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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얌얌 May 09. 2024

영재가 좋아서 회사 때려치우고 대학원 간 썰3

영재는 영재학교에 가야되나?


영재는 영재학교에 가야하나?
                 vs
아니면 일반 학교에 가야하나?


지난 글에서 <영재를 알아보는 법, 누가 영재인가!>를 이야기 했다.

영재학교, 과학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영재라고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영재는 꼭 영재학교에 다녀야 할까?


이 문제를 교육심리학에서는 <동질집단(homogeneous group)>, <이질집단(heterogeneous group)> 이론으로 접근한다.


<동질집단(homogeneous group)>

: 동일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한 집단


<이질집단(heterogeneous group)> 이론

: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한 집단


영재들만 모아서 영재학급이나 영재학교를 구성하고 '영재'라는 동일한 특성으로 묶으면 동질집단이 된다.

여학생들로만 묶거나 남학생들로만 묶어서 학교를 구성하는 여자고등학교, 남자고등학교도 일종의 '성별'로 묶인 동질집단이다.

반대로 영재와 일반 학생들이 함께 섞여있는 학급은 '영재'라는 특성으로 바라보자면 이질집단이다.


영재가 영재학교/과학고에 다닐 때와 일반학교에 다닐 때 장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영재학교, 과학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장단점(영재 pov)


1) 학업성취도 향상


 성적이 좋은 학생들끼리 모아서 학습할 때 학업성취도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 비슷한 영재들끼리 모아놓으면 학업성취도가 높아지고 학습동기가 높아진다. 긍정적인 자극을 통해 학업성취도와 학습동기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쉽게 말해서 영재들끼리 모아놓으면 공부도 더 잘하게 되고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영재학교, 과학고에서는 영재들의 결과물(성적)도 좋고 과정(학습 태도)도 좋아진다.


2) 수과학 집중 교육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90%는 수•과학 교육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국가가 전략적으로 수•과학 영재육성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영재학교를 영재고, 과학고로 한정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영재학교에 가면 영재들은 본인들이 잘하고 관심있는 수과학 과목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다.

일반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심화 학습이나 프로젝트 학습도 가능하다.


영재들도 학교 교육에 만족하고, 국가에서도 재능있는 학생들을 일찍부터 교육시킬 수 있으니 모두에게 이득이다.


3) 친구들과 공감대 형성


  '영재라서' 경험하는 부정적인 정서를 완화시키고,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예전에 영재와 영재 학부모를 인터뷰한 논문을 보다가 눈물이 핑 돌았던 적이 있다. 그 논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영재학교에 가니까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이제는 친구한테 내가 좋아하는 걸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영재들은 순수하게 수학, 과학이 좋고 재밌고 호기심이 많다.

덕후처럼 파고드는데, 일반 학생들은 대부분 공감하지 못한다.

예민한 청소년기에 '나와는 많이 다르고 잘난척하는 찐따 너드 수학 덕후' 친구를 아이들은 어떻게 대할까?

'너 정말 멋지다!'고 박수치고 영재는 학교에서 영웅이 될까?


4)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와 경쟁


 영재학교가 좋기만 한 선택은 아니다. 영재학교에 입학하기 모든 학생들은 '영재'라고 가정에서, 학교에서 영재 대접을 받으면서 실패를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채 영재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영재학교 내에서도 상대평가는 이루어진다. 누군가는 1등을, 누군가는 꼴찌를 하게 된다. 


 영재들은 예민하다. 과민하다고도 할 수 있다.

태어나서 거의 처음 경험해보는 실패의 뼈저린 좌절감은 예민한 아이들을 괴롭게 한다.


 영재들을 모아 놓으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 선의의 경쟁이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 다치게 하고 무릎꿇게 할 수도 있다.



+) 진로 선택의 제한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대입 특수성과 관련된 내용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니 참고만 하면 좋겠다.)


