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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희 May 10. 2023

시니어 마케터에게 반드시 필요한 3가지 관점

주니어일 땐 몰랐는데, 8년 차 마케터가 되어보니 깨달았어요.

마케터로 일한 지 꼬박 8년이 되어간다. 점점 연차가 올라가면서 전문성과 자신감도 생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숫자가 주는 무게감과 부담감도 상당하다. 가끔은 연차를 깎아내리고 팀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이고 싶기도 하다. (흡)


최근에 동료와 티타임을 했다. 시니어로서 갖는 고충,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앞으로 어떤 마케터가 되어야 할지를 얘기 나눴다. 얘기를 하다 보니 최근에 내 커리어패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말하면서 싹-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주니어일 땐 몰랐는데 머리가 조금 커졌다고 시니어로서 깨달은 점들이 있었다. 지금 이 시점이기 때문에 적을 수 있는, 시니어 마케터에게 필요한 관점 4가지를 적어본다.




1. 직무명에 나를 가두지 말자.
그건 단지 시장이 붙여준 이름일 뿐.

콘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CRM마케터, 그로스 마케터, 프로모션 마케터 등.. 마케터의 이름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더 이상 이 직무명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아니, 좀 더 과감하게는 그 이름이 가진 롤에 나를 제한시켜서는 안 된다.


내가 3-4년 차 땐 콘텐츠 마케터로 가야 할지, 퍼포먼스 마케터로 가야 할지, 혹은 새롭게 떠오르는 무슨무슨 마케터가 되어야 할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그때는 마케터 중에 어떤 뾰족한 마케터가 되어야 할지가 너무너무 고민이었다. 하지만 8년 간 일해보니, 결국 마케터는 그런 경계를 넘나들며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을 요구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담당한 제품의 성장단계, 시즌, 특장점에 따라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콘텐츠/퍼포먼스/CRM 등은 수많은 마케팅 방안 중 방법일 뿐인 것 같다.


첫 번째 회사에서 나는 콘텐츠 마케터라고 불렸지만, 제휴도 했고 광고 상품도 만들었고 영업도 서포트하고 오프라인 마케팅도 했다. 두 번째 회사에서 나는 한때 이벤트/프로모션 마케터라고 불렸지만, 온사이트 마케팅도 하고 유튜브/TV PPL도 하고 브랜드북도 만들고 앱푸시&인앱메시지 발송 업무도 했다. 그렇게 우리 서비스에 필요한 마케팅이라면 내 직무명에 꼭 맞는 일이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해봤던 경험들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시니어가 된 지금 넓고 유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시장 상황마다 직무 트렌드는 달라진다. 한때는 퍼포먼스 마케터가 인기더니, 매체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교하게 타겟팅할 수 있는 CRM마케팅이 뜨는 것 같다. 한편 마케팅 예산이 줄어들면서 콘텐츠 마케팅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다. 또 한창 브랜드 마케팅이 떴는데 요즘은 제품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인지 UX/CX에 더 수요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또 이 사이클이 몇 번은 더 반복될 거고, 또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 인기 직무가 달라질 텐데, 그때마다 전전긍긍해하면서 나의 입지를 시장에 맡겨야 할까?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2. 우리는 결국 문제를 푸는 사람들.

문제를 풀기 위한 나의 핵심역량은 무엇인가.

결국 우리는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다. 다만, 문제를 풀기 위해 저마다 자주 쓰는 도구와 방식이 다를 뿐이다. 각자 자기가 가장 잘하는, 전문화되어 있는 역량을 발휘하여 문제를 푼다. 개발자는 개발을 해서 좋은 제품을 만듦으로써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렇다면 나는? 시니어라면 자기 스스로 내가 어디에 강점이 있는 사람인지 파악하고 잘 정의해 두는 게 필요한 것 같다. 화려한 하드스킬보다 묵직한 소프트 스킬이 key가 되는 연차다.


나는 "메시지 전달력"이라고 정의했다. [메시지 전달력 = 고객의 특성 X 고객 접점(매체)을 고려 X 메시지 도출 역량]이라고 해석하는데, 나는 이걸 잘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고객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매체에서 터치해야 하고 그 매체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에 적합한 메시지를 뽑아내는 고객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다. 성과 좋았던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모두 이 메시지 전달력이 발휘된 사례들이었고, 이 역량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만나도, 새로운 매체를 만나도 내 본질에 집중하면 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동료 A는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에 맞게 사람들을 설득하고, 필요한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동료 B는 데이터 활용 능력과 인사이트 도출이 뛰어난 사람이고, 동료 C는 사진/영상/글의 한 끗을 더하는 크리에이티브 감각이 돋보이는 사람이다. 나의 코어(Core)는 무엇인가?



3. 개인보다 팀, 팀보단 회사 전체에 임팩트를 끼쳐야.

주니어는 개인의 업무만 잘 해내도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개인의 업무를 얼마나 깔끔하게 처리하는가, 혹은 거기서 더 나아가 개인의 업무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 그러다 점점 연차가 쌓일수록 개인의 업무를 넘어 파트에 기여할 수 있는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가, 회사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챌린지를 받게 된다.


이젠 나 혼자 내 업무만 잘한다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연차가 되었다. 내 업무를 넘어서 협업을 요청하고 판을 키우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임팩트를 키워낼 줄 알아야 한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서 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만큼 임팩트를 키울 수 있으니까!) 그러려면 상대를 설득하고, 협업을 이끌어내고,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고, 일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우리 연차에 주어지는 부담감을 이해하고 즐겨보자(?)



예~전에 한창 직무 고민이 많았을 때, 당시 실장님이 "누가 평생 마케터로 살라고 했어? 내가 잘하는 거 하면 되는 거야~"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는 아차 싶으면서도 여전히 알쏭달쏭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게 다 머리가 커졌단 증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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