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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Jan 10. 2019

숨가쁘게 떠나서 숨돌리며 돌아온 일본 사가여행.5

다케오 이야기.2

다케오 시립도서관에서 횡단보도만 한 번 건너면 바로 유메타운(You Me Town)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원래 여행에서 기념품을 챙기는 편이 아니라

회사에 가서 나눠먹을 과자만 몇봉지 사고, 저녁 먹을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1층 끝에서 발견한 회전초밥가게.



안으로 들어가 쭈뼛대니 직원이 자리를 안내해주었는데, 영어로 된 메뉴판이 있는지 물어보니 곤란한 표정으로 없다고 제스처를 취했다.


생각해보니 회전초밥집에서 딱히 메뉴판이 필요하진 않을 듯해 그냥 자리에 앉아 간장을 따르고 바로 눈 앞에 있는 초밥 접시를 하나 집어 들었다.



연어가 들어가 있는 김초밥이었는데, 무난하고 꽤 괜찮은 맛이었다.


이후 국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앞에 있는 테블릿pc를 이리저리 눌러보다 결국 직원을 불러 우동을 부탁했다.


유부가 아주 맛있었던 우동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밖은 깜깜해져 있었다.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 숙소로 도착해 잠깐 쉬고 있는데, 한글로 적힌 안내문을 보니 이 호텔에는 온천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일본에 왔는데 온천은 한 번 해야겠다 싶어 이것저것 챙겨 바로 옆 별관 8층에 있는 온천으로 향했다.



로비에서 안내받은 전용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역시 작지만 깔끔한 라커룸이었다. 탕 역시 온천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대중탕과 비슷했는데 바로 옆 노천탕은 너무 작아 4-5명의 사람들만으로 이미 꽉 차있었다.


노천욕은 포기하고 내부에 있는 탕에서 따뜻한 물을 만끽하며 피로를 풀었다.



온천을 끝내고 나오면 바로 보이는 자판기.

일본 만화를 보면 온천 후 꼭 자판기에서 우유를 뽑아 마시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때마다 무슨 맛일지 참 궁금했었다.


드디어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커피우유를 하나 뽑아 마셨는데, 그 맛이 우리나라 것과는 조금 달랐다.


처음에는 약간 밍밍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니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커피우유는 너무 달아 몇 모금 마시면 금새 질리는 반면, 일본의 것은 꿀꺽꿀꺽 끝까지 잘도 들어갔다.


온천 후 마시는 병(커피)우유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방에 들어가 쉬던 중 아래층에 있는 자판기에가 상큼한 맛의 알콜음료를 하나 뽑아마시고,

온천 후 노곤노곤한 몸으로 푹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에서 제공되는 알찬 조식을 야무지게 챙겨먹고 다시 다케오역으로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 다케오역 주변의 풍경


기차시간이 조금 남아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사러 근처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섰는데, 어쩐 일인지 한 참을 기다려도 신호가 바뀌지를 않았다.



가만보니 신호등 눈높이 쪽에 달린 빨간 단추가 눈에 들어왔고, 조심스레 눌러보니 곧 신호가 바뀌었다.



근처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섰는데, 민머리의 유니폼을 잘 갖춰입은 (아마도)사장님이 친절히 반겨주셨다.



다행히 이번에는 영어 메뉴판이 있었고, 드립커피를 파는 곳임을 알게되었다. 달콤하고 향긋하다는 커피 종류를 주문해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기분 좋은 커피 향이 퍼져왔다.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짧지만 좋았던 2박3일 간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사가역을 거쳐 공항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웠지만, 그만큼 더 좋았던 여행. 이번 사가여행은 지루한 내 일상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준 쉼표같은 순간이었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번 더 와보고 싶은 곳.


안녕, 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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