영재학교 출신은 의대에 진학할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 영재학교, 과학고에서는 학생들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을 희망할 경우 그동안 지원받았던 교육비·장학금을 반납하도록 하고, 교육·연구 활동이 빠져 있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제공하는 등 불이익을 강화해왔다. 


학교 설립의 목적이 이공계열 인재를 키우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의 진로가 너무 일찍 정해지는 것은 아닐까? 

이 마저도 나라에서 지원해준 대가로 특수하게 좋은 교육을 지원받으니 개인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거래 조건인걸까?

청소년기 아이들의 진로 선택은 계속해서 바뀔 수 있다.

영재라서 영재교육을 받는 것이지 영재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준 대가로 나라가 뽕을 뽑으려고 영재교육을 하는 것은 아닌데?

영재학교에서 공부한 영재가 의대에 진학해서 청담동 피부과 개원의가 아니라 의과학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코로나 시국에 우리는 의과학자들의 도움으로 백신도 개발하고 치료제도 개발했는데.

이런 고민은 이제 의대 정원이 1만 명으로 많이 늘어나서 영재학교, 과학고에서 의대 진학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아도 충분히 입학 기회가 늘어난 상황이니 이제 이런 불이익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나는 학부 과정과 대학원 과정에서 '학업 성적' 동질집단을 처음 경험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공부와 관련해서 동질집단을 경험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대학교에서 처음 느낀 것은 '재미'였다. 나와 비슷한 눈높이를 가진 똑똑한 친구들과 대화하고 수업에서 토론하는 것이 즐거웠고 재밌었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과 발표를 많이 하면 '잘난척 한다'고 욕을 먹거나 따돌림 당하지 않을 수 있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명석한 친구들의 창의적인 답변에 속으로 조용히 감동하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이 모두 나의 '학업적'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대학을 넘어서 이후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학에서 처음 경험한 동질집단은 내게 편안했다.

 영재학교에 간 영재들도 그렇지 않을까.

2. 일반 학교, 일반 학급에서 공부할 때(이질집단)의 장단점(영재 pov)


1) 사회성 및 사회 적응력 향상


 '학교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교과목을 공부하며 지식을 습득하는 것 외에도 아이들이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서 작은 규모의 사회생활을 경험하면서 사회 적응력을 기르는 것이 학교 교육의 주된 목적이다. 일반 학교에서 영재와 일반 학생들이 섞여서 생활하게 되면 영재들은 사회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 영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갈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재가 아니다. 일반 학교는 영재들끼리만 모아 놓은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뒤섞인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연습할 기회를 준다.


2) 협동학습 - 나보다 부족한 친구를 도와줬을 때 일어나는 일


모든 학교에서 '팀플(team work)'이라고 하는 모둠학습 기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일반 학교에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끼리만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적 '상+하', '상+중', '중+하'와 같은 이질적인 팀이 구성된다. 


특히 팀 구성 방법에서 '상-하', '중-하'의 이질적인 팀 구성이 학업성취도 향상에 큰 효과가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그러면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비효율적이지 않은가?'라고 의문이 들 수 있다.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들은 반복학습을 통해 지식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내재화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고 가르쳐주는 경험으로 리더쉽, 협동심, 배려심,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들은 교사보다 더 소통하기 편하고 가까운 또래 친구들에게 배우면서 공부한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완벽한 선택이란 없다.

어떠한 선택에 따라오는 장단점을 정확하게 알고,

장점을 취하기 위해 과감히 단점을 껴안고 가는 것이다.


영재들을 위해서 어떤 학교가 가장 좋은 선택이자 대안이 될 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


1. 김난희(2005). 동질집단과 이질집단간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협동학습의 효과, 이화여자대학교

2. 이선영, 우정민, 박혜성. (2023). 동질그룹핑 교육 경험이 영재들의 학습, 정서 및 사회성, 창의성과 진로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메타분석. 영재교육연구, 33(1), 1-32, 10.9722/JGTE.2023.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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