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ie Jeong Aug 30. 2024

애매한 사이에 대하여

살면서 누군가의 모든 걸 기억할 순 없고… 대신 어떤 순간, 인상, 느낌은 잔상이 남기 마련이다. 예전엔 아는체 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노골적으로 싫은 티 냈는데, 누군가 나에 대한 잔상이 싫음으로 남아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나의 그 어떤 찰나의, 좋은 순간만 기억해주셔서 내가 가진 건 요만한데 가능성을 이만큼이나 봐주는 사람도 있다. 근데 그게 고마워서 그 사람에겐 더 잘하고 상대방이 딱히 바란 것 없어도 더 도움되려고 한다. 다행인 건 대체로 그런 사람은 또 고마워할 줄도 알아서 또 더 크게 무언가로 돌려받는다.


근데 그게 꽤나 오래 봐야 알 수 있는 거란걸 요즘 느끼고 있다. 관계의 티키타카에 있어 고마움이 오고가는 사이클이라는 게 몇 번은 돌아야 어렴풋이 알게 된다. 예를 들면 과거엔 심지가 굳어보였던 누군가는 사실 타성에 젖은 것이었고, 변덕이 심해보였던 누군가는 사실 변화에 도전하는 사람이었듯..이걸 알아채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아주 오래되진 않았어도 몇 년간 드문드문 연락를 주고받는 애매한 사이들.


그 애매한 사이에 있는 누군가가 한 번은 이런 말을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면 되지’라고.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인데, 나는 그정도의 관계의 효율을 갖고 싶다면 애매한 시간의 길이를 지나 신뢰의 구간에 들어갈 정도로 제법 오래 서로에게 공을 들여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공들이지 않고 신뢰와 정보를 얻고싶은 사람들을 많이 봐서인지 ‘그 관계 그만두자, 상호 도움도 안되고 에너지가 아깝다‘ 싶다가도 ‘그런데 아직 그만큼 내가 오래 본 게 아니기도 하잖아’싶은 양가적 마음이 등기도 하고.


아무튼..참 사람 보기 어렵고 그걸 판단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요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