 플랫폼과 좋은 출판사와 함께라면, 더 멋진 책이 세상에 탄생할 거라고 믿습니다. 응원할게요! (끝)
카멜북스에서 새로운 작가를 기다립니다.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