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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ㅇㅕㅇ Dec 28. 2021

초현실주의를 넘어, 예술가Dorothea Tanning

미술사에서는 동시대의 비슷한 맥락을 지닌 작품과 아티스트를 묶어 이름표를 붙이곤 한다. 

미니멀리즘, 초현실주의, 표현주의, 다다 등등.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물론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흐름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좀 더 의미를 부여하고자할 때 부득이하게 그런 이름들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말이다.)


특히 초현실주의에 속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은 더욱이 그랬을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초현실주의하면 아래 달리의 그림을 떠올릴 것이다. 


Salvador Dalí , 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늘어진 시계들과 늘어진 살가죽 같은 형상.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지는 풍경. 

'정말 현실같지 않군. 현실을 벗어났어. 그래서 초현실주의라고 부르는 군!'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미술사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초현실주의에 대한 다른 해석을 볼 수 있다. 우선 초현실주의가 어떻게 시작했는 지를 들여다보자.


초현실주의는 Andre Breton의 소설 Nadja를 시작으로 유럽 미술과 문학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 이 소설은 정신질환이 여성을 사모하는 그런 내용이다. Andre Breton은 정신과 의사를 하기위해 트레이닝을 하게 되는 데 그 과정에서 정신질환자에게 행해지는 의료적 접근에 회의를 느끼고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깊이 심취했던 인물이다. 그는 프로이드의 사상을 문학과 예술 전반에 끌어오게된다. 


여기까지는 사회적으로 스티그마가 씌워진 대상에 대한 아름다움을 찾는 새로운 시도로 의미를 찾아볼 수는 있겠으나 더 나아가 어떤 의미도 없이 욕망만 덜렁거리는 작업들도 많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자동화기법이라는 오토메이션 기법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이 의식의 통제 없이 흘러나오도록 했는데 그 덕분에 이성을 탑재하고는 못 봐줄 것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여성으로서는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도 있는 공격적인 이미지들이 많다. ( 주로 힘 없이 축 늘어진 여성의 나체나 경련을 일으키는 몸이 뒤틀린 여성의 나체의 이미지에 성적 욕망이 투사된. 따로 소개하고 싶지는 않고 Dali를 비롯해 Man Ray, Hans Bellmer 등이 있다.)



재밌는 사실은 그들과 같은 초현실주의자로 묶이는 여성 아티스트들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들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Dorothea Tanning (1910 - 2012) 이다. 


Dorothea Tanning at her home in the south of France, c.1955, photographed by Michael Ochs Michael O
Tanning’s 1943 painting ‘Eine Kleine Nachtmusik'  (EPA)
A detail from Children’s Games (1942). Photograph: DACS, 2018

그녀의 그림들은 대부분 집 안을 배경으로 하는데 항상 많은 문들(열려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여성들은 힘 없이 늘어지거나 경련을 보이는 법이 없다. 두 발로 서 있거나 적극적으로 벽지를 찢어낸다. 


Dorothea Tanning, Birthday, 1942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 US) © DACS, 2019

용맹하게 똑바로 서 있는 저 여성의 모습을 봐라. 그녀는 문을 열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 더 많이 열린 문들이 보인다. 그녀는 가슴과 웅장한 복근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녀의 나체는 전혀 섹슈얼하지 않고 오히려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 그림이 그려진 1942년을 생각해보자면 엄청난 이미지다. 더구나 자신 주변에 있는 다른 초현실주의 아티스트들이 수동적인 심지어 인형처럼 보이는 여성의 이미지를 그릴 때 Tanning은 이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꿈 같은 이미지와 그림 스타일 덕에 그들과 초현실주의자로 한 데 묶이곤 했는데 그럴 때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I still believe in the surrealist effort to plumb our deepest subconscious to find out about ourselves. But please don’t say I’m carrying the surrealist banner.

아직도 초현실주의자들이 무의식을 이용해 우리의 모습을 찾으려한 노력을 믿지만 내가 초현실주의자의 배너를 들고 있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아주 우아하다. 


Dorothea Tanning, Inutile (Useless) (1969). The Destina Foundation, New York © DACS, 2019.

이 그림은 그녀가 오브제와 설치로 가기 전에 그리던 그림이다. 형상이 대부분 해체되고 분절된 형태다.


그녀는 후에 소프트 스컵쳐를 만들다가 설치까지 하게된다. 

Dorothea Tanning, Hôtel du Pavot, Chambre 202 (1970–73). Photo © Centre Pompidou, MNAM-CCI, Dist. RM


이 설치는 Louise Bourgeois를 떠올리게 하는데 실제로 그녀는 Bourgeois를 비롯한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Louise Bourgeois, Cell XXVI, 2003



그녀는 이 외에도 시를 쓰기도 하고 소설을 쓰기도 하는 등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94세의 나이로 첫 소설을 발간하기도 했다. (너무 멋있다. 그녀 역시 장수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그녀 자신을 어떻게 부르면 좋겠느냐는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oldest living emerging poet'.
'Artists can change and move on,'

현존하는 가장 나이 많은 신진 시인.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티스트. 


모두들 장수하며 창작 활동을 오래오래 할 수 있기를! 

Never give up. Just Move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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