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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희 Mar 22. 2020

소울푸드

나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없인 못 살아.

"돼자고기 김치찌개요." 누가 나한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물어보면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말한다. 김치찌개에도 종류가 다양한데, 나는 약간 기름기가 섞인 도톰한 돼지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 넣은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 참치나 꽁치는 국물을 흐트려서 용납할 수 없다. 스팸도 국물이 느끼해져서 싫다. 오직 김치찌개에 찰떡궁합인 건 돼지고기뿐이다. 김치는 알싸한 신 김치보다 어느 정도 푹 익은 김치면 좋겠다. 청양고추도 넣어줘야 한다. 텁텁한 맛이 사라지고 알싸한 맛이 남거든. 너무 맑은 국물보다는 약간 건더기를 살짝 덮을 만큼의 국물이 좋다. 자작자작하게 끓인 김치찌개에 밥을 비벼먹으면 꿀맛이다.


김치찌개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엄마가 유독 김치찌개를 맛있었던 탓이 크다. 김치찌개 한 그릇만 있으면 밥 한 공기를 싹싹 다 먹고도 부엌으로 가서 큰 솥뚜껑을 열어 김치찌개의 돼지고기를 골라먹곤 했다. 내가 워낙 김치찌개를 좋아하니, 엄마는 내 생일에도 미역국 대신 김치찌개를 해주셨다. 어렸을 때 미역국을 먹고 토한 기억에 한동안 미역국을 입에도 안 댔던 때문도 있지만, 암튼 내 생일상엔 김치찌개가 올라왔다. 


지금은 부모님 집에서 나와 따로 자취를 하니 엄마가 해주시는 김치찌개를 쉽게 먹을 수 없다. 대신 내 최애 김치찌개 집 몇 곳을 찾아두었다. 첫 번째는 백채 김치찌개. 아주 큰 양동이 같은 냄비에 돼지고기를 자르지 않고 뭉텅이로 넣어준다. 익히는데 시간은 좀 걸리지만 그 두툼한 돼지고기 덩어리를 숭덩숭덩 잘라내는 재미가 있다. 여기는 청양고추를 따로 달라고 하면 따로 주는 데 넣는 게 맛있더라. 일단 집 근처에 있고 무난 무난하게 만족스러운 맛이라 발길이 자주 간다. 두 번째는 신사역에 있는 김복순 김치찌개. 1인분 돌솥에 나오는데 꽤 맛있다. 약간 감칠맛이 나는 김치찌개다. 신사역에서 일했을 때 동료가 찾은 김치찌개 집이다. 새우젓 넣은 계란찜이 이 집 별미다. 세 번째는 강남역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뉴욕 김치찌개. 이름이 왜 하필 뉴욕 + 김치찌개인가 싶긴 하지만, 여기도 회사 근처 김치찌개 집 중 가장 맛있다. 점심시간이면 늘 북적거리는 이 집도,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 스타일과 비슷해서 자주 간다.


김치찌개 짱이시다


그럼에도 내 인생 찐 김치찌개를 말하자면, 삼 년 전 건강검진을 끝내고 먹은 김치찌개라고 말하겠다. 선릉역 근처에 건강검진 센터에서 동료들과 건강검진을 받았다. 기다리고 피 뽑고 사실상 가만히 있는 거 말고는 뭐 한 것도 없는데 기진맥진하더라. 아침 일찍 왔는데 모든 검사가 끝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두시였다. 같이 온 동료들과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한 동료가 여기 근처에 김치찌개 집에 가자고 했다. 그때 먹었던 김치찌개가 진짜 인생 최고의 김치찌개였다. 배고픔도 배고픔이었지만 그 집 김치찌개는 적당히 국물이 걸쭉했고 무엇보다 김치가 맛있었다. 국물만 떠먹어도 맛있고 김가루를 뿌리고 밥을 비벼먹어도 맛있었다. 심지어 계란후라이도 무한리필이라고. 열심히도 먹었다. 근데 문제는 그 집을 잃어버렸다. 이번 건강검진을 또 선릉역 건강검진센터에서 받아서, 끝나고 그 집에 가서 김치찌개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뭐지 왜 지도에 안 뜨지. 난 그 김치찌개 집 가게 이름도 모르는데. 


서른이 되면 김치찌개 정도는 해 먹을까보다. 아예 내 입맛에 딱 맞는 특급 레시피를 만드는 거야.라고 생각해봤다가 그냥 사 먹는 게 좋을 것 같다. 김치찌개 하나 만들려면 양념도 필요하고 마늘도 필요하고 평소에 집에서 밥도 안 해 먹는데 밥도 해야 하고 김치는 또 어디서 구한담.. 일단 이번 주말에 김치찌개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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