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음악 에세이 《조류》 작업 기록 ⑦
1월 출간되는 내 에세이의 제목은 ⟪조류⟫다. 내 마음에 달이 떴고, 밀물과 썰물 때문에 일어나는 바닷물의 흐름이 내 안에 일었다. 지지해야 하는 나의 현실은 썰물위에 세워지다가 불현듯 찾아온 너로 인해 무너지곤했다. 내 마음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사랑. 애정. 뭐 그런 것들이 으레 그렇듯 철썩철썩하고 가만히 있으려는 나를 흔들고 다 빼앗고 흐트러트렸다. 지독하게 아름다운 자연현상이었다.
나는 마음에 넘치는 것들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기록하는 사람이다.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지구에 이런 마음이 있었다, 이런 시간이 있었다, 외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저 지옥 같기만 했다면 도망가면 그뿐이었겠지. 하지만 층도 없이 떨어지는 지옥 같은 시간을 견뎌야 하더라도, 내게 맺힌 당신의 잔상이 예뻤고 그걸 예뻐하는 내 마음이 너무나 소중하고 반가웠다. 숨이 막혀서 도망을 치기도 하겠지만, 그러다 완전히 벗어나는 날이 오기 전까지 내가 버틸 수 있는 만큼은 더 오래 더 깊이 머물고 싶었다.
그래서 더는 예전처럼 가 닿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걸 알지만, 그걸 안고 나의 공간을 펼쳤다. 너라는 달을 지면위에 띄웠다. 물과 꿈과 정신없는 나날들이 글자와 음악으로 넘실거리며 달을 따라갔다.
_ ⟪조류⟫ 표제지 내용 발췌
음악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갔다. 휘청이는 마음, 그리워하는 마음, 또 다 추스르는 마음. 모두 저마다의 질감을 가지고 '나 여기있어. 진짜 있어.' 하고 소릴내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이 마음의 끝에 아무것도 없지 않았다는 게, 철썩임의 끝에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는 게 내게는 작은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여섯 개의 곡과 마흔 두편의 글이 책 속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혼자 음악 속으로 걸어가던 시간부터 시작해서 마음에 애정이 가득 차오른 순간도, 슬픔 속에서 찢어지는 순간도, 그러다 나름의 방법을 찾아 마음을 토닥이는 순간도 모두 거기 있다.
내가 이 마음을 이렇게 담아내서 현실로 불러낼 만큼, 이 마음이 너무 무거워 거세하고 싶기도 했다. 더 집중하고 더 열심히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 사람만 아니면, 그 사랑만 아니면. 근데 그건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 나도 이미 그걸 알고 있어서 그냥 안고 있기로 결심했다. 안 되는 걸 안고 있는 내 마음을 받아들이자 한결 편안해졌다. 그 과정도 책의 일부가 되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듯해도 비슷한 점이 있어서 나는 사람들의 글 속에서 내 마음을 걸었다. 그리고는 나를 아파하거나 나를 위로하거나 나를 웃겨주곤 했다. 그러니 이 책 속의 파도가 아무리 거세다 해도 또 누군가의 마음에도 별 다르지 않은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겠지. 내가 미쳐있던 시간도, 또 이렇게 풍랑속에서 헤매는 사람에게는 토닥이는 손길이 될 거라고 믿는다. 내가 너무 많이 외로워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그냥 사람들이 좀 덜 외로워하면 좋겠다. 지구에 또 있어. 또. 너만 바보 아냐. 우리 다 바보야. 나를 봐. 바보잖아. 그런데 언제 또 이렇게 미칠 수 있겠니.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어. 토닥토닥.
그렇다고 해도 아마 자기만의 마음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뭐라고 해도 아프겠지? 사실 난 그냥, 그냥... 이렇게라도 내가 누군가한테 받지 못한 예쁨을 사람들한테 받고 싶었다. '여러분 내 마음이 이렇게 춤을 추고 있어요. 나를 봐요. 휘청이고 있어요. 나만 남겨두지 말고 봐줘요. 좀 더 많이 퍼지고 싶어요. 나를 존재하게 해줘요. 내 마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해줘요.' 그런 몸짓이기도 했다.
텀블벅은 12월 초에 열 거다, 열면서 위에서 보여준 두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을 수 있게 하려고. 앨범 아트도 이미 만들어뒀다. 서서히 자산을 채워간다. 포장도 어떻게 할지 벌써 다 생각해 뒀다. 이젠 텀블벅에 올리면 된다.
흘러넘치고 싶다. 빨리.
그럼 다음 회차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