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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Feb 10. 2023

네팔에 돌아왔다.

평화로운 도시, 포카라 두 달 살이

6년 전 네팔 여행을 왔었다. 

많은 네팔 여행객들이 그러하듯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다녀왔었다. 

일주일 간의 트래킹은 꽤 힘들고, 힘든 만큼 좋은 기억들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 포카라에서 보냈던 한 달 여 간의 시간이었다. 


나와 남편은 6년 전 바로 그 네팔 여행에서 만났다.

서로 일정이 맞아 트래킹을 함께 떠났고, 돌아와 연인이 되었다. 


30대의 직장인이 된 나에게 네팔과 포카라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나는 때때로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운 직장 생활을 잠시 멈추기로 결정하고,

가슴 한편에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던 바로 그곳, 포카라로 떠났다.


이 것은 분명히 내 인생의 또 다른 행복의 시간으로 자리할

포카라에서의 두 달의 시간을 기록하기 위한 글이다.



눈 내리는 인천 공항. 비행기 지연으로 늦은 새벽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사실, 이번 네팔행은 단순히 여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미뤄온 석사 논문을 위한 현장 조사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회사에 두 달간 휴직을 신청해야 했고,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감당했어야 했다. 

나는 두 달 반 전 결혼을 한 새댁이기도 하다. 

내가 네팔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그럼 남편은 어쩌고?"라고 질문했다. 

사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남편은 결혼 전에도 오랫동안 혼자 살던 사람이었고, 혼자 밥도 차려먹고, 출퇴근도 잘하는 성인이다. 

떨어져 있는 두 달 동안 서로 그립고 보고 싶을 수는 있지만, 그뿐이다.

내가 그저 두 달 남편의 옆에 없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은 어떡하고 결혼을 하자마자 혼자 떠나냐'는 질문이 싫었다.

결혼을 하고 나면 인생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담긴 질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질문과는 별개로, 내게 이번 네팔행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류학이라는 나의 전공은, 하나의 논문 작성을 위해 긴 현장 연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오랜 시간을 들이는 현장 연구를 하기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지난해, 직장생활과 결혼준비를 병행하면서 나는 너무나 지쳐있었고, 다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간 가슴속에 품고만 있었던 네팔행은 이제 나에게 실질적인 목표를 넘어,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폭설로 인해 비행기가 지연되면서 늦은 새벽 한참을 인천 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일기를 썼다. 


'오랫동안 내게 남아있던 염원이자, 숙제. 네팔 필드워크를 위해 출국하는 날이다. 너무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엉켜있어 쉽게 일기를 써 내려갈 수 없다. 가고 싶지만 가지 않고도 싶었다. 내 마음이 뒤죽박죽 엉망이기 때문인지 출국하기 위한 과정이 몹시 고되고 힘들었다. … 두렵다. 별 것 아니라 생각하지만 두렵다. 이제와 이 두 달의 시간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는 왜 굳이 떠날까. 어째서 이 즐겁지도 설레지도 않은 여정을 끝내 시작했을까. 어째서 나는 따뜻한 내 집과 따스하고 포근한 남편의 품을 제 발로 벗어났을까. 나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안고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요즘 나를 잘 모르겠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가도, 이상만 높고 그만큼의 능력은 없어 결과를 내지 못하며 상황을 탓하고 변명하기만 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곧 탑승을 시작할 모양이다. 눈이 많이 내린다. 일단은 무사히 포카라에 도착하고 싶다. 두 달 뒤 마지막 일기는 가지런한 마음으로 가지런하게 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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