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든든한 육아 동지 ‘남편’이 있기에
“자기야, 나 반짝임을 잃어가는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자기는 지금도 충분히 반짝거려”
“지금 내 모습을 봐. 얼마나 비루해.
출산 이후로 몰골은 엉망이고 마음까지 가난해졌어”
“왜 그런 소릴 해. 나한테 자기는 언제나 예쁘고 빛나“
보채는 아이를 겨우 달래 재운 뒤, 피로가 잔뜩 묻은 몸을 뉘었다. 목덜미는 아이의 침으로 얼룩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나부끼고 있었다. 초췌한 몰골로 드러누운 나를 남편은 말없이 꼭 안아줬다.
남편의 품에 안긴 채, 오랜만에 그의 숨결을 느꼈다. 잠시간의 고요, 얼마 뒤 나는 그에게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반짝임을 잃어가는 것 같다고. 이제 겨우 30대인데, 낯빛은 탁하고 눈빛은 흐리멍덩하고 육아 외엔 나를 위해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다고. 몰골은 점점 망가져가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지 못하니 마음까지 가난해진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자 누워있던 남편이 몸을 일으키며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그런 소릴 하냐고. 자신에게 난 언제나 예쁘고 빛나는 존재라고. 한 치의 의심도 할 필요 없다는 듯 흔들림 없는 그의 눈빛 그리고 그의 따뜻함에 마음속 그늘이 조금은 걷히는 듯했다.
생애 첫 육아가 얼마나 고된지, 퇴근한 남편을 붙잡고 매번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육아 참여도가 매우 높은 남편이지만, 내가 힘들까 봐 퇴근 후에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곧장 온갖 집안일을 해치우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내가 언성을 높일 때마다 남편은 한결같이 나를 안아주며 “내가 한다고 하는데 부족했지? 내가 더 잘할게. 그러니까 조금만 힘내자”라고 말해준다. 늘 같이 화내지 않고 부드럽게 나를 달래며, 다시 육아 전투에 뛰어들 용기를 북돋아주는 남편이 너무 고맙다.
사실 8년 간의 연애 기간 동안 난 단 한 번도 남편을 존경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배려와 경청이 몸에 밴 사람. 섣불리 판단하거나 말하지 않고 모든 행동에 신중을 기하는 사람이었다. 사랑에 ’존경’이 더해졌고, 많은 나이 차이에도 굴하지 않고 평생을 약속하게 됐다. 그리고 예쁜 딸까지 품에 안게 됐고.
그런데 아이를 낳은 후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씻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자 어느새 난 남편을 향한 존경을 잃은 아내가 되어 있었다. 남편은 늘 그 자리에 서서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 주고, 함께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했는데 말이다. 피로는 누적되는데, 해소될 기미는 보이질 않으니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말에는 가시가 돋쳤으며 툭하면 대성통곡을 했다. 남편이 어떤 말로 위로해 줘도 귀담아듣지 못했고, 또다시 투정 부리기 바빴다. 나의 괴로움을 나의 힘듦을 당신이 좀 더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그를 뒤흔들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늦은 저녁까지 일하고 퇴근하면 본인도 힘들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다“ 한 마디 하지 않고 그저 나를 품어준 우리 남편. ”우리는 한 팀이야“라며 지친 나를 대신해 아이의 묵직해진 기저귀를 갈고, 깨끗하게 목욕을 시키고, 이유식을 먹여준 우리 남편. 그와 한 팀이 되지 않았더라면 이 기나긴 육아라는 터널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지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아이보다 당신이 훨씬 더 소중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아이가 울며 불며 나를 힘들게 할 때면
아이를 향해 “너! 왜 누구 마음대로 내 거 힘들게 해?”라고 말해주는 사람.
이토록 철저하게 내 편인 사람과 한 팀이기에
오늘도 다시 파이팅 넘치게 아이를 품에 안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